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호

골드미스가 이명에 시달리는 이유

  • 입력2010-06-04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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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미스가 이명에 시달리는 이유
    점심시간에 진료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여성 환자들이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이나 골드미스 중에는 이명증(耳鳴症)환자가 많다. 이명의 배후에 자율신경부조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체를 우주에 비교한다면 자율신경은 우리 몸의 일월성신(日月星辰) 중에 성신(星辰)에 해당한다. 일월(日月)은 뇌의 좌, 우반구를 가리킨다. 우반구는 태양이 떠오르면 환히 다 보이는 것처럼 직관과 감성을 통해 예술적 사고를 낳고, 좌반구는 달빛 아래 사물의 형체를 더듬어 해석하듯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며 수학적인 사고를 한다고 여겨진다. 자율신경은 좌, 우반구가 직접 관장할 수 없는 부위에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통제되는 기능이다. 다 알 수는 없지만 별의 자장처럼 알 수 없는 곳에서 고요히 전신을 지배하며 교감신경계는 양적인 작용을, 부교감신경계는 음적인 작용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체는 어느 부위나 음양으로 구분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이 음양의 접합점에 자율신경이 있다. 어릴 때 막대자석놀이를 하면 음전하와 양전하가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쪼개어도 똑같이 음전하와 양전하가 흐르는 것처럼 인체 모든 곳이 음양으로 조절과 균형을 꾀한다. 한의학에서는 태극기의 붉은 부분과 푸른 부분처럼 정신과 육체가 서로에게 안겨 있다고 보고, 정신은 양, 육체는 음이라고 규정하며 음양의 조절에 치료의 목표를 둔다.

    정신과 육체 사이에 어떤 통로가 있을까에 대해서는 서양 철학자들도 관심을 가졌다. 특히 칸트는 정신과 육체를 항해사와 배의 관계에 비유하고, 그 접합점을 배의 조정타로 규정하면서 인체에서 뇌 속의 송과선을 조정타로 지목했다. 칸트는 송과선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인 스웨덴 여왕 크리스티나를 예방했다가 폐렴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신(神·신경)을 설명한다. “신(神)은 음과 양에 모두 통하고 있으면서 섬세한 것까지 살피며 문란한 것이 없다.” 현대의학에서 육체와 정신 사이에 자율신경이 있어서 육체적 피로와 고통을 정신에 전가하고 정신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육체에게 전가하면서 서로의 균형을 도모한다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설명이다.



    스트레스로 호르몬 균형 깨져

    자율신경은 생명을 유지하는 자동제어 장치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둘로 나뉜다. 심장이나 위장의 작용, 땀을 내는 한선, 내장이나 혈관의 수축과 확장, 호르몬 분비 등 생명유지와 관련 있는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교감신경은 싸우거나 도망할 때 작용하는 것으로 양적인 작용을 하고, 부교감신경은 조용히 밥을 먹거나 잠을 잘 때 작용하는 신경이다. 예를 들면, 교감신경이 긴장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부교감신경이 긴장하면 반대로 심장 박동이 느려진다. 깜짝 놀라거나 분노할 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교감신경이 긴장상태에 놓인 것이며, 다시 안정을 찾으면 부교감신경의 작용이 커져 심장 박동이 평소 수준으로 돌아간다. 위장의 작용은 이와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놓이면 활발해진다.

    싸울 때를 예로 들면 이해가 더 쉽다. 싸울 때 긴장한다. 말초혈관도 긴장해 수축하고, 몸에 있는 털이 쭈뼛쭈뼛 선다. 말초에 있던 혈액이 심장으로 집중되면서 심장이 수축과 이완(펌핑)을 하기가 힘들어져 두근거린다. 긴장하면 당연히 밥맛이 없어지고 대변을 보는 것도 힘들어진다. 싸우면서 잠들기는 더욱 어렵다. 뇌로 올라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뒷목의 근육이 긴장하고 어지럽거나 이명이 생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몸이 10개라도 버텨내기 힘들다. 피로가 덮치고 심하면 불안과 공포가 엄습한다. 자율신경의 불균형이 인체에 무섭게 부담을 떠안기는 것이다.

    교감신경의 발동은 스트레스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으며, 두통이나 어깨강직, 경련, 현기증, 손발 저림, 복통, 변비, 설사 등 불특정 다수의 증상이 엄습해온다. 자율신경 실조증에 걸린 사람의 빈도를 보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부수적으로 나타난 이명증상은 치료도 어렵고 까다롭다.

    골드미스가 이명에 시달리는 이유

    정기가 약해지면 신경이 자기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상 행동을 하게 된다.

    왜 여성이 많을까? 자율신경의 중추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다. 이곳을 둘러싸고 식욕중추, 체온중추, 수분대사중추가 모여 있어 여러 장애를 일으킨다. 호르몬중추는 시상하부 아래에 위치하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를 조정한다. 특히 생리, 임신, 출산 등 생식기능을 담당하는 에스트로겐의 분비량 변화가 자율신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20대는 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지고, 갱년기에는 호르몬 분비가 떨어지며, 골드미스는 업무나 스트레스, 빈 둥지 증후군 등으로 호르몬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일정하지 않은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거나 추웠다 더웠다 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불면이 유발되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임상에서 보면 특히 자극을 미치는 것이 몇 가지 더 있다. 분만 후 자율신경 실조증이다. 습관성 유산이나 중절이 병을 불러오기도 하고, 육아를 둘러싼 갈등이나 출산 후 허탈감, 산후수유조리 이후의 체력 저하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난소를 절제하거나 기능이 소실되는 경우도 상실감으로 인해 자율신경 실조증상이나 이명이 심하게 나타난다.

    다양한 증상에 다양한 치료법

    자율신경은 우리 몸의 장기나 기관에 구석구석 분포되어 있어 일어나는 증상도 다양하다. 전신증상과 국소증상으로 나뉘는데, 전신증상으로는 불면이나 식욕부진, 피로, 초조, 불안감, 우울증이 있다. 국소증상으로 눈에는 눈의 피로와 안통, 목에는 목이 막힌 느낌이나 불쾌감, 근육과 신경에는 두통과 어깨 결림, 목 부위의 강직 등이 나타난다. 심장, 폐, 혈관에서는 과호흡이나 흉부압박감, 현기증, 저림, 상기증이 생긴다. 위장에서는 구역질과 위통증, 변비, 설사가 생기고 방광에서는 소변이 자주 마렵다든지 배뇨시 불쾌감이 나타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런 질병의 특징을 이렇게 기록했다. “혼자 사는 여성은 억울(스트레스)로 인해 병이 생기는데, 잠깐 열이 났다 추웠다 하고 얼굴이 붉으며 가슴이 답답하다. 때로 절로 땀이 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 아래에 있다. “진짜 과부사니의 질병이다. 홀아비나 과부가 성욕이 채워지지 않아 가슴이 아프고 땀이 나며 볼이 붉으면 연잎을 쓴다. 꽃이 있을 때는 꽃까지, 씨가 있을 때는 씨까지 한 송이를 따서 잘 짓찧어 우물물에 걸러서 찌꺼기를 버리고 먹으면 곧 낫는다.”

    이명과 현기증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몇 가지 경우로 나누어 치료한다. 본태성인 경우는 허약체질이나 저혈압이 잘 생기는 것으로 스트레스보다는 자율신경기능의 허약이 문제가 된다. 신경증형의 경우는 노이로제가 원인이며 신경과민으로 자신의 몸 상태에 매우 민감하다. 심신증형은 노력하고 근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아서 생긴다. 우울형은 만성적으로 오래되어 체력이 고갈되어 생기는 것이다.

    한의학적 치료법은 정기신(精氣神)의 보강에 1차적인 목표를 둔다. 인체는 정기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과 기혈이 충분하면 신은 안정된다. 정과 기혈이 부족하면 신이 불안정해지며 의식이 탁해진다. 또 장부가 약해지면 거기에 속한 기관에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불쾌한 증상이 생긴다. 정기가 더 약해지면 신(신경)이 자기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상하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골드미스가 이명에 시달리는 이유
    李相坤

    1965년 경북 경주 출생

    現 갑산한의원 원장. 대한한의사협회 외관과학회 이사, 한의학 박사

    前 대구한의대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저서 :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 ‘코 박사의 코 이야기’


    스트레스 치료에는 크게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승양산화법’은 화산처럼 속에 있는 화를 들어 올려 날리는 방법이고, 청열법은 열을 식히는 방법이다. 자음강화법은 여름에 찬물을 마시면 시원해지는 것처럼 찬 약을 넣어서 화를 내리는 방법이며, 허약해서 생기는 열은 보하여 열을 내린다. 마지막 방법은 소통이다. 관장처럼 아래를 뚫어서 전체의 열을 내리는 방법이다. 옛 사람의 지혜는 자율신경 실조증처럼 실체 없는 병을 다스리는 다양한 치료법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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