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금호타이어

창의적 마케팅으로 타이어의 ‘금광’을 캐다

  • 시드니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1-10-26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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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타이어

    지난해 호주 국제모터쇼에서 금호가 마련한 ‘보이지 않는 자동차’ 홍보 부스.

    타이어 제조업체 직원들은 타고 가던 차가 붉은 신호등을 만나 정차하면 무의식중에 옆 차의 타이어를 바라보는 습성이 있다. 달리기 선수들이 상대 선수가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 눈여겨보는 것이나 비슷하다. 9월21일 호주 시드니 금호타이어(이하 금호) 호주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김형준 마케팅 서비스 매니저는 요즘 호주 길거리에서 ‘KUMHO(금호)’타이어를 보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며 즐거워했다.

    “일복이 터졌어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던 금호가 호주에서 최근 크게 도약하고 있다. 호주 타이어 시장이 10% 줄어들었던 2009년 금호는 20% 이상 성장했고, 2010년에도 실적이 12% 늘었다. 3~4%대였던 시장 점유율도 7.5%까지 올랐다. 올해 금호는 25% 성장과 1억5000만 호주달러의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호는 2010년 뉴사우스웨일스 주에 ‘판매유통센터’를 설립해 시장점유율 10%, 연 3억달러 판매 목표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타이어 소모량 세계 최고 수준

    호주는 인구수에 비해 타이어 소모량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이는 땅이 넓어 장거리 육로 이동이 많기 때문이다. 호주 전체 타이어 시장은 2010년 기준 신규로 출시되는 자동차에 장착되는 타이어 시장(Original Equipment Market·OE) 수요가 186만개, 교체용 타이어 시장(Replacement Market·RE) 수요가 1586만개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 타이어 품질이 좋아지고 소형 자동차가 인기를 얻으면서 판매시장이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도 호주시장은 세계 타이어 제조회사에는 ‘금광’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호주의 타이어 RE 시장에선 브리지스톤이 20%, 굿이어·던롭이 18%를 차지하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금호는 이들의 뒤를 이어 7.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타이어 시장이 정체 혹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동안 금호가 이처럼 도약하면서 타이어 시장의 ‘포지셔닝 맵(Positioning Map)’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금호는 2006년 현지 도매업체인 ‘타이어 마스터’와 M·A 한 이후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해마다 2% 이상의 영업이익을 실현해왔고, 현지에서 자체 생존이 가능한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타이어 마스터는 4000개 가까운 딜러를 보유하고 있어 금호가 메이저 업체로 거듭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조남화 법인장의 말이다.

    “타이어 마스터 인수에 그치지 않고 딜러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계속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타이어 판매의 70%는 딜러의 추천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였지요. 독립적인 딜러들에 대해서도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둘째, 소비자로부터 품질에 대한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호주 소비자단체가 운영하는 잡지인 ‘초이스’ 매거진에서 실제 테스트 결과가 계속 좋게 나오면서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또 금호의 브랜드 가운데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용 ‘엑스타 LE 스포트’가 호주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휠(Wheels)’에서 실시한 2011 타이어 테스트에서 빗길 제동력 부문 1위, 빗길 코너링과 마른 노면 부문 2위에 올라 브리지스톤과 던롭을 제치고 종합 3위에 올랐다.

    “호주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금호는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호주 랠리 챔피언십(ARC)에서 여러 경쟁사를 물리치고 금호 제품이 랠리 동안에 사용되는 ‘컨트롤 타이어’로 선정돼 품질의 우수성을 입증받았습니다.”

    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의 호주 광고모델 그랜트 해킷 전 호주 국가대표 수영선수.

    금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제품인 ‘에코윙(Ecowing)’ 제품을 내놓았다. 호주에서는 최근 이산화탄소세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에코윙은 이런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제품이다. 금호는 이 제품을 호주 내 1위 소매업체인 ‘밥-제인 타이어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셋째, 금호의 성장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약진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현대기아차는 신차에 대해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를 절반씩 장착해오고 있는데, 최근 현대기아차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타이어업체들이 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할 때 원래 달려 있었던 브랜드로 교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가 많이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거기에 달린 금호타이어가 한 번 더 팔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최근까지 금호는 호주시장에서 교체용 타이어로 공급을 해왔지만 11월부터 홀든 크루즈(Holden Cruze)에 납품을 하게 돼 OE 시장에서도 판매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드림 카의 동반자

    금호의 또다른 성장 배경에는 효과적인 마케팅이 있다. 지난해부터 금호는 호주의 수영 영웅인 그랜트 해킷을 모델로 내세워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에게 맞는 브랜드’라는 이미지 광고를 시작했다. 슬로건은 ‘당신은 금호타이어를 이용할 가치가 있다(You deserve Kumho).’ 그랜트 해킷은 수영 국가대표를 은퇴한 뒤에 MBA 과정을 밟고 있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조 법인장은 “호주 전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브랜드 마케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금호는 또 유명 럭비팀인 세인트 조지스 드래곤스와 애들레이드 크로우스의 후원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 국제 모터쇼에서 금호는 ‘보이지 않는 자동차(Invisible car)’라는 창의적 콘셉트로 부스를 만들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상 위에 자동차 네 바퀴만 고정돼 있고, 차체는 없는데 사람이 자동차 안에 타고 있는 퍼포먼스를 연출해 마술 쇼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자동차에서 바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였다. 모터쇼가 시작된 첫날부터 호주 라디오와 신문, TV 등의 매체를 통해 이 이벤트가 보도돼 행사 기간에 주목을 받았다. 조 법인장은 “금호는 이를 통해 ‘당신이 꿈꾸는 드림 카가 무엇이든 금호타이어가 모든 차와 운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 콘셉트는 도쿄 모터쇼, 서울 모터쇼에 이어 올해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국제 모터쇼에서도 활용돼 큰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금호가 브랜드 마케팅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에 대한 환원 활동의 하나로 펼치고 있는 맥그라스 재단 후원도 눈길을 끌고 있다. 금호는 호주 크리켓 영웅 맥그라스가 유방암으로 죽은 아내를 기리기 위해 만든 이 재단에 2년째 후원하고 있다. 이 재단은 유방암 진단 및 예방법을 접하기 어려운 소외 지역에 파견할 전문 간호사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단체다.

    “맥그라스 재단을 후원하면서 딜러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친 적이 있어요. 연초 딜러와 전 직원이 핑크색 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는 ‘핑크색 옷 입는 날(Pink Fitters Day)’을 정해 그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핑크 마케팅’이었는데, 반응이 열광적이었습니다. 호주 타이어업계 사람들은 남성적 성향이 강해 핑크색 계열의 옷을 입거나 여성적인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이 이벤트가 ‘어머니, 부인, 혹은 딸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딜러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 같습니다. 금호는 2012년까지 맥그라스 후원을 연장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후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금호의 호주법인에는 직원 98명 가운데 한국 주재원은 3명뿐이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화합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로 성공을 일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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