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산호초 섬 스노클링에서 와인·문학기행까지

  • 윤필립 시인, 호주전문 저널리스트

    입력2011-10-25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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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중심가 전경.

    동경 127。에 위치한 인천공항을 출발해, 동경 151。에 위치한 시드니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거의 직선으로 남행(南行)한다. 10시간 남짓한 여정(旅程). 호주의 별칭이 ‘다운 언더(Down Under)’인데, 말 그대로 ‘아래쪽 동네’를 향해 곧장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미주나 유럽과는 달리 시차 적응이 전혀 필요 없는 도시가 시드니다.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멜버른 유레카 스카이덱

    하늘 바다에 돛을 올린 ‘밤배’(비행기)를 타고, 지구 남반부에서만 보이는 남십자성(Southern Cross)을 등대 삼아 야간항해를 하다보면, 문득 아침이 밝아온다. ‘웰컴 투 시드니(Welcome to Sydney)!’ 바다가 내륙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서 도시를 감싸안은 천혜의 항구 도시. 시드니를 대표하는 두 개의 아이콘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바다 풍경과 함께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비행기 안에 불이 켜지고, 산책을 나가듯 커튼을 열어젖히면 창밖엔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성근 뭉게구름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호주 섬대륙(The Island Continent)과 페르시안 블루의 시드니 바다가 어른거릴 것이다.

    녹색 대지에 점점이 박혀 있는 빨간 지붕의 주택들. 시드니의 주택은 대부분 빨간 모자를 쓰고 있을 것이다. 말이 도회지이지 사철 푸른 숲 속에 장식품 같은 주택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풍경이 꼭 한 폭의 그림이다. 녹색 바탕에 칠해진 빨간색이 유난히 아름답다.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시드니에서 빨간 모자를 쓴 당신은 녹색 바다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이다. 한 송이 빨간 꽃이 된 당신, 잠시 여행의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호주식 플랫 화이트 커피(Flat White Coffee·우유를 밋밋하게 섞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여행 일정을 점검해보자.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시드니 누드 비치.

    소문난 관광명소인 오페라하우스와 블루마운틴, 시내관광 등은 누가 뭐라고 해도 호주관광의 필수코스다. 그런 다음의 일정은 각자의 선택사항. 관광 취향과 형편에 따라서 ‘기성품 일정’이 아닌 ‘맞춤형 일정’을 만들어보자.

    필자는 그런 ‘맞춤형 일정’의 길라잡이를 하기 위해서 뉴사우스웨일스(NSW) 관광청의 안내를 받아 여러 곳을 답사했다. 거기에다 필자가 지난 20년 넘게 시드니에 살면서 기록해두었던 ‘여행 파일’을 꼼꼼하게 검색했다. 시드니를 기본으로 여행한 다음 숨은 명소를 곁들이는 여행, 이름하여 ‘시드니 플러스’다.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로드 하우 아일랜드.

    시드니 플러스 1 | 로드 하우 아일랜드

    시드니 북동쪽의 태평양 망망대해에 인간계(人間界)의 먼지가 거의 묻지 않은 작은 화산섬 하나가 떠 있다.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그야말로 ‘새들의 고향~’이다. 로드 하우 아일랜드(Lord Howe Island)는 호주대륙에 첫 백인이 이주했던 1788년에 발견된 섬이지만, 주민의 숫자가 20명이 넘지 않는 한가한 곳이다. 당연히 범죄도 없고 경찰관도 없는 사건사고 청정지역이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이 몰려오는 여름 한철(11~2월)엔 시드니에서 파견된 경찰관 한 명이 관광객을 위한 치안을 담당한다. 그 일조차 한가로운 경찰관은 주로 관광객을 위한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열면서 여름 한철을 보내다가 시드니로 돌아간다.

    주민이 20명밖에 살지 않는 섬, 그렇다고 그냥 텅 빈 섬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거기엔 9홀짜리 골프코스도 있고 잔디볼링장도 있다. 밤마다 별빛이 내려앉는 야외 카페도 있고.

    로드 하우 골프코스는 파3 다섯 개에 파4 네 개로 구성된 아담한 코스이지만, 바다를 끼고 돌아가는 풍광은 그냥 걸어다녀도 황홀할 정도다. 특히 8번 홀의 그린은 산호초 근처에 있어 골프공이 물에 빠지면 스노클링을 해서 찾아내는 재미가 그만이다.

    로드 하우 아일랜드의 최고 절경은 섬 근처에 솟아 있는 ‘볼스 피라미드’라는 이름의 뾰쪽 바위(sea stack)다. 산호초 위에 떠 있는 볼스 피라미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상 화산바위다.

    로드 하우 아일랜드 관광은 눈으로 즐기는 맛도 있지만, 귀찮을 정도로 물고기가 많이 낚이는 바다낚시와 875m 높이의 가우어산 등반, 전천후 스노클링 등 레포츠가 주를 이룬다.

    막 낚아 올린 생선과 청정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채소로 요리한 즉석 생선요리, 거기에다 섬에서 재래식 방식으로 생산한 맥주를 곁들이면 황제의 식탁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1. 블록 플레이스. 2. 골프장의 캥거루.

    특히 섬에서는 가축이나 닭을 키울 수가 없어서, 섬 곳곳에 지천으로 널린 새알을 주어다가 치즈를 곁들여 요리한 토속요리는 관광객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로드 하우 아일랜드에선 하루에 일곱 번이나 식사를 하는 풍습이 있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바닷속의 활동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아침 7시-빵 한 조각과 차 한 잔, 8시30분-뜨거운 아침식사, 10시30분-옥수수 빵과 차 한 잔, 낮 12시30분-점심식사, 오후 4시-스펀지케이크와 차 한 잔, 6시-만찬(dinner), 밤 9시-야식(supper). 골프대회, 잔디볼링대회, 요트대회, 재즈공연 등이 열리고, 관광 시즌이 아닐 때는 주민들과 함께 하는 낚시, 스노클링, 뱃놀이 등을 주로 한다.

    시드니 플러스 2 | 스노위 마운틴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스노위 마운틴의 송어 낚시

    ‘호주의 알프스’라고 하는 스노위 마운틴(Snowy Mountains)은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면서 호주사람들의 강인한 정신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관광지다. 호주 개척시대의 역사가 곳곳에 서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주의 수도 캔버라를 덤으로 관광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

    연중 5~6개월 정도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스키장을 산자락에 여럿 거느리고 있는 거대한 눈산(雪山) 스노위 마운틴. 그곳을 눈이 없는 계절에 찾아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하나도 없다. 한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계곡 물줄기를 따라서 말을 타고 거닐다가, 곳곳에 숨어 있는 호수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맛 또한 스키 못지않게 짜릿하기 때문이다.

    어디 낚시뿐인가? 말 타고 산에 오르기, 카누 타기, 산악자전거 타기 등,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레포츠가 부지기수로 많다. 특히 정상 근처의 호숫가에서 야영하는 체험은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호주에서 제일 높은 산인 코시우스코 산(2228m) 정상을 말을 타고 등반하는 일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 일행을 안내하는 리더가 있을 뿐더러, 산이 가파르지 않고 정상 500m 아래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0달러짜리 지폐에는 호주의 전설적인 시인 벤조 페터슨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호주조폐공사에 의하면 시인의 초상이 지폐에 그려진 나라는 다섯 나라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19세기 중반, 벤조 페터슨은 호주의 민속시가(bush ballad)를 수집하기 위해서 스노위 마운틴을 여행하던 중 야생마를 잡아서 가축용 말로 훈련하는 남자들을 만나게 됐다.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서 산악지대를 누비고 다니던 남자들을 만났을 때, 벤조 페터슨은 커다란 충격과 함께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에서 호주사람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떠올렸고, 그들을 소재로 그의 대표작 ‘스노위 강에서 온 남자(The man from Snowy River)’를 썼다.

    스노위 마운틴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산꼭대기 호수의 차디찬 물속에서 무지개송어를 낚는 일이다. 무지개송어 몇 마리를 낚아서 별빛 쏟아지는 호숫가에 둘러앉아 호주식 바비큐를 즐기다보면 언덕배기 저쪽에서 딩고(Dingo·호주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헌터 밸리의 포도밭.

    시드니 플러스 3 | 와인과 문학기행

    미국 초기의 역사를 ‘서부개척사’라고 한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1788년 죄수선단을 이끌고 호주에 도착한 아서 필립 선장은 호주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시드니에 정착했다. 시드니에 영국 식민지의 기초를 세운 영국 후예들은 미국에서처럼 서쪽으로, 서쪽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그런데 서쪽으로 나아가는 입구에 블루마운틴이라는 거대한 산맥이 가로막고 있어 그들은 그 산을 넘는 데 25년이라는 세월을 허송했다. 천신만고 끝에 블루마운틴을 넘어가보니 끝이 안 보이는 대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땅은 비옥했고 곳곳에 강이 흘렀다. 그들은 거기에다 양과 소를 방목하고 각종 과일나무를 심었다. 영국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규모 농장이 조성된 것.

    그러던 1851년, 블루마운틴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배스허스트에서 금광이 발견됐다. 온 세계의 노다지꾼들이 몰려온 것은 당연지사, 마침내 호주의 서부개척사가 본 궤도에 오른 것이다. 그 노다지꾼 중에는 노르웨이에서 온 파나빅 로슨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 광산촌 천막에서 장차 호주의 국민시인이 될 아들 헨리 로슨을 낳았다.

    헨리 로슨은 그동안 영국 식민지풍의 문학이 풍미하던 호주문학계에 호주의 정신이 깃든 문학작품을 선보여 호주국민주의(Australian nationalism)를 일깨웠다. 그러나 말년의 헨리 로슨은 걸인처럼 떠돌면서 감옥까지 드나들다가 지금의 오페라하우스 근처에서 객사했다.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호주 정부는 그의 누추한 말년이 몹시 안타까웠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호주 민중의 애환을 문학작품 속에 생생하게 담아내는 헨리 로슨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신산(辛酸)한 삶 속에 그의 문학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찌그러진 양은 맥주 컵을 꼭 쥔 채 길가에 죽어 있는 헨리 로슨을 발견한 날, 호주 당국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장례는 수만 군중이 운집한 호주 최초의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헨리 로슨이 떠돌았던 배스허스트, 머지, 그렌펠, 오렌지, 카우라 등 유서 깊은 관광지엔 약속이나 한 듯이 포도주 제조공장이 있다. 특히 그가 성장했던 머지에서는 ‘시인의 코너(Poet Coner)’라는 상표의 유명한 포도주가 생산된다. 물론 거기에도 포도주 시음장이 있다. 술주정뱅이 시인 헨리 로슨의 낭만적인 시편들을 천천히 읽으면서 포도주 한 잔씩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곤드레만드레! 시드니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 ‘마셔라! 잊힐 것이다’ 같은 감상적인 내용의 시 한 수 쓰게 될지도 모른다. 술이 들어오면 이성(理性)은 나간다고 했으니….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오지 여행과 시드니 록스(오른쪽).

    시드니 플러스 4 | 사륜구동 자동차 오지여행

    1991년부터 필자는 2년 동안 모 일간지에 ‘호주작가들의 고향’을 연재했다. 호주문학을 대표하는 문학인 20명을 선정해 그들이 태어나고 성장한 곳부터 문학 활동을 하다가 죽어서 묻힌 곳까지 현장을 답사하면서 문학기행기를 썼던 것.

    대부분의 탐방은 호주작가들과 동행했지만, 일정이 많이 소요되는 오지(outback)로 취재를 갈 때는 부득이 혼자 가야만 했다. 사륜구동 자동차(Four Wheel Drive)를 타고, 한나절을 달려도 집 한 채 보이지 않는 텅 빈 세상 속으로 혼자 길을 떠났다. 다음은 당시의 기록을 인용한 것이다.

    붉은 땅 끝으로 열려서, 붉은 땅 끝으로 닫혀버리는 하루하루가 1주일 가까이 이어졌다. 사륜구동자동차가 아니면 애당초 접근조차 거부당할 수밖에 없는 거친 대륙에 나 혼자 있었다. 문득 누군가 부르는 듯하여 뒤돌아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메마른 풀포기들이 바짝 엎드리어 난데없는 이방인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

    호주내륙의 풀포기들은 아예 하늘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땅이 건조하면 자연도 함께 건조해지는 것일까. 까칠까칠한 풀잎 사이로 푸른 혀를 가진 도마뱀들(Blue Tongue Lizard)이 바람보다 빨리 사라져버리는 태곳적 적막강산에서 문득 등골이 오싹해져옴을 느꼈다.

    동화(同化)하지 않으면 무슨 일인가 당하고 말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 혼자만 문명의 옷가지를 걸치고 있다는 민망함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훌훌 옷을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사위(四圍)의 끝 닿은 데를 가는 붓(細筆)으로 그어놓은 듯한 아스라한 선 하나가 이어져 있을 뿐, 바람마저 잦아들어버린 호주 내륙의 사막지대, 천지간(天地間)에 벌거벗은 남자 하나가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빛이 모여서 이글거리는 땅, 그 가운데에 쭈그리고 앉아서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절반쯤 미쳐버렸던 헨리 로슨도 1882년 어느 날, 벌거숭이인 채로 이곳에 앉아 있었으리라. 그를 만나고 싶다.

    소금에 절인 고기 몇 조각에 미지근한 물 한 통으로 사막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기다리던 헨리 로슨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버크 쪽으로 소 떼를 몰고 가던 사람들이 “당신 죽고 싶어 환장했느냐?”는 목동다운 인사말과 함께 따뜻한 실론티를 끓여주었다.

    이런 식의 오지여행은 아주 위험하다. 얼마 전엔 영국인 커플이 비슷한 형태의 여행을 하다가 희생되기도 했다. 노상강도를 만나거나, 길을 잃어서 물이라도 떨어지면 끝장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수많은 오지여행 패키지가 준비되어 있어 아주 안전하게 호주의 태곳적 적막강산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네댓 명이 함께 하는 사륜구동 자동차 오지여행은 팀워크만 잘 이루어지면 더없이 좋은 ‘추억 만들기’가 될 수 있다.

    시드니 플러스 5 | 포트 스티븐

    ‘감동 100배’ 호주의 숨은 명소

    NSW주 먼고 호수에 있는 중국의 벽.

    아침 일찍 시드니를 출발해 아름다운 해변마을이 줄지어 있는 센트럴 코스트 지역을 달리다보면, 호주 최대의 철강도시 뉴캐슬 근처에 있는 해변관광지 포트 스티븐(한국 관광객에게 포트 스테판으로 잘못 알려짐)에 도착한다. 자동차로 3시간 거리.

    포트 스티븐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배를 타고 야생 돌고래를 구경하는 ‘돌핀 크루즈’와 바닷가에 접한 2만5000㎢의 사막에서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거나 말을 타고 신나게 달려보는 ‘샌드 사파리(sand safaris)’다.

    키가 87m나 되는 400년 수령의 유칼립투스나무를 구경할 수 있는 마이욜 호수도 포트 스티븐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그뿐이 아니다. 물 빠진 모래사장에서 디글디글한 조개(피피조개)들을 건져 올리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홀리데이 파라다이스’라는 별명답게 포트 스티븐은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곳이라서 당일치기로는 정말 아쉬운 관광지다. 골프라도 한 라운드 하려면 적어도 1박2일의 일정이 필요하다.

    골프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도 포트 스티븐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치기’를 하듯이 골프공을 굴리고 다녀도 무방한 퍼블릭 코스가 여러 개 있기 때문이다. 더 팜스 골프코스는 평지 위에다 좀처럼 보기 드문 10홀짜리 코스를 만들어놓았는데, 몸만 가면 언제나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골프장비 일체를 빌려준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국제대회가 열리는 호라이즌 골프코스와 27홀짜리 넬슨베이 골프코스로 가면 된다. 특히 넬슨베이 골프코스는 산 중턱의 숲 속에 들어앉아 있는데 라운드를 하다보면 야생 캥거루들이 한가롭게 풀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산 중턱의 바다 풍경도 일품이고.

    그 바다 풍경 속에선 포트 스티븐의 상징물인 야생 돌고래들이 헤엄치고 있다. 야생의 돌고래들이 뱃머리에 부딪힐 듯이 줄지어 튀어 오르다가 쏜살같이 달아나곤 한다. 이렇듯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관광지 포트 스티븐엔 또 하나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모래사막 구릉에서 사륜구동 자동차나 모래사장용 특수 오토바이, 또는 말을 타고 달리는 샌드 사파리다. 이건 또 어떤가. 마치 눈썰매를 타듯이 조그만 샌드 보드(나무판자나 플라스틱 판)를 하나씩 들고 구릉 꼭대기로 올라가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 언제 하루 해가 저무는지 모를 정도로 동심(童心)에 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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