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경제성장은 성장률이나 물질적 풍요로움같이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되곤 한다. 하지만 ‘행복’이란 개인적 감정이요 만족감과 관련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감을 맛볼 수 있는가. 나는 한국 조직사회의 관습과 문화뿐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개인의 인식과 사고방식의 전환에 대해 말하고 싶다.
행복지수를 도입하라!
한국에선 매일 33명이 자살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이다. 한국의 20, 30대가 사망하는 큰 원인 중 하나가 자살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AP통신과 여론조사기관 IPSOS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10개 조사 대상국 중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국민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이뤄냈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마음으로부터 평안함을 느끼고 있지 않은 것이다.
‘행복’은 전세계적 정책 입안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각 지방정부의 평가 시스템에 ‘행복지수’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행복지수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에너지 효율이나 과학기술의 발전, 사회복지뿐 아니라 무형의 가치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있다.
태국의 연구기관들은 앞다퉈 국가행복도(Gross National Happiness)를 GDP와 더불어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들은 태국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황폐한 북동부 지역의 국민이 사회적 복지 측면에서는 오히려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히말라야 오지 국가인 부탄은 이미 ‘국가행복도’를 경제적 복지의 중요한 지표로 관리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국영방송 BBC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1%가 “정부는 국민을 풍요롭게 하는 것보다 행복하게 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제학자들도 행복에 대해 관심이 많다. 런던정경대 교수이자 토니 블레어 총리의 자문역인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는 행복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물질적 번영이 결코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평균수입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물질적 소비가 늘어날수록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는 전통 경제학의 암묵적인 가정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나 물질적 번영, 혹은 삶의 기대수준이나 교육수준, 영·유아 사망률 같은 통계치로 보면 경이로울 정도로 높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만으로는 한국인이 예전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생각은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하루아침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