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2’의 루클라 4인용 텐트.
“솔직히 등산복이나 용품이 너무 비싸요. 그렇게 비싼 옷을 평상복으로 입는 젊은이들을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요. 앞산에 오면서도 전문 산악인처럼 다 차려입고 온 사람이 많기도 하고요. 산에서 등산객을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저 사람 입은 옷을 다 합치면 100만원도 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도 잘 갖춰 입은 사람이 더 보기 좋은 것도 사실이고…. 등산복 로고는 왜 그렇게 하나같이 가슴팍에 잘 보이게 해놓았는지 모르겠어요.”
브랜드 배낭보다 짐 싸는 방법이, 티셔츠 색깔보다 땀 흡수가 중요하다고 스스로 위안해도 김씨처럼 어느 정도는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은퇴 후 아내와 귀향을 해서 시골에 사는 60대 차씨는 얼마 전 며느리를 봤다. 새로 들어온 며느리가 차씨 부부에게 선물이라면서 바람막이(Windbreaker) 점퍼를 들고 왔다. 쓸데없이 돈을 썼다고 자녀들에게 역정을 냈지만, 점퍼의 가슴에 박힌 브랜드 이름을 알아보고 부러워하는 친구가 많아 은근히 자랑하게 된다.
“난 그런 브랜드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보는 사람마다 알아보더라고요. 식당에 갔더니 종업원이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을 입으셨네요’하면서 멋지다고 칭찬을 하는 거야. 쑥스럽더라고요.”
젊은 층 공략하는 톱스타들의 광고 전쟁
등산이나 캠핑처럼 야외 활동을 할 때만 입던 아웃도어 룩(Outdoor Look)이 일상생활 속에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다. 중장년층의 등산복만이 아니라, 청년층의 배낭과 중·고등학생의 점퍼까지 구석구석을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속속 점령했다. 실제로 아웃도어 룩 브랜드의 매출 신장세는 가파르게 솟고 있다. 업계 1위라는 골드윈코리아의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가 지난해 약 5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3년 안에 1조원을 내다볼 정도다. 올해는 Fnc코오롱의 ‘코오롱스포츠’와 케이투코리아의 ‘K2’ 역시 매출 5000억원 권에 안착할 전망이다. 대체적으로 아웃도어 의류는 노스페이스, 등산복은 코오롱, 등산화는 K2가 강세로, 이 세 브랜드가 3강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블랙야크’를 필두로 ‘컬럼비아’‘트렉스타’에 이어 ‘밀레’‘네파’ ‘라푸마’ 등 다른 브랜드들이 가세하면서 전체 아웃도어 시장의 규모가 올해 4조원, 심지어는 6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부푼 기대까지 나왔다.
아웃도어 룩의 유행은 광고의 변화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웃도어 브랜드가 TV 광고를 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 내용도 외국인 모델이 나와 등산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가 다였다. 그러나 요즘은 블랙야크의 조인성, 노스페이스 하정우와 이연희, 코오롱스포츠 이승기와 이민정, K2의 현빈 등 젊은 톱스타들이 아웃도어 룩 브랜드의 간판 모델을 맡고 있다. 내용 면에서도 등산뿐 아니라 캠핑, 사이클링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을 보여준다. 그만큼 아웃도어 룩의 공략 대상이 연령과 분야 모두에서 넓어졌다는 증거다. 광고를 보고 매장을 찾은 20~30대 고객들이 ‘현빈 바람막이’와 ‘조인성 재킷’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웃도어 룩 시장의 현재 풍경이다.
아웃도어 룩의 인기는 사회 전반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여가에 쏟을 수 있는 구매력이 향상됐으며,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 것과 연관이 있다. 캠핑을 떠나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닌 만큼, 아웃도어 룩을 일상복으로 입어도 크게 튀지 않는 차림새가 됐다. 젊은 층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K2의 경우만 살펴봐도 2009년에는 20~30대 고객의 비율이 전체의 21%였는데, 2010년에는 28%로 증가했다. K2 멤버십 마일리지 카드인 ‘플러스 카드’ 가입 고객을 기준으로 하면, 1년 새 230%가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패션성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을 펼쳐 기존의 확고한 40~50대 고객층을 유지하는 것에 더해 젊은 세대를 공략해 시장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 K2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