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25% 지분을 갖고 있는 호주 스프링베일 광산 전경.
SK네트웍스는 지난 2월 이미 대(對)호주 석탄 개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에서 석탄사업부를 인수하고 조직을 재정비한 상태다.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석탄과 철광석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호주는 SK네트웍스의 석탄 사업의 중심 지역이다. 스프링베일(지분율 25%), 앵거스플레이스(25%), 샤본(5%), 클레어런스(15%) 등 기존에 SK네트웍스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4개 석탄 생산광구의 연간 생산량은 약 1000만t에 달한다.
SK는 물량 가운데 투자 지분만큼 이익을 가져간다. 한국 기업이 해외 자원에 투자했다고 해서 그것을 다 한국으로 가져가지는 않는다. 수요와 공급 상황을 따져서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고, 또 제3국에 팔 수도 있다. 앵거스 플레이스 광구에서 생산된 석탄은 모두 인근 발전소에 팔고 있다.
호주를 포함해 SK네트웍스가 갖고 있는 석탄광구 가채 매장량(可採埋藏量)은 국내 종합상사 가운데 가장 많은 2.1억t에 달한다. 또 우리나라 전력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전력의 5개 발전 자회사에 연간 500만t의 발전용 석탄을 공급하는 등 국내 내수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SK네트웍스의 자원 개발 투자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브라질 유력 철광석 기업인 MMX에 국내 철광석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7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900만t을 20년 이상 장기로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규모는 국내 연간 소비량의 17%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SK네트웍스의 광물 자원 개발 역사는 2005년부터이지만 ㈜선경 시절이던 1980년 자원 개발의 대표기업이자 정유사였던 유공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자원 기업으로 도약했다. 또 그 이전에는 제1, 2차 석유파동으로 석유 제품의 가격이 폭등하고 공급이 중단되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대규모의 안정적 석유 공급 약속을 받아낸 유일한 기업이기도 했다. 그런 SK네트웍스가 호주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자원 개발에서만 600억원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가운데 호주의 석탄 광구에서만 절반 가까운 액수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법인의 올해 예상 매출은 1억2000만 호주달러다.
자원 개발 이익 절반은 호주에서
호주 석탄광산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호주법인도 소수(4명) 인력이지만 그런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2009년 3월 호주법인을 맡은 김현수 법인장은 1995년 호주지사가 만들어진 이후 네 번째 법인장이다. 호주 자원법인의 자본금은 2850만 호주달러(약 328억원). 김 법인장은 “지금은 광구를 직접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광산 운영도 직접 하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회사가 광구 운영 등을 포함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작은 회사들의 지분을 많이 확보해서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가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 기업들은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이 맺어지면 자원 거래가 더욱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SK도 호주에서의 활동을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자원부국이자 자원선진국인 호주에 자원 개발을 위한 안정적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은 SK네트웍스가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선진역량의 습득, 자산 레버리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김현수 법인장)
해외 자원 개발사업을 할 때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자원 개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현지 업체와의 합작은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SK네트웍스의 호주 스프링베일 광산은 원래 1990년대 후반 국내의 한 종합상사가 진출해 사업을 전개했다가 실패한 곳이다. 지금은 스프링베일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인수 초기에만 해도 내부에서 논란이 많았다. 지하수가 많이 나오는 곳이라 지반이 약해서 갱도를 팔 때 대대적으로 지지대 보강을 해야 하는 단점도 있었다.
그러나 SK가 이 광산에 투자할 때 다행스럽게도 호주의 센테니얼이라는 회사가 같이 투자했다. 이 회사는 광산 운영을 아주 잘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채탄 장비 하나에 1억달러가 넘는데다 갱도작업 등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SK와 센테니얼은 갱도 토모그래피(tomography·단층) 탐사 등 다양한 공법과 노하우를 갖고 있었고, 그 덕분에 인수 초기부터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호주에는 광산 근로자 노조가 아주 강성입니다. 고임금에 생산성도 낮은 편이었죠. 그런데 노조 문제에 잘 대처한 것이 지금의 성공으로 이르게 했습니다.”(김현수 법인장)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고 정치와 경제가 안정돼 있는 나라다. 다른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 비해 자원 관련 시스템도 제도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 대신 이전처럼 ‘대박’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다만 석탄가와 유가 등 자원 가격이 지속적으로 뛰고 있어 전망은 밝다. 세계 원자재와 에너지 자원의 가격은 2004년 이후 급등하고 있다.
환경 규제 영향도
김현수 SK네트웍스 호주 자원법인장.
논란이 계속되는 탄소세(Carbon Tax)도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7월부터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500대 기업에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전반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연합정부에서 녹색당의 힘이 세지면서 이런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환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자원 개발 기업에는 부담이 됩니다. 스프링베일 광산의 경우 표층부에 늪지대가 있는데 그곳에 희귀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사실 400m 지하에서 채탄작업을 하기 때문에 상부에는 별 영향이 없는데도 그 늪지대 때문에 100만t 정도를 캐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려움은 도로 철도 등 인프라스트럭처 문제다. 호주 대륙에서 서부가 철광석 지대라면 동부는 석탄지대다. 그동안 수출을 위해 운송 거리가 짧은 해안 지역이 주로 개발됐는데, 해안 쪽 광산이 고갈되면서 점차 광구 개발이 내륙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수송비용이 늘어나고, 철도 등이 갖춰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항구의 시설도 한계가 있어서 어떤 경우에는 석탄을 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배가 많게는 100대에 육박해 장관을 연출하지요.”
SK의 호주 자원 개발 사업에서 어려움을 안긴 것은 시드니 북동쪽의 와이용 광구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82.25% 지분을 투자한 사업인데, SK도 8.5% 지분을 투자했다. 이 사업이 지난봄 주정부로부터 개발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개발 얘기가 나왔던 광구인데 허가권을 갖고 있는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가 2008년에야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광구 근처에 사는 일부 주민들이 환경 악영향을 우려해 심하게 반발했고, 주정부는 이 사안을 수개월 동안 끌어오다가 지난봄 선거 직전에 허가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광물자원공사나 소지츠(5% 지분 투자), 경동(4.25%), SK네트웍스는 새로 들어선 주정부를 상대로 환경영향 평가 재심의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김현수 법인장)
달라진 자원확보 전쟁
중국 등 신흥국이 산업화의 길을 걸으면서 필요한 자원이 더욱 많아졌고, 급기야 ‘자원전쟁’이라는 말이 나왔다. 중국은 2003년과 2007년 사이 석탄 소비가 2배로 늘어났고, 세계 석탄의 25%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자원 빈국이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왔고, 과장 논란도 제기됐다.
공기업이 아니라 사기업의 자원 개발 사업도 국익적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냉혹한 시장 현실에서 사기업이 이익이 없는 곳에서 장사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원을 국익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정부가 자원 개발에 나서는 사기업에 대출 지원 등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자원 개발의 사업 단위가 너무 커졌어요. 이전에 1000만달러 수준의 사업이 진행됐다면 지금은 1억달러 수준으로 규모가 달라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민간 기업이 자기 자금만으로 투자하기에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김현수 법인장)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처럼 수익성 따져가며 투자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자원 확보 자체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만큼 절박하게 달려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억달러짜리 광산 개발권을 두고 매입 경쟁이 붙을 때 한국 기업은 더 이상 모험을 하지 못하지만 중국 기업은 1억5000만달러를 주고 매입합니다.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기업은 수익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경쟁에 어려움이 있는 겁니다.”
석탄 석유 등 주요 자원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 사회도 장기적으로 대안 에너지 체제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해 당분간 전 세계는 석탄과 석유 등 전통적 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은 이들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석유는 전량, 석탄은 97%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SK네트웍스는 독창적 사업모델로 자원 개발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나가고 있다. 과거 석유파동으로 인한 국가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듯이 지금은 자원 개발이라는 테마로 국가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