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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곡 팔려도 수입 2원 미만… “나는 ‘배고픈’ 가수다”

‘나는 가수다’ 통해 본 디지털 음원 수익 분배 실태

한 곡 팔려도 수입 2원 미만… “나는 ‘배고픈’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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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들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 MBC ‘나는 가수다’가 올해 500억원 이상의 음원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오프라인 음반 시장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음악산업의 중심이 디지털 음원 판매 쪽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모양새다. 달라진 시장 환경에서 음악 창작자들은 제 권리를 보장받고 있을까. 실태를 들여다봤다.
한 곡 팔려도 수입 2원 미만… “나는 ‘배고픈’ 가수다”
요즘 음악시장에서 가수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는 음원, 곧 디지털 콘텐츠 판매량이다. 새 앨범이 출시되면 타이틀곡이 온라인 음원 차트 몇 위를 기록했는지가 관심 대상이 된다. 최근 화제몰이 중인 MBC 오락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인기도 음원 판매량을 통해 입증된다. 국내 6개 주요 음악 서비스 사업자와 이동통신사의 온라인 매출 데이터를 집계해 순위를 발표하는 우리나라 공식 차트 ‘가온차트’에 따르면 3월 첫 주부터 5월 마지막 주까지 국내 주요 음악사이트에서 ‘나가수’ 관련 음원은 2398만9471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성환 유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수치에 대해 “‘나가수’를 통해 방송된 음원이 우리나라 다운로드 시장의 17%, 스트리밍 시장의 14%를 차지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나가수’의 음원 판매 수익은 5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올 1분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아이유의 음원 매출이 60억원으로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액수다.

그렇다면 ‘나가수’ 출연 가수들은 TV에서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인 대가로 ‘대박’ 수익을 거두게 된 걸까.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디지털 음원 콘텐츠 매출이 바로 가수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음반시장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음악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가수가 직접 만들거나 작사·작곡가로부터 받은 곡을 녹음해 제작사를 통해 음원을 내놓는 것까지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음반 제작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제는 홍보 대행사나 기획사를 통해 음원사이트와 계약을 맺고 음원이 온라인에서 팔릴 수 있도록 하는 단계가 하나 추가된다. 따라서 디지털 음악 콘텐츠의 수익도 가수와 작사·작곡가 등 저작권자, 음반제작자뿐 아니라 △음원 유통 사이트 △음원을 벨소리·통화연결음 등으로 가공하는 제휴사 등과 함께 나누게 된다.

매출의 0.4% 수익

디지털 음원이 판매되면 음원 제작자의 모임인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이하 음제협), 작사·작곡가의 모임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 가수·연주자의 모인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이하 음실련) 등 세 단체가 각각 음원 유통업체로부터 수익을 나눠 받고 남은 금액을 유통업체가 갖는다. 음제협 음저협 음실련의 배분 비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한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라 정해지는데, 현재 인터넷 음원사이트에서 한 곡이 다운로드되면 제작사는 매출의 40%, 작사·작곡가는 9%, 가수 및 연주자는 5%를 받도록 돼 있다. 이용 기간이나 곡수의 제한이 있는 정액제를 통해 구입할 경우 이 비율은 각각 매출의 40%, 8.2%, 4.5%로 달라진다. 벨소리나 전화연결음 등 이동통신 관련 매출일 때는 다시 25%, 9%, 4.5%로 변한다. 상황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되는 등 다소 차이는 생길 수 있지만 큰 틀은 유지된다. 이처럼 전체 매출에서 38.5~54%를 차지하는 창작자 몫을 제외하면 때로는 절반 이상의 매출이 음원 유통사 몫으로 남는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가수의 수익을 계산해보자. 우리나라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은 월정액 9000원을 내면 150곡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이 요금제에 가입해 음원 한 개를 구입할 경우 발생하는 매출은 60원. 실연자(實演者)는 이 가운데 4.5%인 2.7원을 받는다. 이 금액을 연주자와 가수가 각각 1.35원씩 나눈다. 만약 가수가 그룹에 속해 있을 경우 한 멤버가 받을 돈은 1.35원을 다시 인원 수대로 나눈 금액이 된다. 아이유가 음원 판매로 3개월 사이에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도 손에 남은 건 1억3500만원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가 요즘 유행하는 5인조 아이돌 그룹 멤버였다면 자신의 몫은 2700만원에 그쳤을 것이다. 구체적인 상황을 대입하지 않은 기계적인 계산이므로 아이유의 실제 수익은 이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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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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