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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역사학에 시비 거는 비주류의 긴장감

주류 역사학에 시비 거는 비주류의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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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역사학에 시비 거는 비주류의 긴장감

‘역사학의 세기: 20세기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 도면회 윤해동 엮음/ 휴머니스트/ 555쪽/ 2만8000원

동아시아 삼국이 국민국가를 만드는데 처음부터 근대역사학이 동원된 사실을 들어 편자는 20세기를 ‘역사학의 세기’로 명명한다. 20세기가 역사학의 세기라면 그 역사학이 어떻게 생산되었고 그 논리는 무엇인가를 ‘역사학의 세기: 20세기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은 집중적으로 묻는다. 역사학의 생산과정과 논리를 묻기 이전에 필요한 것은 오늘날 역사학이 사회 속에 서 있는 위치는 어디인가 하는 물음이다.

직업적인 역사가들은 대개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데 인색하거나 기피한다. “도대체 지금 누가 사학사를 필요로 할까?” 이 책에서 도베 히데아키의 글은 이 질문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이어서 “역사연구와 사회의 상호작용이나, 연구자 공동체 자체의 변질이나 분해에 대한 분석 없이는 타자를 회복시키고 타자를 향해 자기를 제시하며, 그것을 통해 자기의 학문 산출행위가 처해 있는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이 책의 편찬 주체인 ‘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이하 역사포럼)’은 설립 취지를 “미래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과거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담긴 성찰적 동아시아 역사상의 구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취지를 뒤바꾸어 보면, 오늘날 한일의 역사학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결여하고, 과거에 대한 자기반성이 없다는 진단, 한일의 역사학은 여기에 위치해 있다고 규정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헤게모니와 동원의 장치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 역사포럼은 여러 차례 워크숍을 열고 그 성과를 이미 두 권의 책으로 냈는데, 당시 한국사회에 국사 해체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와 관심의 표적이 되었다. 국사가 헤게모니와 동원의 장치였다는 점을 폭로한 역사포럼의 치열한 자기반성은 역사학계를 넘어서서 사회 전체에 충격을 주었다. 이렇듯 국사의 절대성에 균열을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면 다음으로는 ‘성찰적 동아시아 역사상의 구축’으로 걸음을 옮길 만하다. 그러나 ‘동아시아 역사상의 구축’으로 가지 않고 근대역사학의 분석으로 돌아서서 애초의 취지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한국학계에서 동아시아 담론이 풍미함에도 “한국 측이 동아시아를 정면으로 다룰 능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편자의 고백은 한국학계가 이후 짊어져야 할 숙제의 확인이기도 하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적 역사상’ 그리고 ‘지적 실천으로서의 동아시아’ 등으로 표출된 역사포럼의 의지는 연구행위와 사회현실 사이에 고민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학자들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비판적 계승은 ‘자기반성’까지일 뿐 ‘자기반성’ 이후 공유할 수 있는 방향과 인식은 수렴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역사포럼 참가자 가운데 일부는 정치적으로 서로 대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차 한국에서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다시금 정치적 갈등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역사포럼 참가자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러한 논란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포럼의 행보는 진보주의와 실증주의를 모두 비판하면서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작업이 지난함을 보여주지만, 이미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정치적 조소와 야유와 낙인찍기로 논의 자체를 말살시키는 언어폭력에서 벗어날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제도 속의 역사

이 책은 역사학의 생산과 논리를 제도와 인물 두 가지를 교직시켜 접근하고 있다. 1945년 이전의 역사학에 관해서는 제도에 치중하고 이후의 역사학은 학자 개인의 서술에 무게 중심이 두어져 있다. 랑케 사학이 일본에 아카데미즘 실증주의 사학을 성립시키는 근간이 되었다는 통설과 달리, 고야마 사토시는 랑케 사학이 가진 세계사의 이념이 ‘도덕적 에네르기’라는 개념으로 윤색되어 총력전 체제를 이념적으로 지지하는 기둥의 하나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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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봉│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ha29sb@h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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