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 서울’은 국내 최초 6성급 호텔이다.
낯선 도시에서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주요 목적지와의 거리, 격식 있는 서비스, 가격 대비 패키지 구성 요소…. 세계적인 스타우드 호텔·리조트(Starwood Hotels · Resorts) 그룹이 1998년 뉴욕에 ‘최초의 스타일 호텔’을 표방한 ‘W 호텔’을 열면서, 기존 가치뿐 아니라 디자인과 스타일이 호텔 선택의 중요 지표가 됐다.
‘세계 디자인 호텔’의 서막을 연 W 호텔은 쉐라톤, 웨스틴, 르 메르디앙 등 9개의 브랜드를 거느리는 스타우드가 직접 만든 최초의 호텔이다. 스타우드 그룹은 기존의 호텔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격식을 강조하고 분위기가 딱딱해 고객들이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W 호텔은 고객의 감성 욕구를 채우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호텔로 만들었다.
현재 세계 35개 도시에 42개의 체인을 갖고 있는 W 호텔은 호텔 역사상 가장 성공한 브랜드로 꼽힌다. 전 세계의 최신 문화가 공존하며 트렌드 선도자들이 선망하는 뉴욕의 에너지와 스피드는 W 호텔 브랜드의 근간이 된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록 웰(David Rock Well)이 주도해 완성한 첫 W 호텔은 독특한 건축과 모던한 인테리어로 뉴욕의 랜드마크가 됐다. ‘리빙룸’이라 불리는 로비에는 최신 전자음악이 흘렀고 직원들은 진중하면서도 감각적이었다. 이곳의 호텔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새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디자인과 스타일을 내세워 전통 호텔의 이미지와 차별화한 W 호텔은 세계 트렌드 선두주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디자인 호텔 체인으로서 위상을 다졌다. 고객들은 더 자주, 세계 어디에서나 W 호텔에서 머무르길 바랐다. 그런 고객의 니즈 덕분에 뉴욕에만 5개의 W 호텔이 들어섰다.
뉴욕에서 시작된 호텔답게 2004년까지는 북미지역에 들어선 비율이 70~80%였으나 올해 말 전 세계적으로 50개까지 체인을 확장하면서 이 비율은 50%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광저우, 베이징, 뭄바이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 출시할 계획이다.
뉴욕 문화와 각 도시 특성 결합
W 호텔의 디자인 기본은 뉴욕 문화에 두되, 각 도시의 특성을 W 호텔만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반영한다. 기존 호텔 체인은 세계 어느 지역을 가든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W 호텔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새로운 형식의 호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W 본사에서 꼽은 최고의 디자인 호텔은 스페인 노바 보카나(Nova Bocana) 항구에 위치한 ‘W 바르셀로나’다. W 바로셀로나의 외관은 배의 돛 형태를 닮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생선의 비늘 같은 독특한 디자인은 유리조각을 붙여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바르셀로나 도심 풍경이 녹아 있다. 이 때문에 W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운 외관을 감상하기 위해 이 호텔을 찾는 관광객도 많다. W 바르셀로나를 설계한 라카르도 보필(Ricardo Bofill)은 “고대 로마 시대에 돌을 쌓아 만든 로만 월(Roman Wall)에서 영감을 얻었다. 다양한 건축 스타일이 섞여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만들어졌으며 덕분에 자유롭게 상상하고 설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르셀로나 출신 건축가로 누구보다 이 도시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를 W 바르셀로나에 녹여낼 수 있었다. 국내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해외 유명 건축가나 디자이너만을 선호해 한국 출신 디자이너 다수가 설 자리가 없는 것과는 대비된다.
‘W 비에케스 아일랜드’는 푸에르토리코의 카리브 해에 자리 잡고 있다. 지역 호텔이었던 곳을 인수해 리모델링한 것으로 소박한 우아함이 디자인 콘셉트다. 2007년 ‘타임’지가 선정한 디자인 대가 중 한 명인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파트리샤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가 디자인했다. 우르퀴올라는 이탈리아의 가구 전문 브랜드 모로소 디자이너 출신으로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색이 남아 있는 기존 건물에 아프리카 전통 수공예 방식을 차용해 디자인한 산뜻한 색상의 가구를 배치했다. W 비에케스 아일랜드는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 W 호텔만의 개성을 살린 사례가 됐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터키의 ‘W 이스탄불’은 도시의 특성을 투영해 디자인하는 W 호텔만의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낸 것으로 유명하다. 19세기 고위 관리의 숙소를 개조했는데 건물 수십 채로 호텔을 구성해 마치 하나의 마을 같은 느낌을 준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내부의 모던한 디자인으로 마무리한 W 이스탄불은 W 호텔 디자인의 절정이다.
이렇듯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브랜드를 확장시켜온 W 호텔은 2004년 아시아권 최초 진출 지역으로 서울을 택했다. 새로운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성장하는 서울에 매료됐다고 한다. ‘W 서울’은 오픈 당시 국내 최초 6성급 호텔로 화제가 됐다. W 서울 총지배인 그렉 핀들레이(Greg Findlay)는 “W 서울의 가장 큰 매력은 오픈한 지 8년이 지나도 싫증나지 않은 모던하고 신선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