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통, 치통, 근육통 등 신체 각 부위에서 나타나는 통증에 대한 다양한 우리말 표현이다. 통증은 나타나는 부위도, 증상의 양상도 표현만큼이나 다양하지만 그 어떤 통증이든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는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통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통증은 각 조직이 손상을 당하거나 손상이 임박했을 때 느끼는 불유쾌한 감각을 말한다. 신체가 위험에 처해 있음을 알려주는 최초의 경고. 각각의 조직에 손상이 있을 때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는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하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각각의 통증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통증의 정도에 상관없이 통증 그 자체가 손상에 대한 경고이므로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증은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거의 매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머리가 아픈 것도, 배가 아픈 것도,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도 모두 통증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만큼 통증을 다스리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충분한 휴식, 간단한 찜질, 마사지가 도움이 되기도 하고 진통제 한 알로 통증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대부분 통증은 이처럼 간단한 처치만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이런 경우 큰 질환보다는 일시적인 증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통증들은 큰 병을 예고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신호들을 놓치거나 만만하게 보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신경이 없는 곳엔 통증이 없다
개인사업을 하는 송길삼(56)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송씨는 지난 봄,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을 찾았다. 엉덩이와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던 송씨는 이미 걷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지난해 가을 시작된 요통을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이라 넘긴 게 화근이었다. 전에도 가끔씩 허리 통증이 있었지만 며칠 지나면 언제 아팠느냐는 듯 괜찮아졌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집 근처 한의원에서 침과 물리치료를 받고나면 요통은 조금씩 호전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서 요통과 함께 엉덩이와 다리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났다. 보행장애 현상도 일어났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에 힘이 빠지고 땅기고 찌르는 듯한 통증은 참기 힘들 정도였다.
정밀검사 결과 송씨의 병은 척추관협착증이었다. 다행히 비수술 요법인 신경성형술로 통증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었지만,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다리에 마비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디스크 다음으로 흔한 척추질환으로, 우리 몸에 보내는 신호의 가장 큰 특징은 엉덩이와 다리에 나타나는 극심한 통증이다. 엉덩이와 다리에 통증이 있다 해서 일반인은 뼈의 이상만을 생각하지만 뼈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통증의 인지 주체는 뇌이고, 통증을 전달하는 전달자는 온몸에 퍼진 신경이다. 그래서 흔히 ‘뼈가 시리다’는 말을 쓰지만 뼈에는 신경이 없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뼈 주변 조직에 문제가 있거나 뇌에서 해당 뼈로 가는 신경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오랜 시간에 걸쳐 뼈, 인대, 근육 등이 퇴화하면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으로, 뇌에서 엉덩이와 다리로 가는 신경이 좁아진 척추관(신경관)에 눌려 통증이 발생한다. 척추관은 척추 뼈 속에서 신경을 둘러싸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다 심하면 서로 들러붙는(유착) 경우도 있다. 이 질환은 50~60대에 많이 발병하며, 중년 여성의 경우 폐경도 한 원인이 된다. 척추관절 속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폐경과 함께 사라지면서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빨라지기 때문. 이외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경우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발병하기도 한다. 척추 뼈 자체가 불안정해 척추관을 누르는 경우도 있으며 최근에는 컴퓨터 사용 증가, 운동 부족 등으로 젊은 층의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