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매력이 경쟁력이다

  • 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입력2010-04-02 1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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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 선수의 매력적인 퍼포먼스는 한국을 경제 강국에서 매력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실력은 있는 나라’가 ‘매력적인 나라’로 도약한 것이다. 매력은 선진국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김연아 선수가 열어놓은 가능성을 국가 차원에서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 진짜 선진국 대우를 받으려면 말이다. 올해 필드의 화두도 ‘실력 플러스 매력’이냐, ‘실력 마이너스 매력’이냐다.
    올해 초 테니스 스타 샤라포바 선수가 나이키와 10년간 약 760억원의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샤라포바는 향후 10년 동안 우승 상금으로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광고모델료와 초청료 등으로 벌 것이다. 샤라포바 선수가 이처럼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할 수 있었던 건 그에게 ‘3P’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광고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P는 경기력(Performance), 매력적 개성(Personality), 순수함(Purity)을 가리킨다. 실력 있고 매력적인데다 깨끗한 이미지까지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3P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기업의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나이키는 말할 것도 없고, 유명 자문회사인 액센추어까지 그를 모델로 활용했다. 그러나 섹스 스캔들 이후 그의 별명이 ‘밤의 황제’ ‘바람의 황제’로 바뀌었고, 3P 중 마지막 P인 Purity를 잃어버렸다.

    결국 여러 기업이 그를 광고모델에서 부랴부랴 해촉했다. 스포츠 산업 흥행을 위해 타이거 우즈를 복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그가 복귀하더라도 마지막 P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P 중 첫 번째 P는 실력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P는 매력적인 이미지다. 3P의 중요성은 스포츠의 세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계와 정치계, 문화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A. 실력도 있고 매력도 있는 사람



    B. 실력은 있지만 매력이 없는 사람

    C. 실력은 없고 매력은 있는 사람

    D. 실력도 없고 매력도 없는 사람

    이렇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놓고 보면 누가 성공할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필드에서 함께 라운드하고 싶은 사람도 A타입이다. D타입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B타입과 C타입 중 어느 쪽이 나을까 생각해보면, 오히려 C타입을 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경제 강국에서 매력 강국으로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우리가 흥분한 것은 우리 선수들이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메달을 따내 종합 성적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김연아 선수의 매력이었다. ‘연아 효과(Yuna effect)’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연아 선수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우리는 요즘 눈뜨자마자 김연아 선수의 광고를 보고, 종일 또 김연아 선수가 등장하는 광고를 접하다가 김연아 선수의 광고를 보면서 잠든다. 확실히 김연아 선수는 3P를 완벽하게 갖춘 스타 중의 스타다. 김연아 선수는 대한민국을 경제 강국에서 매력 강국으로 한 차원 높인 위대한 인물이다.

    이제는 정말 매력이 경쟁력이다. 개인도 매력이 있어야 하고 도시나 국가도 매력이 있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올 초 전 세계에서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하면서 서울을 3위로 꼽았다. 그동안 서울의 매력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도시마케팅을 활발히 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이 도쿄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평가한다.

    이제 본격적인 골프시즌이다. 겨우내 기다렸던 필드로 달려 나가려니 골퍼들은 가슴이 설렌다. 올해 우리나라 필드의 화두와 트렌드는 무엇일까? 나는 감히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연아 효과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것이 선진국 진입이고 선진국의 중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매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G20 정상회담까지 열릴 예정이라 선진화 열풍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실력도 있지만 매력도 있는 나라임을 알려줘야 진짜 선진국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롤프 얀센은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어서면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꿈과 감성을 추구하게 된다고 했다. 한국은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섰다가 지금은 1만9000달러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미 2만달러를 넘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수준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한국이 드림 소사이어티를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한국사회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이고, 매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판타지의 매력

    얼마 전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구준표라는 재벌 상속자를 중심으로 4명의 꽃미남이 ‘F4’라는 이름으로 세탁소집 딸 금잔디와 벌이는 우정과 애정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이 드라마는 판타지다. 비현실적인 판타지, 꿈을 좇으면서 쾌감을 얻는다. 이 드라마는 꿈을 팔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마 10~20년 전에 방송됐다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감성적 매력

    배우 배용준은 일본에서 ‘욘사마’로 불린다. 일본의 중년 여성은 욘사마에 열광한다. 그녀들이 언뜻 문제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학력 수준도 높고 부부 사이도 원만한 여성들이다. 이들이 욘사마에 열광하는 것은 배용준의 감성적 매력 때문이다. 일본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가 안정되면서 이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수용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중년 여성들이 욘사마처럼 감성적인 배우를 좋아하는 반면 한국의 중년 여성들은 화끈하고 터프한 이병헌, 송일국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 선진국은 부드러운 사람을 좋아하는데, 한국도 사회가 더 안정되고 먹고살 만해지면 감성적 매력을 추구할 것이다.

    #섹시한 매력

    테니스 스타 샤라포바는 섹시한 매력이 있다. 몸매와 얼굴 등 매력적인 면모가 많다. 비너스 윌리엄스라는 선수와 실력은 비슷한데, 그녀보다 5배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광고모델 수입이 상당한 것은 그에게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매력은 연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물이 잘났다고 해서 매력 있는 게 아니다. 인물이 평범해도 연출력이 있으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스포츠도 이제는 스포츠미디어, 스포츠산업, 스포츠마케팅이 연결되기 때문에 매력이 있을 때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결국 ‘실력 플러스 매력’이냐, ‘실력 마이너스 매력’이냐 하는 것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포용의 매력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수록 포용력이 중요해진다. 다양화된 사회에서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포용력을 지닌 사람이 성공한다.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것도 같은 이유다. 대선 당시 오바마의 경쟁 상대는 매케인이 아닌 힐러리였다. 그런데 오바마는 당선 후 정치적 라이벌이던 힐러리를 동반자로 끌어안았다. 포용이란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생각, 심지어 나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을 끌어안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끌어안지 못하면 절대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일류 다국적기업들은 대부분 다양성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다. 다양성을 잘 활용해서 강점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다양성에서 오는 리스크를 예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소통의 매력

    요즘 ‘소통’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소통은 커뮤니케이션에 설득력을 더한 것이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소통의 달인이었다. 그는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백악관으로 불러 함께 식사하면서 설득했다. 그렇게 반대편 사람을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기도 했다. 클린턴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은 권력이나 정보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정서적 소통이었다.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확실한 근거가 있어도 감성적 충돌이 있으면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글로벌 프런티어의 매력

    최근 우리나라는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우리나라 사람 또한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지금 우리 농촌은 국제결혼이 늘면서 세계화가 되어가고 있다. 시골 반상회를 영어로 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한국인이면서 세계시민이라는 정체성이 필요한 때다. 이러한 시대에는 점점 글로벌 프런티어의 매력이 중요해진다. 요즘 가장 매력적인 글로벌 프런티어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연아 선수를 꼽을 수 있다.

    #예술의 매력

    클래식음악은 원래 왕족이 즐기던 것인데, 시민들이 돈을 벌어 조합을 결성해 콘서트를 만들고 오페라를 보기 시작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어서면 예술에 대한 욕구가 생겨난다. 앞서 말한 꿈과 매력, 감성 같은 것들이다.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상당한 인기를 모았는데, 안방에서 클래식음악을 듣고 심지어 연습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냉장고에도 이상봉이나 앙드레 김의 디자인이 들어가는 등 아트마케팅이 붐이다. 이제 예술이 접목되지 않으면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없다. 과거에는 아파트 평수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 집에 무슨 그림이 걸려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제는 기업이든 가정이든 제품이든 아트가 들어가야 품격이 높아지고 경쟁력이 생긴다.

    #나눔과 봉사의 매력

    사람이 인색하면 매력이 없다. 겸손과 나눔은 지속가능이고, 오만과 독식은 지속불가능이다. 자기가 벌었다고 혼자 다 쓰면 잘될수록 주변이 피폐해진다. 자기가 노력해서 벌었더라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지지를 받는다. 나눔과 봉사가 있어야 지지자가 생기고 사람들이 마음을 연다. 오늘날 금력(金力)은 돈의 보유량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좋은 곳에 사용하는 역량에 비례한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의 영향력은 부자라서 생기는 게 아니라 좋은 곳에 돈을 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영성적 매력

    최고의 매력은 영성적 매력이다. 깨끗한 영혼, 윤리성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셨을 때 종교를 떠나 모든 국민이 애도를 표한 것은 한국 사회가 영성적 매력을 그리워했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해서 사회적 지도층에 대해서 믿음이 사라지고 실망이 커지다보니,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우리 시대에 이런 분이 계셨다는 것 자체가 축복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영성적 매력은 자기희생에서 비롯되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가수 김장훈은 돈을 버는 대로 기부를 해서 그동안 기부한 금액이 40억원에 달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기부한 것이 아니다. 내 콘서트에 와서 돈을 내신 분들이 나를 통해서 기부를 한 것이다”고 말했다. 종교적 지도자뿐만 아니라 이런 사람들에게 영성적 매력이 있는 것이다.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 차원의 매력이 바로 영성적 매력이다.

    매력적인 사람들은 존중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별한 기회를 더 얻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얻기 힘든 좋은 기회를 얻기도 하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도 용서받는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결코 받지 못할 호의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람들은 매력적인 사람을 감싸주고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그를 위해 애써주며 미심쩍은 일이 있어도 선의로 해석한다. 이것이 매력 패러다임(Attraction Para-digm)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정도면 물러났어야 했다. 그런데도 살아남았다. 그가 매력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잘생기고, 외교도 잘하고, 당시 경제상황도 좋았고, 골프 잘 치고, 사교춤 잘 추고, 늘 부드러웠다. 국민도 그의 스캔들에 고민했지만 매력의 패러다임이 몇 번 돌면서 ‘어려서 가정환경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이지 원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살아남게 된 것이다.

    반면 닉슨 전 대통령은 어떤가?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 사고 후 대책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몇 번의 말 바꾸기를 했다고 해서 ‘미국 대통령이 거짓말을 해서 되겠는가. 거짓말하는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결국 중도 사임하게 됐다.

    선진국은 매력 강국이다. 19세기에 군사 강국이 대세였다면 20세기는 경제력이 뛰어난 경제 강국이 대세였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 강국이 대세다. 이제는 국민총생산지수보다 국민총매력지수가 높은 나라, 하드파워보다 소프트파워가 좋아서 사람과 돈을 끌어당기는 국가나 도시가 선진국이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한 유일한 나라다. 경제력도 세계 12~13위권이다.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와 같이 어울리기에는 왠지 품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어정쩡한 대우를 한다.

    국가 브랜드파워가 매력인데, 세계 50개 국가 중 한국은 33위다. 삼성이나 LG의 브랜드파워가 세계 1~2위, 경제규모 12~13위인데 국가 브랜드파워가 33위에 머물다보니 미국에서는 삼성, LG 제품을 일본 제품인 줄 알고 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넥타이의 경우처럼 똑같은 소재와 디자인의 제품이 국가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제품에 ‘Made in Italy’라고 쓰여 있으면 비싸게 팔리고, ‘Made in Korea’라고 쓰여 있으면 싸게 팔리거나 안 팔린다. 그래서 많은 중소기업이 국가 브랜드파워에 따라 제값을 받거나 더 받고 하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것이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다.

    매력형 기업이나 조직이 되려면 먼저 CEO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인재를 채용할 때도 어느 대학 나왔는지, 시험성적이 몇 점인지가 아니라 매력적인 사람을 뽑아야 고객만족도 가능하고 창의력, 친화력, 팀워크를 모두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동창회 회장을 선출할 때도 매력적인 사람이 뽑혀야 회원들도 더 많이 참석하고 회비도 더 많이 낸다.

    국민총매력지수를 높여라

    그리고 필요한 것이 매력적 제품, 매력적 디자인, 매력적 서비스, 매력적 브랜드, 매력적 근무환경이다. 일벌백계로도 신상필벌로도 안 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매력적으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력에는 외적 매력과 내적 매력이 있다. 보이는 매력으로는 디자인, 인테리어, 패션 등이 있다. 내적 매력은 문화의 매력, 정신의 매력, 히스토리의 매력 등이다. 선진국이 되면 디자인, 패션산업, 로고, 상징물 등 외적인 요소들이 중요해지고 그에 따라 크게 발전하게 된다.

    매력 창출 5단계를 보자. 첫째,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둘째, 파악된 자신만의 매력을 개발하라. 셋째, 자신만의 매력에 메이크업을 하라.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은 살짝 지우라는 것이다. 넷째, 매력을 알려라. 다섯째, 자신이 설정한 매력 목표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라. 즉 매력 정체성을 유지하라.

    누구나 매력은 있다. 키가 작은 사람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 어릴 때 나의 최대 고민은 작은 눈이었다. 내가 안경을 쓰는 이유도 작은 눈을 가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연애할 때 아내가 하는 말이 “자기는 눈이 가장 매력적이야”라고 했다. 눈에 총기가 있어 보이고 웃을 때 너무 멋있다는 것이다. 그 후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매력 포인트가 매력인지 반매력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장 안타까운 것이 자신의 타고난 매력, 축적된 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이다.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얼짱 몸짱이다. 모두 노력해서 만든 오바마표 매력이다. 그는 바쁜 유세 기간에도 몸매 만들기를 쉬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최고 매력은 연설에 있다. 오바마는 그가 가진 매력을 통해 국민을 통합시키고 미국을 이끌어 가고 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이름 없는 대학을 나왔고, 이혼 경력이 있고, 지적 수준도 탁월하지는 못했지만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큰 성과를 올렸다. 특히 미소 냉전기에 최고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에게는 법칙이 있었다. 연설을 위해 연단까지는 여덟 발짝을 걸어간다, 주먹을 쥐고 눈에 힘을 주고 입은 굳게 다물고 몇 초간 걷는다 등이다. 연설문 담당자만 있는 게 아니라 표정, 복장, 제스처 등을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그렇게 모든 행동이 매뉴얼에 따라 나온 것이었다. 정치학자들은 ‘레이건 대통령의 본업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연기자다’라고까지 이야기했지만 대통령다운 이미지, 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차기 대통령선거에서는 진보나 보수가 아닌 꿈과 희망과 활력을 주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다. 진보나 보수는 이제 글로벌 트렌드와 아무 관계가 없다. 이제는 정치인도 매력적이어야 하고, 장관도 매력적인 장관이 나와야 한다. 특히 더 매력적인 부처들이 생겨나야 한다. 문화, 관광, 체육, 예술, 보건복지와 관련한 부처들은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매력적인 뉴스들이 나와야 국민이 신바람이 난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국가발전 단계가 군사 강국-경제 강국-문화 강국으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이에 대한 공부도 하고 강의도 해왔다. 하드파워의 시대에서 소프트파워의 시대로 전환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문화 강국은 매력 강국이나 마찬가지 의미를 갖는다. 문화의 매력이 바로 파워의 원천인 것이다. 나는 이를 생활 속에서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특히 CEO들과 함께 ‘매력경영’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는 ‘젠트회’고 또 하나는 ‘토끼회’다. 젠트(Gent)는 영어 젠틀맨(Gentleman)의 약자인 것처럼 신사들이 모여서 매너, 에티켓, 국제의전, 패션 등을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다. 한 달은 서울시내에서 식사모임을 갖고 다음 달은 필드에서 운동을 한다. 우리 회원들이 모이면 주위 사람들은 패션 모델이냐고 한마디씩 한다. 그만큼 보이는 매력, 보이지 않는 매력에 모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듣는 말이다.

    토끼회는 토끼띠 동갑내기 CEO들이 모여서 지속가능경영 공부를 하는 친선모임이다. 아주그룹 문규영 회장, 그런포스펌프 이강호 사장 등 쟁쟁한 CEO 10여 명이 회원이고 그중 한 분이 지난해 외국 대사로 나갔다.

    얼마 전 필드에서 토끼회 모임이 있었다. 모두 네 팀이었는데 두 명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토끼들이 필드를 뛰어다니니까 물고기가 물을 만난 거나 마찬가지로 생기발랄한 표정들이었다. 토끼회도 당연히 매너, 에티켓 의전 공부도 함께 하고 있다. 매력적인 CEO가 되고 싶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필드에서도 ‘실력 + 매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토끼회는 해가 갈수록 자긍심도 생기고 늘 우리의 상징인 토끼에 대해 좋은 소재를 발굴하고 발표하면서 문화적 유대를 다져가고 있다.

    이날은 마침 내가 토끼의 매력에 대해 발표하는 날이라 이런 글을 준비했다.

    토끼를 사랑해주세요

    나는 토끼입니다. 토끼는 큰 귀를 가지고 있어서 세상의 소리를 늘 먼저 듣습니다.

    토끼는 빨간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한 눈이 아니라 늘 깨어 있는 눈이지요.

    토끼는 꾀가 많고 부지런합니다. 용궁에 잡혀갔으면 일단 죽은 목숨이지요. 그러나 토끼는 꾀가 많아서 무사히 살아났습니다. 사실 용궁에서 달나라까지 다녀온 동물은 토끼밖에 없습니다. 토끼는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토끼가 거북과의 경주에서 패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너무 실력 차가 나니까 중간에 졸다가 거북에게 추월당했다는 것은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요즘 토끼는 일단 게임에서 승리한 후에 휴식을 즐깁니다.

    토끼는 달리기를 잘하기 때문에 속도경쟁에서는 늘 유리하지요. 특히 뒷발이 길어서 오르막길을 달릴 때는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토끼의 강점은 오르막을 빠르게 달리는 것입니다.

    토끼는 다른 종족을 공격하지 않고 늘 평화를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토끼풀은 세 잎이면 행복을 의미하고 네 잎이면 행운을 의미합니다. 토끼는 행복과 행운을 먹고 사는 복스러운 존재입니다.

    토끼가 싫어하는 말은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겁니다. 더 무서운 말도 있습니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다 잡는다는 겁니다.

    그러나 토끼는 번식력이 좋고 다산이기 때문에 대가 끊길 일은 없습니다. 플레이보이와 바니걸스 캐릭터는 이런 특성이 반영되어 탄생된 것이지요.

    종종 토끼의 간을 노리는 자들이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성을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토끼는 겁이 많은 것 같지만 역사상 항복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토끼는 결코 꼬리를 내리는 일은 없으니까요.

    토끼는 다른 종족을 공격하지 않고 늘 평화를 사랑합니다. 토끼는 깊은 산속 옹달샘을 사랑하는 환경지킴이입니다.

    토끼처럼만 살아간다면 세상은 더 깨끗해지고 행운이 넘치고 평화로워지겠지요.

    토끼들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도 토끼를 사랑해주세요!

    이렇게 발표하자 토끼회원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이날 게스트로 초대한 두 사람도 물론 토끼띠였고 이날 분위기를 봐서 앞으로 정식회원으로 영입하기로 회원들끼리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매력이 경쟁력이다
    윤은기

    약력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경영학 박사,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회장

    저서: ‘時테크’ ‘스마트 경영’ ‘윤은기의 골프마인드, 경영마인드’ 외 다수


    게스트 두 사람에게 토끼회 행사에 참석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한 명은 이런 매력적인 모임이 있었느냐면서 당장 회원으로 가입시켜달라고 했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분에게도 소감을 물어보았는데 우리는 기절할 뻔했다. 토끼들은 무슨 이야기를 들었을까?

    “제가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계속 망설였는데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같은 해에 태어난 것은 맞고요, 사실 띠는 다릅니다. 음력 설 이전에 태어났기 때문에 제 띠는 호랑이입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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