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25일 청와대에서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호주 경제가 올해 들어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호주달러의 강세는 제조업, 부동산, 교육연수 산업,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호주 국내에 생산기반을 가진 기업들은 공장을 일부 축소하거나 폐쇄함으로써 고용을 줄이고 있고, 해외유학생과 관광객도 호주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광물자원산업은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제조업과 함께 도·소매업, 부동산시장, 관광산업은 침체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른바 호주 경제의 ‘투 스피드(Two Speed)’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석유, 가스, 석탄, 철광석, 구리, 금 등 천연자원 부국인 호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세를 나타냈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국들의 원자재 수요 증가로 광물자원산업이 호황을 누린 덕분이다. 이에 따라 호주 중앙은행은 세계 주요국 중에서 처음으로 출구전략을 실시해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2009년 4월 3.0%까지 인하한 기준금리를 10월에는 3.25%로 인상했다. 그리고 2010년 11월까지 여섯 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 2011년 9월 현재 4.75%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달러 강세
호주달러는 2008년 11월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1호주달러가 0.64미국달러(이하 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그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 후 호주가 자랑하는 풍부한 부존자원의 국제 시세가 상승함으로써 호주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임과 동시에 그 가치를 서서히 회복해 2010년 11월에는 0.97달러, 2011년 4월에는 1.1달러 수준까지 강세를 유지하다가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1.0~1.05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3년간 국제 통화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평가절상된 호주화의 강세 현상에 따라, 현재는 호주 국내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고 해외기업, 개인의 부동산 투자가 주춤하고 있으며, 해외 유학생과 여행객의 호주 방문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그 어느 나라보다 무난하게 통과했던 호주 경제는 2011년 초 발생한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원개발 붐,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자원산업 호황 덕분에 2·4분기 들어 1.2%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호주달러 강세 현상으로 자국 제조업 경쟁력은 하락했으며 8월 이후 고금리, 전력요금 인상, 탄소세 도입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비용부담 우려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도 약화되는 등 하반기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9월2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에서 올해 호주의 GDP 실질 성장률을 당초 3%에서 1.2%p 하락한 1.8%로 전망했다.
▶ 실업률 추이 : 5.3%(2010.02) → 5.4%(’10.10) → 5.2%(’10.11) → 5.0%(’10.12) → 5.0%(’11.2) → 4.9%(’11.3) → 4.9%(’11.4) → 5.1%(’11.7) → 5.3%(’11.8)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큰 위험 없이 안정세를 유지하던 호주 경제에 호주달러 강세 현상은 특히나 저조했던 제조업 산업 경쟁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결국 지난 8월에는 호주의 2대 철강제품 제조기업의 하나인 블루스코프(Bluescope)사가 시드니 인근의 고로 공장과 멜버른 부근의 철강제품 공장의 가동을 단축하고 종업원 약 1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또 호주의 태양광 셀과 모듈 제조기업인 사일렉스 솔라(Silex Solar)가 시드니 공장에서 태양광 셀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교역규모 10년 전보다 3.5배
한국과 호주의 교역 규모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 추세 등을 반영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자원부국인 호주로부터 석탄, 철광석 등 자원을 수입하는 금액이 매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양국 간 교역규모는 271억달러로 2009년 200억달러에 비해 약 36% 증가했다. 2010년의 교역규모는 5년 전인 2005년 대비 약 2배, 10년 전인 2001년 대비 약 3.5배가 늘어난 금액이다.
한국의 2010년 총 교역규모는 8916억달러로 2005년, 2001년 대비 각각 1.6배, 3배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호주와의 교역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르게 신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기준으로 호주는 우리나라의 11번째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호주는 일반적으로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 해양스포츠 등 관광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은 한국의 주요 무역 대상국으로 우리 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전체 천연자원 수입액의 약 30% 이상을 호주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입액은 수출액의 약 3배가 넘는다. 이러한 무역적자는 호주에서 수입하는 석탄, 철광석, 구리광 등 원자재 때문에 만성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자원 확보의 전략적 차원에서 볼 때 적자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2010년 한국의 대(對)호주 수입액은 205억달러인데 수출액은 66억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호주 현지에서 한국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수출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2001년 이후 10년간 2배 증가) 호주로부터의 천연자원 수입 수요 증가로 같은 기간 수입액이 3배 증가했다.
2010년 한국이 호주로부터 수입한 품목의 금액을 살펴보면, 유·무연탄(50억달러), 철광석(43억달러), 원유(25억달러), 동광(10억달러), 알루미늄 잉곳 및 스크랩(8억달러), 니켈·마그네슘 등 기타 광물(5억달러), 천연가스(4.5억달러), 금(3.8억달러), 사탕수수(6.6억달러), 쇠고기 등 육류(6.5억달러)로 나뉘는데, 광물자원 및 농축산물이 전체 수입액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호주 수출품을 살펴보면, 승용차(20억달러), 가솔린(8억달러), 휴대전화(3.2억달러), 선박(2.3억달러), 석유제품(1.9억달러), 금가공품(1.5억달러), 전선(1.5억달러), 자동차부품(1.4억달러), 컬러텔레비전(1.4억달러), 합성수지(1.2억달러) 등 2차 공산품이 총 수출액의 약 64%를 차지하고 있다.
즉 한국은 호주로부터 광물자원 및 1차 농축산물을 수입하고 있지만 호주에 승용차, 휴대전화 등 2차 공산품을 수출하고 있어 양국은 상호 보완적인 무역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호주 수입시장에서 한국 8위
호주 수입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시장점유율은 약 3.4%로, 8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호주의 총 수입액(WTA 기준)은 1936억달러로 이 중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66억달러다. 호주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으로 2010년 362억달러에 달해 19%라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미국(11%), 일본(9%), 태국(5%), 싱가포르(5%) 등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호주 수출금액에서 차지하는 한국시장의 위상을 보면, 한국은 호주의 3번째 큰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2010년 호주의 수출액은 2128억달러(WTA 기준)다. 이를 국가별로 보면 대(對)중국 수출이 539억달러(시장점유율 25%)로 1위이며, 뒤를 이어 일본 401억달러(19%), 한국 189억달러(9%), 인도 151억달러(7%), 미국 85억달러(4%) 순이다. 한·중·일 3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호주 수출총액의 약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까지 합할 경우 60%를 상회하고 있다.
즉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가 호주의 주요한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주의 미국, 영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2005년 각각 7%, 4%였으나, 5년 후인 2010년에 그 비중이 각각 4%, 3.6%까지 떨어진 데서도 알 수 있다.
한호 투자 동향
호주에 대한 한국의 투자(신고기준)는 2010년 기준으로 100건, 7억64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호주에 대한 투자금액은 에너지, 자원 분야가 전체 금액의 약 70%인 5억3200만달러를 차지하고 있으며 금융·보험업이 24%, 1억8100만달러, 제조업 900만달러(1.2%), 건설업 800만달러(1.0%) 순이다.
1968년부터 2010년까지 호주에 대한 투자금액(신고기준)을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자원 분야가 36억200만달러(비중 61%)로 가장 많고 부동산 및 임대업 9억1400만달러(16%), 도소매업 4억7300만달러(8%), 제조업 3억2400만달러(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는 호주의 천연자원사업에 중국, 일본, 인도를 포함한 외국 기업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의 호주 현지 진출과 현지에서의 자원개발 프로젝트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2011년 9월 현재 호주에 현지법인 또는 지점 형태로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의 수는 35개사이며, 이들 기업은 주로 현지 판매(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자원개발(포스코, SK에너지, KORES 등), 서비스업(대한항공, 아시아나, 현대상선, 외환은행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호주의 대(對)한국 투자
호주의 한국에 대한 투자(신고기준)는 2009년 2억2400만달러로 정점에 달한 후 2010년에는 700만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호주의 해외 직접투자는 미국(35%), 영국(19%), 캐나다(17%) 등 영어 사용국에 90%가 집중돼 있으며 한국에 대한 투자는 0.25%에 불과하다.
호주의 대(對)한국 투자는 맥쿼리 인베스트(Macquarie Investment) 등과 같이 투자은행업, SOC 펀드 등 금융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호주의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직접적인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한 투자인 ‘그린 필드(Green Field) ’투자는 미미하다.
1962년부터 2010년까지 호주의 대(對)한국 투자는 신고기준으로 394건, 금액은 5200만달러다. 이 가운데 금융, 부동산, 물류 서비스업종이 전체 신고건수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이어 호주의 3대 수출시장이자 네 번째 교역상대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는 한국의 11번째 교역 파트너이며, 한국의 국가별 수입 규모면에서는 5번째로 큰 국가다.
2009년 5월 이후 진행되고 있는 한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올해 안에 타결될 것으로 보여 양국 간의 경제·무역 협력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월 호주 길라드 총리가 내한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현재 진행되는 FTA 협상을 올해 안에 타결한다는 공동목표를 재확인했으며, 9월 현재 양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쇠고기를 포함한 농축산품, 자동차 등 일부 민감한 품목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FTA가 타결되면 상품교역, 자원협력, 인적교류, 서비스 교역 분야에서 양국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한국은 2차 공산품을 호주에 수출하는 반면, 호주로부터 천연자원, 농축수산물 등 1차 산품을 수입하는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양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으면서 서로 경제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하겠다.
최근 호주 이민성이 발표한 국가별 이민자 통계를 살펴보면 2010/2011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 기준으로 중국(2만9547명), 영국(2만3931명), 인도(2만1768명) 순이며 한국은 4326명으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이 매년 3만~3만5000명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한국인의 호주 이민이 꾸준히 늘어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 호주에는 약 12만명의 한국 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동포사회의 성장이 양국 간의 경제는 물론 문화, 교육 분야의 관계를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주하는 한국 동포는 호주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식품, 건강식품 등 일부 품목의 수입 유통망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수의 동포가 한식, 일본식, 태국식 등 아시아계 식당을 운영하면서 한국 식료품뿐만 아니라 아시아 식품까지 그 취급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과 호주의 무역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1년은 한국과 호주가 수교협정을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양국은 국제무역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통상국가이면서 상호 보완적인 경제의 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공동 발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하겠다. 또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등 범세계적인 가치를 공유하면서 국제사회의 중견국가로서 제반문제에 대해 공동보조를 취해오는 등 유사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은 전시회, 음악공연, 스포츠, 무역사절단 파견 등 더욱 폭넓은 교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양국 간의 무역 관계도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른 속도로 확대돼 2011년 교역 규모는 3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