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천구 목동의 SBS 사옥.
김인규 KBS 사장이 최근 공사 창사 37주년 기념식장에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를 하지 못한 KBS 직원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며 내뱉은 말이다. 그는 “민영방송 SBS가 동계올림픽 중계권을 독점으로 따내면서 우리 국민은 우리 선수들이 값진 메달을 목에 걸 때마다 KBS가 아닌 다른 방송을 보며 환호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며 자못 비분강개한 어조로 말했다고 한다. 김재철 신임 MBC 사장도 “국민의 세금으로 양성한 국가대표들이 출전한 경기를 특정 방송이 독점 중계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거들었다.
올림픽 독점중계는 부도덕하다?
올림픽 독점중계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KBS-MBC는 SBS와 치열하게 다퉜다. KBS와 MBC는 SBS 비난 뉴스를 여러 차례 보도하기도 했다. 김인규 사장은 “SBS의 단독 중계는 지상파 방송 3사의 합의를 깬 부도덕한 행위”라고 했다. 그러나 비슷한 행태를 거듭해온 KBS가 그런 비판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중계방송 진행상의 서투름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이를 빌미로 흠집 내려는 태도는 비겁하다. 이번 올림픽 독점중계 논란은 한 마디로 SBS의 완승이나 다름 없다.
SBS는 상업방송답게 기만하게 움직여 유무형의 실익을 챙겼다. 단독중계로 회사 인지도와 이미지를 엄청나게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시청률이 상상을 초월했다. 이는 광고 판매의 증대로 이어졌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SBS는 올림픽 기간 17일 동안 142억원어치의 광고를 팔았다.

SBS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팀 일원인 박은경 아나운서.
보편적 접근권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이른바 지식기반사회(knowledge-based society)에선 새로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가 심각하게 커진다. 보편적 접근권은 이를 줄여주는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 1990년대 중반 이래 미국에서 처음 대두됐다. 여기엔 인터넷 언어의 80%가 전세계 인구의 20~30%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로 되어 있는 문제(English divide)까지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2000년 2월2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제안서’를 발표했다. 모든 국민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전화와 같은 보편적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정부도 지식의 습득이 용이한 고소득층과 열악한 저소득층 사이의 정보격차가 소득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10년 전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보편적 접근권의 확대와 디지털 평등사회의 구축이 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