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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에서 헤엄치는 안젤리나 졸리

블루오션에서 헤엄치는 안젤리나 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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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웬만큼 냉혹한 사람도 구역질을 참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시체실에서 사지가 잘려나가고 살가죽이 벗겨진 시체와 밤을 보내며 두려움을 넘어 해부도를 그리고, 혈관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그려낸 두 그림쟁이의 감동적인 열정에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다빈치, 그리고 두 점의 ‘해부학 강의’를 그려낸 렘브란트에게 경의를 표한다.

위대한 화가의 그림은 관상에 대해 논쟁을 하거나 저작물을 만들었거나 소위 관상의 대가라는 어떤 관상가의 분석보다 적나라하고 사실적이다. 썩어가는 시체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부하며 그림을 그린 화가는 시체의 살았을 적 심상까지 읽어낸 말없는 관상쟁이다.

우리나라나 중국의 초상화를 보면 표정이나 찰색(察色)의 흐름이 없다. 어찌 보면 너무 밋밋해서 입체감을 살필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는 서양처럼 시체를 해부하는 등 분석적으로 접근하지 않아 표정과 근육의 표현이 부족했던 탓일 것이다. 사실화에 능했던 동양화를 꼽아봐도 서양의 사실화를 능가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도에서 보면 묘한 여운을 주는 게 동양 미술이다.

동양 미인들의 숨은 이야기

미술계의 한 패러다임을 장식하며 새로운 화풍을 구사한 피카소도 사실화에 능했던 작가다. 피카소는 ‘아비뇽의 여인들’을 발표하고 나서 왜 대칭의 조화미가 전혀 없는 비뚤어진 코, 입술을 그렸냐는 질문에 “코를 관심 있게 보게 하려고 저렇게 그렸다. 시간이 한참 지나면 코가 비뚤어졌다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저 그림에서 ‘아름다운 조화’와 ‘산뜻한 색’만을 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대가의 오만함이 배어나는 파격적 답변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의 초상화는 눈길을 붙들며 소름을 돋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초상화나 글에 반영된 미인의 조건은 어떠했을까. 살결·치아·손은 희어야 하고(三白), 눈·머리카락·눈썹은 검어야 하며(三黑), 입술·뺨·손톱은 붉어야 하고(三紅), 몸·머리·팔다리는 길어야 하며(三長), 치아·귀·발 길이는 짧아야 하고(三短), 가슴·이마·미간은 널찍해야 하며(三廣), 입·허리·발목은 가늘어야 하고(三狹), 손가락·목·콧날은 가늘어야 하고(三細), 젖꼭지·코·머리는 작아야 하며(三小), 엉덩이·허벅다리·젖은 두터워야 한다(三太)고 미인의 조건을 제시했다.

같은 동양 문화권인 중국인들이 말하는 미인의 척도도 우리네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의 4대 미인을 보더라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농염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해 그 생김새를 상세히 알 수 없는데,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가는 허리에 대한 허구적 선망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인의 은유는 기가 막힐 정도로 허풍이 심해 왕소군을 일러 날아가던 기러기가 부끄러워 날갯짓을 멈춰 떨어진다 했고, 초선은 떠 있는 달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린다고 했다. 서시는 물고기가 그의 미모에 매료되어 헤엄치는 것을 잊는다고 했다.

양귀비는 꽃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어느 고전에는 ‘뚱뚱한 돼지’로 표현되어 천하절색이 아니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초나라 영왕이 작고 가는 허리의 여인을 좋아하자 나라 안의 모든 여성이 허리를 가늘게 하려다 굶어죽는 이가 잇따랐다고 하니, 날씬하고자 하는 열망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렇듯 동양에서 아담한 몸매에 이목구비가 오목조목 조화를 이룬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으뜸으로 쳤다면, 서양의 미의 척도는 지극히 구체적이었으며, 시대와 유행에 따라 크게 달랐다. 또한 아름답고자 하는 여인들의 열망과 노력은 그들의 도전적인 성향만큼이나 적극적이고 대담했다.

끔찍스러운 ‘화장발’

동양, 특히 중국은 진시황제의 분서갱유와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으로 자료가 단절돼 역사적 근원을 찾아보면서 사실에 입각한 에피소드를 전달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서양의 자료엔 역사적 근거를 갖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예술의 나라라는 긍지를 내세우고 패션과 미술, 향수의 나라로 통하는 프랑스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한다.

16세기 말과 17세기에 프랑스 귀족계급은 아이러니하게도 목욕을 극구 피했다고 한다. 목욕을 모든 악의 근원이라 비난했는데 당시 물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매일 속옷을 갈아입었다. 속옷은 저녁이면 더러워졌다.

베르사유는 시궁창이나 다름없어 위생관념이 없었지만 화장품은 넘쳐흘렀다. 씻지 않을수록 눈속임을 위해 화장은 더욱 짙어졌다. 피부의 윤기가 사라지면서, 살결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불그스레한 뺨, 그리고 결정적인 곳에 찍은 애교 점으로 여드름, 주근깨, 반점을 감췄다. 남자도 화장을 했다. 귀족들은 가발에 분가루를 뿌려 득실대는 비듬과 이를 감췄다.

이 시대의 미인상은 어떠했을까. 덕지덕지 화장한 얼굴에서 맨살을 볼 수 있는 공주가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잠잘 때도 화장을 완전히 지우지 않았다고 한다. 공주들은 심지어 교수대에 올라서기 직전에도 화장을 했다. 상류계급은 호리호리해 보이기 위해 코르셋으로 허리를 한껏 졸라매고, 엉덩이와 젖가슴, 장딴지는 풍만하게 보이려고 각종 장구로 감싼 채 갖가지 가면을 쓰고 열정에 들뜬 축제를 벌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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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균 성형외과 전문의 www.bestp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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