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쑤저우를 관통하는 운하.
하지만 운하 양옆의 건물이나 집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중국’이었다. 운하에서 물을 떠다가 설거지를 하는 주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상수도 시설이 미비하고 위생 개념도 부족한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운하를 따라가다가 도중에 배에서 잠깐 내려 쑤저우 재래시장을 구경했는데 왁자지껄하고, 활력이 넘치고, 그렇지만 지저분한, 전형적인 중국의 오래된 도시 분위기였다.
과연 쑤저우를 에코도시로 소개할 수 있을까? 코트라 상하이 KBC로부터 추천을 받기는 했지만, 불안감이 몰려왔다.
중국 속의 유럽?
운하에서 빠져나와 자동차를 타고 쑤저우 동쪽에 있는 쑤저우 공업원구로 향했다. 공업원구 입구인 셴다이(現代)대로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8차선 간선도로 양옆에는 폭 10m의 공원이 조성돼 있었다. 시내 도로 양옆에도 화단이 설치돼 있었다. 자동차로 5분쯤 더 달리자 거대한 호수공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잘 정비된 호수공원 주변으로는 고층빌딩들이 늘어서 있었다. 미국 시카고에 바로 붙어있는 미시간 호수가 떠올랐다. 미시간호와 시카고 마천루가 빚어내는 광경은 미국에서도 유명한 볼거리다.
때마침 호수에서는 결혼을 앞둔 커플이 석양을 배경으로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렉서스 RS350을 타고 온 새신랑은 “상하이에서 2시간 넘게 차를 몰고 왔다. 쑤저우 공업원구 호수는 워낙 경치가 좋고 아름다워서 상하이 젊은층에게 웨딩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호수 주변을 따라 산책로가 끝도 없이 이어졌고, 곳곳에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어 호수 안쪽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중국에 와 있는지, 유럽에 와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쑤저우 동부 신형도시’로도 불리는 쑤저우 공업원구의 면적은 288㎢(8500만평).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차를 몰고 가다보면 공원과 호수가 번갈아 계속 나온다. 경제발전에 주력하면서 흔히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을 받는 중국 안에서 쑤저우 공업원구가 어떻게 해서 ‘에코도시’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쑤저우 공업원구의 출범부터 살펴봐야 한다. 1994년 중국은 싱가포르와 합자해서 쑤저우에 새로운 개념의 공단신도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출범 당시 지분은 싱가포르 65%, 중국 35%였다. 그런데 아시아를 강타한 금융위기 이후 중국 측의 추가 투자로 현재는 지분 비율이 중국 65%, 싱가포르 35%다.
당시 자국 기업의 중국 진출 거점 확보를 원했던 싱가포르와 외국인 투자유치 과정에서 싱가포르의 노하우 확보가 필요했던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공업원구는 출발했다.

쑤저우 공업원구 전경.
쑤저우 공업원구가 특별한 것은 시작부터 환경요소를 중요시했다는 점에서다.
쑤저우 공업원구의 쉬샤오제 환경보호국 부국장은 “싱가포르는 공업원구가 출범하고 중요한 전략을 수립할 때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는 특히 생태 환경 분야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했으며, 자국의 경험을 전수해줬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싱가포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쑤저우 공업원구에서는 공장 굴뚝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고압전선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