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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레이스’는 시작됐다

‘2012 레이스’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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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힘이 세다. 4·27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한나라당은 뒤집혔다. 친이(親李) 주류가 밀려나고 중도 소장파가 전면으로 부상했다. 친박(親朴) 비주류와 손잡은 소장파가 당의 쇄신과 변화를 이끌어낸다며 요란하지만 관심의 초점은 ‘구원투수 박근혜’의 등판일정을 언제로 잡느냐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등판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미래 권력’으로 말을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바빠질 것이다.

뒤집힌 것은 그뿐이 아니다. 황우여 새 원내대표는 법인세 소득세 등의 추가 감세(減稅)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2%포인트씩 내리기로 했는데, 그걸 못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황 원내대표는 “감세 철회로 생긴 예산과 작년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등으로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학생 등록금과 육아비, 소시민 주택문제 지원 등에 쓰겠다”고 말했다. 감세를 통한 성장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줄곧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비난해왔다. 그 점에 비추어본다면 황 원내대표의 발언은 노골적인 ‘반(反)MB정책 선언’인 셈이다. 선거의 힘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겠는가.

감세론은 세금을 깎아주면 그만큼 소비가 늘어나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경기를 부양하는 데 있어 감세의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여유 있는 사람들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으로 분배에도 도움이 안 돼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신동아’ 2010년 12월호 인터뷰). 부자들은 감세로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에 비례해 소비하지는 않는다. 급히 더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난한 사람들은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소비한다. 소득이 적어 하고 싶은 소비를 억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득세 감면 이하의 저소득층에는 감세 혜택이 돌아갈 리 없고, 중산층 이하 서민의 경우는 감세로 늘어나는 소득이 적어 소비 증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감세의 경기부양 및 분배효과가 높지 않은 이유다. 기업들의 법인세를 인하하면 국제경쟁력이 높아지고, 이익을 많이 내는 만큼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하지만 이 또한 구체적으로 실증(實證)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아니던가.

이와 달리 빈부의 양극화 현상은 뚜렷하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소득통계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상위 20% 소득자의 1인당 소득금액은 1999년 5800만원에서 2009년 9000만원으로 10년 새 55%나 늘었다. 반면 하위 20% 소득자의 1인당 소득금액은 같은 기간 306만원에서 199만원으로 54%나 줄었다. 10년간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리기는커녕 소득만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체 소득금액 중 계층별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소득의 양극화는 극명하다. 2009년 종합소득세 신고자의 총 소득금액은 90조2000여억원. 이 중 상위 20%가 가져간 소득금액이 64조4000여억원으로 71.4%에 달한다. ‘20대80의 사회’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의 추가 감세 철회 요구는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정당은 선거를 통해 민심(民心)을 읽고 반응하기 마련이다. 정당정치는 계파 간 힘겨루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눈치나 보고 충직한 하인노릇이나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그 동기가 비록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는 의원들의 발버둥이라고 할지라도 청와대와 정부는 당의 요구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은 내년 선거에서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그것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그 피해가 중산층 이하 서민에게 직결된다는 점에서 집권여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분당의 유권자들은 바로 그 점을 경고한 것이다. ‘분당 우파’의 반란이니, 배반이니 하는 것은 우스운 소리다. 오히려 집권 측이 그들의 기대를 배반했고 ‘분당 우파’가 응징한 것이다. 그런 민심에 대고 ‘좌파로부터 나라를 지키자’는 식상한 레코드나 틀어댔는데도 49%의 득표율을 올린 것을 보면 한나라당에는 정말 ‘천당 아래 분당’이었던 듯싶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천당 아래 분당은 없다는 것이다.



선거는 절묘하다. 낮은 투표율로 인해 대표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하지만 선거를 통한 민심의 집약은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어지러운 판을 정리해낸다. 손학규는 승리하고 유시민은 패했다. 엄기영이 지고 최문순이 이긴 것도 그렇긴 하지만, 이번 재·보선의 절묘함은 손학규와 유시민의 승패를 민심이 정리해준 데 있다. 김해을 선거는 처음부터 승자와 패자가 정해진 선거였다. 이겨도 유시민, 져도 유시민이었다. 김해을 유권자의 총합된 민심은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유시민에게 패배를 안겼다. 왜 그랬을까? 영남지역의 뿌리 깊은 친한나라당 정서와 국민참여당 후보의 낮은 경쟁력도 패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내세운다고 해도 유시민은 결코 ‘바보 노무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김해을의 총합된 민심이 간파한 때문이 아니겠는가. 자기희생 없이 자기이익만 고집하는 ‘유시민 정치’에서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한 때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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