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회사 ㈜KNS 이사인 박강씨는 6월 초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아내와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서울 강동구의 그린웨이캠핑장으로 1박2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독일에서 7년간 유학한 그는 “그때는 값비싼 캠핑 장비를 마련할 돈이 없어서 개인 소유 캠핑카로 여행 다니는 독일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만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캠핑문화가 확산돼 당시 그곳에서 보던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하늘을 지붕 삼아 풀벌레 소리와 파도 소리를 들으며 낭만과 여유를 즐기려는 이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친환경 여행문화인 캠핑이 새로운 여가문화로 급부상 중이다.
가족여행 新 풍속도
지루한 장마 중 반짝 햇살이 비친 7월2일 토요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강난지캠핑장 매표소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당일 현장에서 판매하는 캠핑장 내 피크닉존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이들 때문이었다. 캠핑장 관리실 변의섭씨는 “개인이 가져온 텐트를 칠 수 있는 숙영지 텐트촌을 이용하려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휴가철을 앞두고 두 달 전부터 예약을 받았는데, 평일 사용분 약간을 제외하면 이미 8월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했다. 휴가철이 아니어도 주말에 숙박하려면 한 달 전쯤 예약하는 게 좋다고 한다.
매표소를 거쳐 피크닉존에 들어서자 바비큐 냄새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활기찬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예쁜 테이블보가 덮인 탁자를 사이에 두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는 50대 부부가 눈에 띄었다. 근처 아파트에 산다는 이 부부는 지난 4월부터 난지캠핑장 단골이라고 했다. 원래 등산 마니아였는데 최근 들어 힘든 산행 대신 캠핑으로 취미를 바꾼 것이다. 남편 윤석천씨는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퇴근 후 여기 와서 저녁을 먹곤 한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레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하게 돼 좋다. 두 사람 입장료가 7000원이고 주차비도 평일은 2000원이라 부담 없이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전국의 자연휴양림을 찾아다녔다는 아내 이숙영씨는 “아기자기한 게 캠핑의 맛”이라고 했다.
“요즘 아파트에서는 숯불 피우기가 어렵잖아요. 여기서는 마음 놓고 숯불 피워 고기 구워 먹고 감자도 구워 먹을 수 있어 좋지요. 캠핑의 재미를 알고부터는 화로와 숯, 아이스박스, 테이블 등을 언제든 들고 나갈 수 있게 챙겨놓아요.”
귀찮을 때는 맨몸으로 와도 된다. 윤씨는 “매점에서 젓가락부터 고기까지 안 파는 게 없고 테이블, 바비큐 화로, 돗자리 등 캠핑 장비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다”고 했다.
그들을 지나쳐 텐트가 즐비하게 늘어선 숙영지 쪽으로 다가갔다. 여기서는 아이 다섯 명과 함께 놀고 있는 부부 세 쌍을 만났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 사는 ‘이웃사촌’이라고 했다. 모임 총무를 맡고 있는 오원석씨는 “내가 캠핑을 좋아해 이웃들을 끌어들였다. 어른들은 배드민턴 시합 같은 운동을 하고 아이들은 마음껏 떠들며 뛰어놀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오씨의 아내인 정운경씨도 “야외 샤워장에서 씻는 게 조금 불편하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재밌다”고 했다. 옆에서 엄마 말을 듣고 있던 초등 2학년생 승민이는 “기분이 엄청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약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영지가 있는 한강난지캠핑장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변의섭씨는 “2002년 캠핑장이 문을 열었고, 이용객이 늘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다. 2009년 KBS TV ‘1박2일’ 팀이 이곳에서 촬영한 뒤부터 캠핑족이 급속도로 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