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호

영국 브리스톨

산업·무역도시에서 최고의 지속가능 도시로 거듭나다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

    입력2009-11-04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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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영국 최고의 에코도시로 선정된 브리스톨은 환경과 비즈니스가 같이 살아나는 도시다. 인구 40만명의 무역도시, 산업도시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로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무엇보다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시의회의 친환경 행정이 손꼽힌다. 친환경시대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 브리스톨이 던지는 함의를 살펴보았다.
    영국 브리스톨
    스티브 매리엇씨는 영국 브리스톨 시의회(한국의 지방정부에 해당)의 지속가능성 파트 매니저다. 8월25일 브리스톨을 방문했을 때 그는 기자를 데리고 지속가능성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을 보여주며 왜 이 도시가 영국의 최고 환경도시가 됐는지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미래세대가 누릴 환경자산을 손상시키지 않고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다소 생소한 직제가 시의회에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담당 공무원인 스티브의 헌신적인 자세 또한 본받을 만했다.

    그가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브리스톨에 본부를 둔 영국 환경청의 새 건물이었다. 2010년 말 입주를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인 이 건물은, 바로 맞은편 중세 귀족의 성처럼 생긴 반원형의 클래식한 시의회 건물과 대조를 이룬다. 건물이 완공되면 영국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심 건물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건물은 빗물을 모아서 그 물을 사용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햇빛을 활용한 인텔리전트 조명, 자연통풍, 지열을 이용한 온수작동 등 여러 가지 친환경적 기능도 갖추게 되지요. 공사 재료들도 재활용 자재들이 주로 사용됩니다.”

    환경청 건물에서 걸어서 10여 분 이동하자 이번에는 옥상에 태양광 집열판이 들어선 현대식 연주회장 콜스턴홀(Colston Hall)이 나타났다. 이곳도 자연조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통유리창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고, 공기정화 역시 자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중앙통제장치에 의해 유리창 개폐가 조절되며, 인공조명 역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등을 활용한다. 외부 온도가 많이 떨어지면 내부 열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막는 단열 기능도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같은 규모의 다른 건물들보다 아주 낮다. 심지어 현재의 에너지 사용 현황은 외부인도 볼 수 있도록 로비 한쪽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에 자세히 나타난다.(사진 참조)

    ‘아우어 바이크 허브’



    연주회장에서 나와 부두 쪽으로 5분가량 걸어가자 큰길가에 튼튼한 자전거 거치대와 자동사용 등록기가 설치돼 있었다. ‘아우어 바이크 허브(Hour Bike Hub)’라고 불리는 자전거 자동대여 시스템 시설물이다. 평소 집에서 직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스티브도 가끔 이 장치를 활용한다고 했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항구 쪽으로 이어지는 큰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분수대가 설치된 아늑한 광장의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나 재킷포테이토(치즈 등을 얹은 통감자구이) 등 가벼운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는 이가 많았다. 이 광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곳에 시티센터 공원인 퀸스퀘어(Queen Square)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한때 교통 혼잡이 극심한 중심가 광장 도로였던 이곳은 시의회의 계획에 따라 1990년대부터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1736년 세워진 윌리엄2세 동상을 중심으로 사방을 향해 인도를 만들고 가운데는 잔디를 심어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바꾼 것. 이제 이곳에선 다양한 콘서트와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퀸스퀘어를 벗어나 부두 쪽으로 걸어가자 넓은 골목 초입에는 대부분 차량통행을 막기 위한 철제기둥들이 설치돼 있었다. 중심가에선 차량보다는 자전거와 도보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려는 장치였다.

    골목 하나를 건너 세련된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앳브리스톨’(@Bristol)이라고 불리는 건물이었다. 그 안에 자리 잡은 사이언스 디스커버리 센터는 많은 학교가 과학과 환경과목의 현장학습용으로 활용하는 공간이다. 이곳 옥상에는 기후변화 적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원이 설치됐다.

    앳브리스톨은 ‘BBC 자연사 유닛’ 제작부서와 공동으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또한 생태학에 관한 온라인 백과사전 ‘아카이브’(www.arkive.com)도 운영하는데,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이 아카이브에는 전세계 야생 동식물의 사진, 동영상, 소리 등을 자료 형태로 구축해두었다. 이 아카이브가 흔히 21세기형 ‘노아의 방주’라고 불리는 이유다.

    ‘영국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까닭

    “앳브리스톨이 들어서 있는 이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심하게 당해 폐허로 변했던 곳입니다. 전후에는 산업시설들이 들어서 있었고 밤이 되면 범죄가 횡행하던 곳이었죠. 그러나 브리스톨시가 최근 이곳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고 즐길 수 있는 ‘지속가능센터’로 바꿔 지금에 이르게 됐지요.”

    앳브리스톨 인근은 바로 항구다. 바닷물이 좁은 수로를 타고 도시 중심부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브리스톨은 다른 항구도시들에 비해 도심으로 화물을 나르는 운송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 항구가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 강 같은 분위기의 이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물류창고는 몇 년 전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바뀌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그 가운데 레스토랑 ‘보르도키(Bordeaux Quay)’는 지속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구현한 모범적인 사례다. 자연채광과 고효율 전구 사용, 단열기능 강화 등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고, 인근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영국 브리스톨

    현대식 연주회장 콜스턴홀은 옥상에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돼 있고, 자연조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친환경 빌딩이다. 작은 사진은 콜스턴홀의 에너지 사용현황 디스플레이 패널.

    스티브의 안내로 1시간30분 남짓 시내 중심가를 돌아보았을 뿐이지만 브리스톨시의 친환경 정책 의지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브리스톨은 런던에서 서쪽방향으로 169㎞ 떨어져 있는 항구도시다. 중심부에 4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교외까지 합치면 100만명의 생활권역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에는 무역항으로 이름을 날렸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롤스로이스 에어버스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등 하이테크 산업 도시로 변모했다. 당연히 산업쓰레기 등 많은 문제를 겪어야 했다.

    그런 도시가 2008년 11월 영국 내에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1위에 올랐다. 이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NGO ‘미래 포럼’이 영국 내 25개 주요도시를 대상으로 환경지표를 분석해 나온 결과다. 2007년 3위였던 브리스톨이 선두로 올라선 것은 그만큼 시의회의 친환경 행정이 높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브리스톨은 또 올해 2월 독일 프라이부르크 등 유럽의 7개 도시와 함께 유럽위원회가 선정한 첫 유럽 환경수도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최종 경선에서 2010년, 2011년 환경수도로 스톡홀름, 함부르크가 각각 지정돼 브리스톨은 비록 그 영광을 놓쳤지만, 이 도시는 2012년 환경수도 지정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정책들을 꾸준히 펴나가고 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브리스톨의 친환경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게리 홉킨스 의원을 만났다.

    ▼ 브리스톨이 지난해 영국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1위에 오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물과 대기의 질, 시민들의 삶의 질, 시의회의 행정, 산업에서 환경적 측면 등 여러 영역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 친환경적 요소를 비교할 때 브리스톨은 영국의 다른 도시들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다행스럽게도 브리스톨은 전통적으로 많은 녹지공간을 물려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공간을 잘 관리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공원을 운영해온 방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터부터 도심의 주요 공원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원하는 녹지공간이 어떤 것인지 면밀히 관찰하고 있고요. 모든 시민이 녹지공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쓰레기 처리 문제는 브리스톨이 특별히 큰 성과를 거둔 부문입니다.”

    쓰레기 분리수거의 측면에선 영ㅁ 도시 대부분이 한국 도시들보다 뒤져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플라스틱 건초 등을 제외하고는 음식물과 기타 쓰레기가 분리되지 않고 한군데에 버려진다. 따라서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쓰레기 매립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브리스톨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우리 도시는 쓰레기를 매립하지 않습니다. 쓰레기 매립은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아니지요. 또 우리는 주 단위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및 분리수거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그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음식 쓰레기를 낭비해왔는지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식품 구매 패턴에 변화가 생길 정도로요. 낭비를 덜하게 된 거지요. 이런 변화를 거치면서 2007년의 경우 1인당 쓰레기량이 2003년에 비해 18%나 줄었습니다. 이는 유럽의 환경수도 경쟁국이었던 함부르크나 스톡홀름에 비해서도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입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활기

    이밖에도 브리스톨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에너지원, 즉 태양광 풍력 등을 통한 소규모 전력생산 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용량이 크지는 않지만 조력발전 설비도 갖추고 있다.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2005~06년에 스톡홀름과 함부르크보다 낮았다. 함부르크가 2.04t, 스톡홀름이 1.1t이었지만, 브리스톨은 0.84t이었다. 브리스톨은 또 1996년 이래 개별 가정의 에너지 효율을 평균 23%나 개선했다. 이는 모두 시민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으로 가능했다는 게 시의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친환경 시책을 효과적으로 펴기 위해 시의회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시책을 실천하고 있다. 예컨대 브리스톨 시의회의 건강, 경찰, 소방 담당 등의 분야가 특히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8월 중순 건강담당부서에서는 2010년까지 온실가스 방출량을 10% 줄이자는 ‘텐·텐(10·10) 캠페인’을 시작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풍력발전기 2대를 돌려 시의회 건물 에너지 소비량의 20%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 브리스톨 시민들의 환경의식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십니까.

    “시민들의 환경의식 수준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 어느 도시보다 높은 편입니다. 시민들에 대한 꾸준한 환경교육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브리스톨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경제적 이득을 낼 수 있는 도시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브리스톨의 환경 컨설턴트회사인 ELS의 앨런 베일리 국장의 말이다.

    “현재 영국은 대부분 세계적인 금융위기 탓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 관련 비즈니스가 살아나고 있는 브리스톨은 다른 지역보다 경제적 어려움을 덜 겪는 편입니다. 많은 이가 브리스톨에 와서 살고 싶어 하거나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이는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이점이 되고 있습니다. 브리스톨은 주요 산업센터, 파이낸셜센터, 상업센터 등을 갖고 있고 그만큼 비즈니스의 기회가 많아 런던 이외에는 가장 소득이 높은 지역 가운데 한 곳입니다. 생산력이 높은데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기업 운영이 가능한 지역입니다.”

    에코도시가 단순히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비즈니스 현장으로 연결되는 모델 프로젝트들이 바로 브리스톨이 자랑하는 부분이다. 예컨대 3년 전 출범한 BETS(Bristol Environment Techno-logies and Services)는 주로 브리스톨의 경제권이 미치는 영역 안에서 외부의 투자자를 유치하고 친환경 기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파트너십 조직이다. 이 틀 안에서 브리스톨대 등 3개 대학과 프로젝트 회사, 환경농장, 컨설턴트업, 풍력발전 개발회사, 해양회사 관계자 등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해 BETS는 첫 트레이드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쳤고 올해 말엔 지속가능성에 대한 세계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앨런 베일리 국장의 말이다.

    영국 브리스톨

    브리스톨 중심의 퀸스퀘어. 과거에는 교통량이 많은 중심가였지만 현재는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시민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원으로 바뀌었다.

    유럽 환경수도 이니셔티브

    “에코도시 브리스톨은 기업의 시각에서도 성공적인 모델입니다. 성숙한 환경의식을 갖고 있는 시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친환경 행정,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브리스톨은 환경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춘 도시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브리스톨 환경수도(Bristol Green Capital)’라는 자발적인 프로그램까지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환경적인 노력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소기업이나 동물원, 건축회사 등도 브리스톨을 환경수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5년 동안 지속가능 경영의 선두에 섰던 콰트로 디자인 건축(Quattro Design Architects) 회사는 이러한 노력의 대표주자에 해당한다. 이 기업은 집에 관한 환경정보를 고객들에게 충분히 알려주어 상생구조를 만들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DNA 안에 ‘그린 어젠다’가 들어있다고 말하는, 콰트로 디자인 건축의 휴 네틀필드 환경경영 시스템 디렉터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의 접근 방법은 고객들이 건물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주의 깊게 듣고, 대신 우리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난방과 냉방을 고려하면서 건물의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전체적인 문제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예컨대 햇볕을 잘 활용할 경우 냉방이나 난방 장치를 별도로 갖추지 않아도 되도록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죠.”

    영국 브리스톨

    친환경·과학 교육이 이뤄지는 앳브리스톨 건물 전경.

    콰트로는 본사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해마다 5%씩 줄이고, 사원들의 친환경 여행을 장려하며, 물 사용량을 줄이고, 발생한 쓰레기 가운데 75%를 재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개별 기업의 성공적인 환경경영 사례가 모여 에코도시 브리스톨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에코도시의 ‘심장’ 시의회가 브리스톨을 유럽의 환경수도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인 2007년이다. 이때 민간, 공공, 자원봉사 기관들이 협력해서 환경수도 이니셔티브(Green Capital Initiative)를 출범했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 부분 대표들로 구성된 ‘추동그룹(Momentum Group)’도 만들어졌다. 교통단체인 ‘서스트랜스(Sustrans)’, 유기농 식품·농장 연합체인 ‘토양연합(Soil Associa-tion)’ 등 해당 부문 영국 최고의 NGO들도 힘을 보탰다.

    도심 교통문제는 미해결

    그 결과 올해 초엔 영국에서 최초로 ‘자전거 도시’로 선정되면서 정부로부터 1140만파운드(228억원)의 보조금도 지원받았다. 또 녹지공간을 확대하기 위한 ‘공원과 녹지 전략’ 시책에 따라 환경이 개선된 블레이즈성(城), 퀸스퀘어, 트루퍼스힐 호수 등의 사례가 영국의 대표적인 환경상인 ‘그린플래그어워드(Green Flag Award)’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에코도시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는 브리스톨의 고민은 도심의 대중교통 수단 문제다.

    “도시에서 이동수단의 70%가 자동차입니다. 이건 상당히 높은 수치지요. 그래서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브리스톨을 자전거 도시로 만들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자전거로 도심을 통행하는 비율을 두 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자전거 사용 권장은 최근 한국에서도 큰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비판론자들은 서울 등 한국의 도시들에 대개 언덕이 많아 자전거 사용을 권장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정책이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브리스톨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LS 앨런 베일리 국장의 말이다.

    “제 생각에 브리스톨의 자전거 도시 정책도 큰 성과를 보고 있다고 봅니다. 이웃 유럽 도시들이 평탄한 길이 많은 것에 비해 브리스톨은 언덕길이 굉장히 많아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내 곳곳에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는 시설을 갖추자 그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고, 자전거 이용자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브리스톨은 지방자치단체의 헌신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이 선행될 경우 환경적인 차원에서, 또 비즈니스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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