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골프 천국 호주

숨 막히는 절경에 가슴이 터질 듯

  • 글·사진 조주청 골프 칼럼니스트

    입력2011-10-25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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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천국 호주

    호주 랭킹 1위 코스는 아니지만 필자의 시각에서 꼭 다시 라운드하고 싶은 골프코스 1위인 퍼스의 준달럽G.C.

    서호주 주도(州都) 퍼스. 공항에서 시내 호텔로 가는 택시에서 젊은 백인 기사가 필자의 골프백을 트렁크에 넣은지라 자연히 골프가 화제로 떠올랐다. 한국 골프코스의 그린피에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는 택시기사에게 필자가 물었다.

    “골프를 하는가?”

    “하지 않는다.”

    “골프 천국 호주에서 왜 골프를 하지 않는가? 여기도 그린피가 부담이 되는가?”

    그가 웃었다. “사흘만 일하면 1년 그린피가 충당된다.”



    “그럼 왜?”

    “골프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가 수두룩하다. 요즘 나는 스쿠버다이빙에 푹 빠졌다.”

    이처럼 호주인에게 골프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사다. 수억원대의 회원권 가격, 어려운 부킹, 머나먼 골프코스, 지갑이 훌쭉해지는 그린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꿈같은 얘기 아닌가. 필자의 대학동창 L은 한평생 외국 회사에 근무하더니 은퇴 후 퍼스로 이민 갔다. 은퇴 후, 그의 여생에서 골프가 중요한 몫이라 생각한 L은 서슴없이 골프 천국 호주를 택해 퍼스에 정착한 것이다.

    퍼스 시내에 있는 L의 집은 골프코스와 담을 맞대고 있다. 그가 사는 동네 이름을 딴 고스넬(Gosnell) 골프코스는 하늘을 찌르는 유칼립투스 나무 사이로 벤트 그래스 페어웨이가 18홀을 따라 도는 사철 푸른 골프코스다. 그는 70만원을 주고 회원이 되었고 연회비는 115만원이다. 그린피는 한 푼도 없다.

    연회비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가 선택한 것은 주말은 라운드할 수 없는 주중회원이다. 그는 굳이 주말에 라운드할 필요가 없다.

    그는 1년 내내 일주일에 5일, 매일 아침 7시쯤 걸어서 5분 거리의 고스넬G.C.에 가서 이웃이자 회원인 호주 친구들과 클럽하우스에 맡겨둔 클럽으로 킬킬거리며 한 라운드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걸출한 골프 스타들의 고향

    골프 천국 호주

    1. 세계적 골프코스 로열 멜버른G.C.에서는 연륜의 묵직함이 배어난다. 2. 호주 한복판, 앨리스 스프링스G.C.는 사막 코스다. 3. 힐 인터내셔널 스쿨에서 학생들이 골프 연습에 여념이 없다.

    호주가 골프 천국이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골프의 발상지이자 종주국인 영국이 신천지 호주에 골프의 피가 그대로 흐르는 영국인들을 풀어놓았으니 그들의 손이 근질근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절대농지가 없는 드넓은 대지는 골프코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토대가 되었다.

    걸출한 골프 스타들이 세계무대를 휘저으며 호주의 골프 위상은 영국, 미국에 버금가게 되었다.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을 5번이나 제패한 호주 골프의 아버지 피터 톰슨을 필두로 피터 시니어, 그렉 노먼, 스튜어트 애플비, 로버트 앨런비, 캐리 웹으로 이어지더니 요즘엔 한참 주가를 올리는 애덤 스컷, 애런 배들리, 제이슨 데이, 제프 오길비 등이 PGA 무대 리더보드를 휘젓고 있다.

    학생들이 하교해서 집으로 가는 길에 골프코스에 들러 클럽하우스에 보관된 자기 클럽으로 9홀, 낮이 긴 계절엔 18홀을 돌거나 ‘클럽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집으로 가는 것은 예삿일이다. 학생들의 그린피는 우리 돈 3000~4000원에 불과하다. 아예 교내에 골프코스를 만들어둔 학교도 수두룩하다.

    골드 코스트와 브리즈번 중간 지점, 한적한 벌판에 ‘힐 국제학교(Hill International School)’가 있다. 이 학교의 운동장이 18홀 정규 코스라 골프 학교인 셈이다. 1994, 95년 박세리도 이곳에서 훈련했다.

    필자가 일본 교포가 세운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 학생도 30명이나 있었는데 특기할 점은 그중 17명은 프로 골퍼가 되려는 주니어 선수이고 나머지 13명은 일반 학생이었다. 주니어 선수들도 일반 수업을 받고 일주일에 할애된 골프 클리닉은 18시간뿐, 방과 후 라운드하는 것은 각자의 재량에 맡긴다. 일반 학생들은 골프를 교양 체육 정도로 가볍게 배운다.

    퍼스에서 주니어 골퍼들을 가르치는 호주 동포 프로 골퍼 J씨를 만났다.

    “이곳 주니어 골퍼들의 목표는 모두가 프로 골퍼가 되어서 대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험상, 평생 즐길 골프, 어릴 때 제대로 된 스윙 폼을 잡는 게 좋다는 부모의 권유에 골프를 배우는 주니어가 많아요. 물론 배우다가 뛰어난 재능이 나타나면 프로로 전향할 수도 있지요. 노력만 한다고 뛰어난 골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해요.”

    J씨는 그것을 ‘소프트 핸드(Soft hands)’라 했다.

    “처음 골프를 배우려고 온 아이에게 골프공 서른 개를 주고 10m 떨어진 바스켓에 던져 넣어보라 합니다. 두세 달 골프를 가르쳐보면 첫날 바스켓에 공을 잘 넣던 아이와 못 넣던 아이의 골프 학습 진도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부모 면담이 뒤따른다. “이 아이는 프로가 될 자질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J씨가 말하면 호주 아이의 부모들은 흔쾌히 받아들인다. 골프 레슨은 계속 받지만 전력투구는 하지 않는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는 골프팀이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든가 골프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골프장 1530개, 퍼블릭이 96%

    호주의 골프코스는 모두 1530개. 인구 대비 골프코스 밀도는 우리나라의 6배가 넘는다. 특기할 점은 코스의 96%가 아무나 어느 때나 들어가 플레이할 수 있는 퍼블릭 코스이고 폐쇄적인 멤버십 코스는 4%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골프코스도 즐비하다. 호주의 골프 산업 규모는 27억달러에 직접 고용인원이 2만3000명이 넘어 다른 스포츠에 비해 골프 산업 규모가 월등하게 크다.

    1. 멜버른(Melbourne) 지역, 빅토리아 주

    로열 멜버른G.C.는 세계적인 코스이자 부동의 호주 1위 골프코스(지난해만 가뭄으로 호주 랭킹 3위)이므로 꼭 한 번 라운드해볼 만하다. 이 밖에도 빼어난 코스들이 즐비하다. 킹스턴 히스, 메트로 폴리탄, 야라야라, 빅토리아G.C.….

    영국 죄수의 유배지로 출발한 호주의 여타 도시와는 달리 멜버른은 정상적인 영국 이주민이 원주민에게 돈을 다 주고 땅을 사서 만든 계획도시여서 고풍스러운 영국의 도시를 빼닮았다. 이곳의 수많은 골프코스도 영국의 링크스(Links) 코스와 흡사하다.

    호주 10대 코스 중 6개가, 호주 100대 코스 중 35개 코스가 멜버른에 있다. 멜버른 남동쪽 바닷가로 65㎢ 지역의 샌드 벨트(Sand Belt)엔 멋진 코스들이 줄지어 있다.

    외국인 게스트가 로열 멜버른G.C.에서 라운드하려면 한국의 소속회원 골프장의 영문 추천서를 소지해야 한다. 이 경우 주중에 한해서 라운드가 가능하다. 그린피가 40만원으로 호주에서 가장 비싸다.

    골프 천국 호주의 그린피가 이렇게 비싼가 하고 놀랄지 모르지만 호주에서는 골프코스와 그린피가 천차만별이다. 좋은 골프코스가 있는가 하면 수준 이하의 코스도 있고 그린피가 비싼 곳도 있는가 하면 1만~2만원 하는 곳도 있다.

    2. 퍼스(Perth)지역, 서호주 주

    서호주 퍼스(Perth) 인근엔 공식적인 골프코스 랭킹에서 더 높은 것들도 있지만 필자는 준달럽(Joondalup)G.C.를 꼭 다시 찾고 싶다. 3개 코스 중 쿼리(Quarry)코스는 채석장을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만들어 감탄을 자아낸다. 하늘을 찌르는 돌벽이 앞을 막기도 하고 까마득한 계곡이 나타나기도 한다. 준달럽G.C.는 2010년 호주 골프코스 랭킹 19위다.

    캐린업(Karrinup)C.C.는 12위로 울울창창한 유칼립투스 숲 속을 따라 업 힐, 다운 힐이 이어져 우리나라 산악코스를 연상시킨다.

    1991년 디오픈 챔피언 이언 베이커 핀치가 디자인한 인도양 해변의 케네디 베이(Kennedy Bay) 코스는 스코틀랜드의 골프코스들보다 더 링크스(Links)적이다. 골퍼들이 이 코스에 갈 땐 “스코틀랜드로 가자”라고 외친다.

    퍼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는 새로 생긴 더 컷(The Cut)G.C.다. 바다로 길게 뻗은 좁디좁은 반도의 능선을 타고 홀과 홀이 이어져 골퍼들은 경관에 취해 인도양에 공을 빠뜨리기 일쑤다.

    퍼스에서는 멀지만 서호주의 금광도시 칼굴리의 그레이엄 매시가 설계한 칼굴리G.C.는 800㎞ 밖에서 파이프로 끌어들인 물로 페어웨이를 가꾸는 뉴 코스로 개장하자마자 당장 세계 10대 사막 골프코스에 진입한 독특한 코스다. 1번, 2번 홀은 총연장 홀 간 길이가 1365㎞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기묘한 골프코스 눌라보 링크스의 17번, 18번 홀이 된다.

    3. 골드 코스트(Gold Coast) 지역, 퀸즐랜드 주

    우리나라에 너무나 잘 알려진 세계적 휴양지 골드 코스트를 골퍼들은 골프 코스트라 부른다. 이곳엔 무려 50개 가까운 골프코스가 모여 있다.

    골드 코스트엔 뛰어난 코스가 많지만 대부분이 휴양객 아마추어 골퍼들이 즐길 수 있는 리조트 코스여서 골프코스 랭킹에서는 밀린다. 부룩워터 골프 · 컨트리 클럽(Brookwater G·C.C.)은 여타 리조트 코스와는 달리 유칼립투스 숲 속에 자리 잡은 챔피언 코스다. 그레그 노먼이 설계한 호쾌한 이 코스는 로 핸디캡 아마 골퍼에게 어울리는 코스로 지난해 호주 골프코스 랭킹 33위에 올랐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링크스 호프 아일랜드(Links Hope Island)는 리조트 코스지만 링크스 스타일 코스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뗏장을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아 만든 팟(pot)벙커가 아니라는 점에서 링크스 코스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경관이 아름답고 골프뿐만 아니라 다른 온갖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초호화 리조트 코스로는 선샤인 코스트의 하야트 리전시 쿨럼(Hyatt Regency Coolum)이 으뜸이다.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더 그랜드(The Grand)G.C.는 완벽한 챔피언 코스로 난이도 높기로 유명하다.

    동아건설이 코스를 완공하고 클럽하우스를 짓기 전에 호주인 손에 넘어갔다가 다시 중국인 소유가 된 글레이즈(Glads)G.C.는 이름 그대로 모든 홀이 워터 해저드에 갇혀 있는 재미있는 코스다.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레이크 랜드(Lake Land)G.C., 아놀드 파머의 더 파인즈(The Pines)G.C.도 뛰어난 코스다.

    골드 코스트 지역 그린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카트비 포함 10만원 내외이고 캐디는 없다.

    골프 천국 호주

    뉴사우스웨일스G.C.에서 라운드하노라면 숨 막히는 절경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

    4.시드니 지역, 뉴사우스웨일스 주

    지난해 호주 내 골프코스 랭킹 2위에 오른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G.C.가 단연 최고다. 이 코스가 자리 잡은 입지가 천하 명당이다.

    태평양의 파도가 밀려와 흰 포말을 내뿜는 단애 절벽 위로 완만하게 이어진 둔덕에 18홀이 들어서 골퍼들은 경관에 압도당한다.

    시드니 시내 한복판의 무어 파크(Moore Park)는 광활한 숲 속에 온갖 스포츠 시설이 들어앉은 공원이다. 그중의 하나가 무어파크G.C.다.

    어느 홀에서 봐도 숲 너머 마천루가 스카이라인을 이루어 호주라는 곳을 실감하게 된다. 이곳은 예약할 필요도 없다. 혼자 가더라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짝(pairing)을 맺어준다.

    랭킹에 들어갈 만큼 빼어난 코스는 아니지만 캔터키 블루와 라이 그래스 페어웨이에 ‘빠른’ 벤트 그래스 그린이라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시드니(Sydney)는 대도시다. 외곽 골프코스까지 가는 데 가까운 곳이래야 30~40분 걸리고, 보통은 1시간 넘게 걸리는 게 다반사다. 주말엔 예약하기도 힘든 게 시드니 골프의 현주소다. 엘러스톤(Ellerston)G.C., 디 오스트랠리안G.C., 로열 시드니G.C., 뉴캐슬(New Castle)G.C.는 호주 랭킹 20위 안에 들어가는 코스들이다.

    시드니에서 좀 떨어졌지만 헌터 밸리(Hunter Vally)는 널리 알려진 포도주 산지다. 이곳에 자리 잡은 광활한 볼 트리(Ball Trees) 목장 안엔 7홀짜리 개인 골프코스가 있다. 관광농원이라 이 농장에서 숙식을 하면 라운드는 무제한이다.

    5. 기타 지역

    남호주의 주도, 애들레이드(Adelaide) 주변에는 골프코스를 쏟아 부어놓았다.

    애들레이드 지역이 기후 좋고 물가가 싸서 호주의 은퇴자들이 이곳으로 이사와 여생을 보내는 곳이라 골프코스가 많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라운드해봐야 할 곳은 로열 애들레이드G.C.로 호주 내 코스 랭킹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명문 코스다.

    언덕 위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18홀 전체가 조감도로 한눈에 들어온다. 애들레이드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그린피 부담이 적은 좋은 코스들이 널려 있다.

    골프 하나만 보고 호주 한복판, 노던 테리토리의 엘리스 스프링스까지 날아갈 일은 없겠지만 호주의 배꼽, 에어즈 록을 보러 간다면 빼어난 사막 골프코스,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G.C.에서 라운드하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막 골프코스라고 중동의 골프코스처럼 모래 위에 매트를 깔고 스윙을 하는 게 아니라 버뮤다 그래스 페어웨이, 그린이 잘 다듬어져 있다.

    그러나 티잉 그라운드에서 IP(드라이브 샷한 공이 떨어지는 지점) 전까지, 그리고 러프를 벗어난 지역은 거친 돌밭이거나 관목들이 뒤엉켜 있어 비거리보다는 정교한 샷이 요구되는 코스다. 호주의 연방수도 캔버라에도 로열 캔버라(Royal Canberra)G.C. 등 좋은 코스가 몇 개 있다.

    캥거루 접근 절대 엄금!

    골프 천국 호주

    로열 캔버라G.C.에서는 골퍼도, 캥거루도 서로 무관심하다.

    이상 열거한 코스들은 호주 골프협회의 이분법 분류에 의하면 대도시(Metro Politan) 코스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골프코스다. 다른 한쪽은 시골(Country) 코스다. 컨트리 코스는 우리의 시각으로는 골프코스라 부를 수 없는 코스가 대부분이다. 골프코스는 물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호주는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다. 강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 하구엔 도시가 형성되었고 번듯한 메트로폴리탄 골프코스가 펼쳐졌지만 사람과 가축이 마실 물도 모자라는 준사막, 혹은 사막에서 파란 잔디를 키운다는 것은 절대 불가다. 호주 전체 골프 코스 1530개 중 대도시 코스는 19%인 284개뿐이고 나머지 81% 1246개는 시골 코스다.

    호주 골프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게 있는데 바로 캥거루다. 캥거루 떼는 목장에 들어가 양 떼와 소 떼가 먹어야 할 목초지를 싹쓸이한다. 목장의 목초는 어떤 풀일까? 놀랍게도 골프코스의 잔디, 라이그래스, 캔터키 블루, 벤트 그래스, 페스큐가 바로 목초지다. 캥거루가 골프코스를 탐내는 이유다. 목축업자들의 끈질긴 주장으로 이제 세 종류의 캥거루를 사살할 수 있게 되었다. 캥거루도 입맛은 살아 있어 야생의 맛없고 거친 풀보다는 연하고 영양가 높은 목초를 먹기 위해 총을 든 목장주의 눈을 피해 목숨 걸고 목장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캥거루는 골프코스에 들어와 여기저기 실례를 하고 페어웨이, 러프의 풀을 뜯고 모래 벙커에서 뒹굴며 제 집인 양 그린에 누워 골퍼들의 철없는 공놀이를 내려다본다. 캥거루가 성가시게 구는 골프장에는 경고판이 서 있다.

    ‘캥거루 접근 절대 엄금!’

    캥거루 발에 강타당하면 황천길 내지 평생 골프를 못 치는 중상을 입을 수도 있다. 멜버른에서 서쪽으로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앵글시(Angle Sea)G.C.가 멀리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자리 잡았다. 골프공이 핑핑 날아도 페어웨이에서 풀을 뜯는 캥거루 떼들은 본체만체다. 캥거루가 죽는 날엔 클럽 하우스에 메뉴 하나가 추가된다. 캥거루 스테이크. 그런데 지독하게 맛이 없다.

    호주에서 캥거루 많기로 소문난 코스는 앵글시G.C.를 필두로 캔버라의 로열 캔버라G.C., 브리즈번에서 내륙으로 한 시간쯤 들어가는 산골짝의 쿠랄빈 밸리(Kooralbyn Vally)G.C. 그리고 서호주 퍼스 아래 번버리 인근 카플(Caple)G.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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