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창포는 직장인 등 정신노동자에게 좋은 성분을 담고 있다.
세간에 함초박사로 유명한 해남의 박동인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꽤나 까다로울 듯한 이 석창포를 엉뚱하게도 비닐하우스에서 대량 재배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다. 유기농퇴비를 써 생육을 촉진시켜 2~3년이면 출하가 가능할 정도로 키워냈다. 신통방통한 일을 한 그는 이 석창포가 앞으로 대단히 주목받는 약재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왜 그런가 물었다. 그는 대뜸 “이젠 두뇌의 시대 아니냐, 바로 머리를 좋게 하는 약이 석창포다. 도시에 살면 스트레스가 많아 심혈관질환이 늘어난다. 그런데 석창포는 막힌 심장의 구멍을 뚫어주는 약이다. 또 눈을 밝게 하고 귀도 잘 들리게 하며 목소리도 잘 나오게 한다. 그러므로 현대인에게 갈수록 긴요한 약물이다”라며 거침없이 쏟아냈다. 걸걸한 그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보니 요즘 사람들에게 딱 필요한 약이다.
동의보감을 보면 “석창포는 심장의 구멍(心孔)을 열어주고 오장을 보한다. 구규(九竅: 눈, 귀, 코의 여섯 구멍과 입, 항문, 요도의 세 구멍)를 잘 통하게 한다. 눈과 귀를 밝게 하며, 음성이 잘 나오게 한다. 건망증과 치매를 낫게 하고 머리를 총명하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냥 쉽게 읽을 일이 아니다. 바로 이것 아닌가. 현대인의 두뇌와 오관과 심장을 위해 자연이 꽁꽁 숨겨두었던 비약(秘藥)이 바로 석창포였다.
과거 신선술을 꾀하는 방사들에게 석창포는 불로장생의 약이었다. ‘도장경’에도 “수초(水草)의 정영(精英)이자 신선의 영약”이라고 기록할 정도고 ‘신농본초경’에도 상약 중에서 으뜸으로 치고 있다. 한나라 때 유향의 ‘열선전’에 나오는 상구자서의 이야기는 그런 불로장생의 고전적 ‘썰(說)’ 중 한 예다. 상구자서는 나이가 300살이 되도록 살면서 조금도 늙지 않았는데, 궁벽한 곳에서 돼지를 기르고 ‘우’라는 악기를 불며 살았다. 주변에서 그에게 불로(不老)의 술법에 대해 물으면 “석창포의 뿌리를 삽주와 함께 먹고 물을 마시면 배고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게 된다”고 했다. 그에 대한 소문을 듣고 황실의 귀인들과 부호들이 찾아와 석창포를 복용했지만 모두들 1년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우리나라의 ‘향약집성방’ 신선방도 이 얘기를 싣고 있다.
기억력 증진, 심장 강화
그런데 사실 현대인이 솔깃해할 석창포의 효능은 ‘불로장생의 영약’이 아니다. 그런 ‘썰’은 믿거나 말거나다. 그보다는 박동인씨의 말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석창포는 두뇌를 총명하게 하고 기억력을 증진시키며 막힌 심장의 구멍을 뚫어주고 이목을 밝게 한다. 매일매일 격심한 경쟁 속에서 스트레스에 치이고 극렬한 두뇌의 소모에 시달리며 뻐근해오는 심장을 걱정하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석창포라는 약물은 눈이 번쩍 뜨이는 영약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슨 약리적 성분이 있어서 석창포가 이런 효능을 내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현대적 약리연구는 그 내용이 턱없이 부족하고 불만족스럽다. 석창포 뿌리에는 아사론이라는 휘발성 정유 성분과 페놀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들의 효과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흥분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장관에서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근육의 경련을 푸는 진경작용을 하기도 한다. 베타 아살론이라는 성분은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