- 치과계 ‘왕따’ 됐지만 노이즈마케팅 효과 봐
- 반값 임플란트에 환자는 웃고, 의사는 울고
- ‘발암’ 논란은 일단락, 환자유인알선 의혹 국감 달궈
- 복지부, “지금은 입조심할 때”
8월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유디치과 기자회견.
이에 질세라 유디치과도 이들의 문제를 들춰내 맞불을 놨다. 8월 말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유디치과와 반(反)유디치과를 부르짖는 치과의사들 간의 폭로전은 급기야 법정소송으로 치달았다. 현재 양측은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여러 건의 고소·고발을 서로 주고받아 ‘치아전쟁’은 점입가경의 단계로 들어섰다.
치과계의 치부를 드러낸 진흙탕 싸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환자다. 대외적으로는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밥그릇 싸움’이요, 환자들의 불신과 혼란만 키웠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유디치과의 공짜 스케일링과 저수가 진료 전략이 치아전쟁의 발단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유디치과를 둘러싼 의혹이 당장 명쾌하게 풀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좋은 치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의사와 환자가 다를 수 있다. 환자의 처지에선 질 좋은 진료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치과가 ‘좋은 치과’다.
기자는 환자의 시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유디치과는 과연 환자가 원하는 ‘좋은 치과’일까 아니면 치협과 치개협이 주장하듯 저가를 미끼로 환자를 유인해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만드는 ‘나쁜 치과’일까.
저수가 진료의 득과 실
유디치과는 전국에 119개 지점이 있다. 전신은 김종훈 대표원장이 1992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성신치과의원이다. 김 대표는 개원 초기부터 스케일링 값을 받지 않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1999년에는 유디치과로 이름을 바꾸고 서울 강남에 1호점인 선릉점을 열었다. 체인화가 시작된 것은 이듬해인 2000년부터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임플란트 시술 비용을 다른 치과보다 50만원 이상 낮춰 시장을 파고들었다. 그러던 중 2007년 파격적인 저수가 진료를 앞세운 유사 네트워크 치과들이 생겨나면서 유디치과의 고객이 떨어져 나갔다. 유디치과는 임플란트 시술 비용을 개당 80만원까지 낮추고 지점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2009년 40여 개였던 지점이 지난해 70여 개, 올해 119개까지 늘었다. 김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에 진출해 3개 지점을 연 데 이어 연내에 4곳을 더 개원할 예정이다.
현재 유디치과의 모든 진료비는 여느 병원의 절반 수준. 여느 병원에서 4만~5만원 받는 스케일링도 모든 환자에게 공짜로 해준다. 진료비는 병원 홈페이지에도 공개돼 있다. 스케일링 비용은 ‘0원’, 국산 임플란트 시술 비용은 ‘80만~120만원’ 선이다. 이 같은 저가 전략은 고객 확보의 밑거름이 됐을 뿐 아니라 치과 전체의 임플란트 시술 비용을 떨어뜨리는 데도 한몫했다. 국산 임플란트 가격은 한동안 250만~300만원에 달했으나 지금은 평균 150만원 안팎이다.
한 치과의사는 “주변에 있는 유디치과에서 국산 임플란트 시술 비용으로 100만원 안팎을 받아 울며 겨자 먹기로 100만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임플란트 시술이라고 해봐야 한 달에 한두 건이 고작인 개인병원에서는 100만원 받으면 손해다. 임플란트 기계 자체가 고가인 데 반해 회전율이 낮아서다. 유디치과에서는 어떻게 그 가격을 받아도 남는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느 치과도 사정은 비슷했다.
치과의 불황
이경록 치개협 부대변인은 “수억원을 대출받아 개원한 의사들은 대출이자에 직원들 인건비까지 나가는 경비가 많아 유디치과처럼 수가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며 “치과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환자가 갈수록 줄어드는데 유디치과 같은 저수가 네트워크 치과까지 주변에 들어와 문 닫은 곳이 많다”고 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폐업 신고한 치과는 737곳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개업한 치과는 1176곳이다.
치과계의 유례없는 치아전쟁은 치과의 불황에서 시작된 셈이다. 치협은 유디치과가 공짜 스케일링과 반값 진료비로 환자를 끌어들인 뒤 질 낮은 재료로 과잉진료와 부실진료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치협의 대변인 격인 김철신 정책이사는 “유디치과의 운영방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내 여러 네트워크 치과 가운데 유독 유디치과가 ‘나쁜 치과’로 도마에 오른 것도 독특한 운영방식 때문이다. 도대체 운영방식이 얼마나 유별나기에 다른 치과들이 발끈한 것일까. 김용석 유디치과 홍보기획팀장은 “유디치과의 모든 지점 원장은 김종훈 대표와 동업을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김 팀장의 부연설명이다.
“치과병원 하나를 내는 데 보통 5억~6억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모든 의사가 운영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다. 그래서 김종훈 대표가 돈을 대 병원을 차려주고 실력 있는 의사를 영입해 진료에만 힘쓰도록 하고 있다. 병원 경영과 직원 관리, 행정업무, 세무 관리는 ‘유디메디’라는 경영지원회사가 맡아서 한다. 의사는 진료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병원 경영은 실장이 총괄하는 시스템이다. 실장은 유디메디의 소유주인 김종훈 대표의 대리인 자격으로 실질적인 CEO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독특한 운영방식
유디치과 각 지점의 사업자는 김 대표가 아닌 다른 의사 명의다. 지점을 개설한 의사가 원장이 되는 것이다. 각 지점에는 원장과 실장 외에도 치위생사, 조무사가 여럿 있다. 접수와 수납을 담당하는 직원과 소독과 청소를 전담하는 직원도 따로 있다. 규모가 큰 지점엔 의사를 더 둔다. 소독·청소 담당자를 뺀 나머지 직원은 대부분 매출 증대 기여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지점 개설자인 원장도 인센티브를 받기는 마찬가지. 원장은 투자자이자 경영자인 김종훈 대표와 각기 을과 갑으로서 권리약정을 체결한다. 이는 유디치과의 일원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다. 기자가 입수한 유디치과의 권리약정서에 따르면 ‘을(원장)의 수입은 기본급 없이 월 매출의 20%를 실수령액으로 한다’고 돼 있다. 또 월 매출이라 함은 원장이 직접 진료한 부분에 한하며 일반진료와 교정 및 건강보험공단의 청구액은 원장의 매출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비보험 진료에 대해서만 매출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기본급’이라는 표현도 종속관계나 노사관계라는 인상을 준다.
치협과 치개협은 권리약정서의 내용과 유디치과 출신 의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유디치과는 병원 개설자인 119개 지점의 원장이 인사와 경영에 참여할 수 없고, 그런 권한과 실질적인 병원시설을 소유한 김종훈 대표로부터 진료행위를 한 대가로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라며 “의료인 1인 1개 병원 개설 원칙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실질적으로는 의료법에 반하는 영리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는 물론 치위생사, 조무사, 실장에게까지 매출 기여도에 비례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운영 방식을 통해 비의료인이 진료계획을 세우고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하는 등 과잉진료와 위임진료를 시스템 안에서 암묵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훈 대표는 비보험 진료에 대해서만 매출로 인정하느냐고 묻자 “실제로는 보험진료로 발생한 매출도 매출로 인정해준다”며 “원장은 병원의 순수익이 아니라 월 매출의 20%를 가져간다. 많이 가져가는 의사는 월수입이 5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점 개설 초반에는 자리 잡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일정한 수입을 3개월간 보장해준다고도 했다. 그 액수는 1000만~1500만원 선으로 면접에서 의사의 경력과 실력에 따라 결정된다.
지점의 세금과 회계, 인사, 재료 주문 등 경영에 관한 모든 부분은 경영지원회사인 유디메디에서 처리한다. 원장 명의로 만든 두 개의 통장도 유디메디에서 관리한다. 이 때문에 불거진 차명계좌 의혹에 대해 김 대표는 “처음에 원장이 두 개의 통장을 만들게 한다. 탈세나 탈법을 위한 이중장부 같은 개념이 아니고 카드는 카드대로, 현금은 현금대로 내역이 나오면 나중에 결산할 때 편하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유디치과에서 인센티브는 “일을 열심히 한 만큼의 보상”이다. 하지만 그 ‘열심히’가 세간의 의혹처럼 과잉진료를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기준이 매출 기여도이기 때문이다.
인센티브제도의 양면
실제로 유디치과에서 근무하다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원들 간의 매출 실적을 비교해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고 과잉진료와 부실진료가 빈번했다고 한다. 한 치위생사는 “직원들이 예약한 환자 진료 시간에 맞추다보니 소독을 대충해 시술 도중 다른 사람의 치아가루가 묻어나온 적도 있고, 피 묻은 장갑으로 시술하는 것도 봤다”고 했다.
지점 원장을 지낸 의사 A씨는 “치위생사, 조무사 같은 비의료인이 치료계획을 세우고 심지어는 빼지 않아도 될 치아를 임플란트 시술을 하도록 표시해둬서 환자에게 좀 더 두고 보자고 일러줬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의사가 진료에만 충실할 수 있고 초기 자본 없이도 일정 수준의 수입이 보장되는 유디치과의 시스템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달랐다”며 “환자의 기록도 편히 볼 수 없었고, 진료도 뜻대로 할 수 없는 구조여서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만일 A씨의 말에 거짓이 없다면 이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된다.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한 행위로 법적 처벌이나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그럴 리가 없다”며 “진료행위나 다름없는 치료계획을 간호사가 수립하는 데 가만히 있을 의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치위생사의 말에 대해서도 “병원에 소독기구가 많이 있다. 소독시간을 아끼면서까지 진료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까지 할 만큼 임플란트 시술 건수가 많지 않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으면 항의가 들어와 진료비의 몇 배를 물어줘야 하고 안 좋은 소문이 나서 환자도 끊긴다. 더구나 소독을 전담하는 직원은 인센티브를 받지 않으니 촉박하게 소독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했다.
유디치과에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이렇다. 인센티브제도는 2000년 체인화가 시작되면서 도입됐다. 당시에는 지점이 7개였다. 김 대표의 눈에는 열심히 일하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가 보였다. 열심히 성실히 일하고 기술도 좋은 의사에게 어떤 식으로든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 김 대표는 몰래 불러 사례를 했다고 한다. 그것이 의사들 사이에 알려져 성실한 의사는 시샘을 받다가 결국 사표를 던지고 나갔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것이 지금의 인센티브제도다.
결국 인센티브제도 덕에 지점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냐고 묻자 김 대표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센티브제도로 보험 진료를 등한시한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병원당 월 평균 보험청구액이 500만~1000만원 선인 것으로 안다”며 “백분율로 환산하면 전체 매출의 15% 정도 되지만 절대치로 보면 여느 병원보다 결코 적지 않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인센티브제도도 양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잉진료라든지, 부실진료를 할 거라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119개까지 지점이 늘어날 수 있었겠나. 지점이 주로 도심 중심가에 몰려 있어서 부유층이나 화이트칼라 환자가 많이 온다. 그 사람들이 어떤 부류인가. 만일 부실진료하면 가만있겠나. 과잉진료하면 그냥 속아 넘어갈 사람인가. 요즘 환자들은 여러모로 따진다. 우리 병원은 그 흔한 줄 광고도 안 했다. 입소문으로 여기까지 왔다. 가족이나 친구가 소개해서 오는 분이 대부분이다. 그분들이 진료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다면 가족이나 친구를 소개하지 못했을 것이다.”(김종훈 대표)
불량 퀄리티 거르는 ‘대나무숲’
여러 개의 진료실이 칸막이로 구분돼 있는 유디치과 실내 전경.
대기실에는 TV나 잡지를 보며 진료순번을 기다리는 환자가 네 명 있었다. 한 여대생은 “엄마가 싸고 잘한다고 추천했다”며 “엄마는 위아래를 합쳐 임플란트 5개를 심었고, 난 양쪽 아래 어금니가 없어 임플란트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온 중년부인은 “시누이, 시부모가 다 여기서 임플란트를 했는데 잘한다고 소개해줬다”며 “여느 병원과 진료 수준이 비슷한데 비용이 저렴하고 시설이 깨끗한 것이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한 고등학생은 “충치 치료를 마치고 금을 씌우러 왔다”며 “잘하고 친절하다고 소문나 있다”고 전했다.
유디치과에는 여느 병원과 다른 점이 또 있다. 능률을 높이기 위한 업무의 분업화다. 여느 병원처럼 간호사에게 소독과 청소 같은 허드렛일을 시키지 않고 이를 전담하는 직원을 따로 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김 대표의 부연설명이다.
“불과 2년 전까지는 조무사도 없었다. 치위생사만 썼다. 그런데 지점이 급속히 늘면서 보조인력이 필요해 조무사를 쓰고 있다. 자기 영역을 전문화하고 일한 만큼 가져갈 수 있으니까 다른 병원에 비해 월급도 많고 업무 만족도도 높다.”
김 대표는 “다른 병원에서 유디치과를 싫어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올려놓고 진료비를 떨어뜨렸기 때문일 것”이라며 “다른 치과 직원 중에 유디치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령 제20조는 의료행위를 통해 공공위생에 이바지해야 하며, 영리를 추구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인이 비영리법인에 속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병원은 비영리법인이므로 병원에서 낸 수익을 공공위생의 질적 향상을 위해 재투자해야 하는데 유디치과는 그 수익을 지점 수를 늘려 사세를 확장하는 데 재투자해온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김 대표는 “싸고 질 좋은 진료를 더 많은 사람이 받도록 하겠다는 신념으로 늘린 거지, 영리가 목적이 아니다. 모든 환자에게 스케일링을 해주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치주질환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치아 건강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공짜 스케일링과 반값 진료비로 환자를 끌어들여 이만큼 컸다고 생각하는 건 오판”이라며 “진료비용이 저렴한 것도 강점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퀄리티”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진료에 있어 최상의 퀄리티를 유지해왔다. 2000년대 초반에는 서울대 구강외과 출신만 원장으로 받았다. 임플란트도 구강외과 출신에게만 시술을 허용하다가 치주과, 보철과 출신 의사들도 하고 싶어해서 별도의 교육을 받은 뒤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가 공개한 퀄리티 유지 비결은 유디치과 내부 인트라넷에 있는 ‘대나무숲’이라는 창에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나무숲은 지점 실장과 스태프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가 진료나 시술을 잘못하거나 환자들의 불만을 사거나 게으를 때 이를 ‘제보’할 수 있는 일종의 신문고 제도다. 내용은 비공개여서 김 대표만 볼 수 있다. 그는 그 내용을 보고 “불량 닥터, 불량 퀄리티를 걸러낸다”고 밝혔다.
“문제가 있는 의사는 내보낸다. 문제가 있을 땐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도록 권리약정서에도 명시돼 있다. 우리 병원에서 내보낸 의사도 꽤 있다. 유디치과가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실장이나 스태프가 악의적으로 글을 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를 캐묻자 “민심은 천심”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느 한 사람이 올린 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 현 지점 상황을 파악해 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반값 진료비의 비밀
유디치과에서 일하는 의사는 400여 명에 달한다. 상당수는 자본이 달려 개원할 여력이 없거나 개원 후 병원을 유지하기 힘들어 유디치과를 선택했다. 김 대표는 그 이유가 “별도의 자본이 들지 않고 매출의 20%를 가져가니 개인이 치과를 운영할 때보다 수입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쁜 재료를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순수익이 아니라 매출로 수입이 결정되니 재료비를 아끼지 않고 질 좋은 재료만 쓴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디치과에서 저수가 진료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노하우가 뭘까. 김 대표의 답은 이렇다.
“재료의 공동구매를 도와주는 협력업체가 있다. 공동구매 방식이니 좋은 재료를 보다 저렴하게 사들이는 건 맞다. 그러나 기공소 문제는 다르다. 기공사들이 일할 수 있도록 세 개의 사업장을 만들어놓았다. 각 사업장의 대표 기공사가 소장을 맡고 있다. 유디메디에서 사업장에 파견한 실장이 중간에서 주문을 돕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일하는 기공사는 모두 60명인데 저마다 개인사업자 자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장소를 제공하고도 기공 단가를 다른 데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준다.”
베릴륨 사건 전말
유디치과는 ‘발암’ 논란 이후 고객 친화적인 홍보에 더욱 힘쓰고 있다.
B씨는 또 “유디치과에서는 대량구매로 원가를 절감해 석고도 고급을 쓰고 재료도 좋은 것을 쓰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임플란트 원가는 여느 병원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유디치과에서 최근 공개한 임플란트 원가는 46만원. 국산 임플란트 재료비는 일반적으로 23만~30만원 선이라고 한다. 여기에 기공 수가를 합치면 원가가 50만원 안팎이다. B씨는 “여느 치과에서도 지금보다 임플란트 가격을 더 낮춰도 무방하다”고 꼬집었다.
유디치과의 모든 기공 사업장에서는 최근 보철물 재료를 논베릴륨(Non-beryllium) 합금인 베라본드로 바꿨다. 베라본드는 고가인 틸라이트가 국내에 충분한 물량이 들어올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쓸 계획이다. 유디치과는 이전까지 임플란트 시술을 할 때 T-3라는 보철물 재료를 사용해왔다. T-3는 도자기치아로 불리는 포세린 형체를 만들 때 쓰이는 메탈로 베릴륨합금이다. 베릴륨은 국제암연구센터(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밝혔다. 문제는 T-3의 베릴륨 함량이 0.02%를 초과한 데 있다. 이 때문에 유디치과는 한동안 발암물질 사용 논란에 시달렸다.
2008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베릴륨 허용기준치를 국제기준규격에 맞춰 2%에서 0.02%로 강화했다. 식약청은 이듬해 6월 베릴륨의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재료를 전면 수입 금지 조치하고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재료수입업체에 보냈다. 공문에는 수입금지 품목도 함께 예시했는데 공교롭게도 T-3는 목록에서 누락됐다. 의료기기 수입업체인 한진덴탈이 이 점을 악용해 이후에도 계속 T-3를 수입해온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식약청에 따르면 한진덴탈에서 수입한 T-3의 양은 2009년 4875㎏, 2010년 1만6150㎏, 2011년 현재까지 6000㎏에 달한다. 3년에 걸쳐 27t을 수입한 셈이다. 김현정 식약청 의료기기관리과 과장은 “한진덴탈을 고발조치하고 가장 강력한 처벌규정을 적용해 6개월간 전 수입 업무중지 처분을 내렸다. 9월1일 기공사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T-3 회수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식약청도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수입 물량의 규모로 볼 때 특정 치과에서만 사용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베릴륨은 보철물 상태에서는 환자에게 해가 없으나 작업과정에서 기공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우려해 허용기준치를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손익계산서
식약청의 공식 발표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유디치과를 둘러싼 악성 루머는 잦아들 줄 모른다. 치과의사들의 포털 사이트인 ‘덴트포토’에는 유디치과 소속 의사들에 대한 ‘신상 털기’와 익명성을 이용한 무차별적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비윤리적인 유디치과를 나와야 살 수 있다는 동료와 선후배들의 끈질긴 압박은 ‘발암 치과’ 논란 후 더 심해졌다. 이를 견디다 못한 의사 40여 명은 유디치과를 떠났고 119개 지점 중 10곳이 문을 닫았다. 유디치과 개원 이래 최대 위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디치과의 신규 환자는 최근 한 달 새 10~15% 늘었다고 한다. 김용석 홍보기획팀장은 “나갔던 의사들도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며 “유디치과의 존재가 알려져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미래를 낙관할 만한 처지는 아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10월7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유디치과 전·현직 직원들이 영업조직을 별도로 만들어서 환자유인알선행위를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 의원은 일별 영업조직 실적표와 제휴 대상 업체 명단, 관리 내용 등이 상세히 적힌 물증을 제시하며 “유디치과는 환자 한 명을 데려올 때마다 영업조직 직원에게 1만원씩 줬는데 문제가 불거지자 잠시 중단했다가 지금은 환자 1인당 5000원을 준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단순한 홍보 수준을 넘어선 의료법 위반행위”라며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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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영업” vs “단순 홍보”
유디치과 측은 이를 일부 시인했다. “2009년에 그런 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지만 환자유인알선행위 대가라기보다 홍보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개념으로 돈을 줬다”는 것. 김용석 팀장은 “이후에는 홍보직원에게 인센티브 대신 고정급을 주고 있다. 홍보직원은 병원 소속인데 병원으로 출퇴근하지는 않는다. 유디메디 안에서 몇 개의 팀으로 나뉘어 업체를 찾아다니며 홍보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직접 발로 뛰어다니는 홍보활동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홍보 절차와 내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
치협, 치개협과의 법정싸움도 어떤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치협과 치개협은 여전히 “유디치과는 돈벌이에만 급급한 비윤리적인 영리병원”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이 싸움의 중재자로 나서야 할 보건복지부는 뭘 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양측 인사를 불러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입장 차가 너무 크다”며 “우린 행정기관이라 의료법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양측이 여러 건의 고소고발을 한 상태고 법정에서 풀어갈 일이다. 의료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건 우리 소관이므로 추이를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양측의 갈등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아 신문에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광고하는 행위에 대해 자제를 요청했다. SBS 뉴스와 MBC ‘PD수첩’에서 보도한 내용을 광고로 내보내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불법’이라는 표현을 남발해 의료계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나 사실을 왜곡한 일이 대표적이다.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니만큼 시시비비가 확실히 가려질 때까지 입조심이 필요하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당부다.
서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두 진영을 바라보는 국민은 갑갑하기만 하다. 3년 전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는 60대 노신사의 말이 따끔하다.
“임플란트 원가가 50만원이 채 안 되던데 치아 두 개를 심는 데 500만원이 넘게 들었어. 지금도 성치 않은 이가 많은데 치과 가기가 겁나. 치과에서는 빼라고만 하고 돈이 한두 푼 들어야지. 반값에 임플란트를 해주는 곳도 있던데 믿음이 안 가. 치과의사들, 다 똑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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