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한국가스공사

LNG 단순 수입 넘어 직접 개발·제3국 수출까지

  • 시드니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1-10-26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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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가스공사

    글래드스톤 LNG전 개발 현장.

    ‘세계를 안방 무대처럼 뛰어라.’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는 2008년 주강수 사장 취임 이후 ‘세계와 협력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글로벌 KOGAS(Korea Gas Corporation)’를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내세웠다. 자원의 해외 자주개발률을 높이고 도입처를 다변화해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자주개발률을 높인다는 것은 자원을 직접 개발하고 도입하는 비율을 높인다는 뜻이다. 그 결과 가스공사는 현재 16개국에서 28개 해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대상국가 가운데 최근 가스공사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곳이 바로 호주다. 호주는 2010년 현재 세계 4위의 LNG(Liquefied Natural Gas) 수출국으로서 연간 수출량은 1800만t에 달한다. 2020년에는 약 6000만~7000만t 이상의 LNG를 수출하게 돼 현재 LNG 수출국 1위인 카타르를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요즘 미주 유럽권 세계 메이저 기업들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도 정부 차원에서 호주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CNOOC·시노펙(Sinopec)·페트로차이나(PetroChina), 일본의 도쿄전력·간사이전력·도쿄가스·오사카가스 등 대형 가스 공급업체들이 호주에 대거 진출해 LNG 도입과 자원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일본 지진 발생 이후 도쿄가스 등 일본 전력업체들은 정부의 자금 지원까지 받아가면서 LNG 물량 확보와 자원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다. 임종국 가스공사 호주법인장은 “만약 가스공사가 호주의 프렐류드(Prelude) 또는 익시스(Ichthys) LNG 개발 프로젝트에서 물량(560만t)을 선점하지 않았다면 거의 대부분 일본업체가 구매했을 것이다”라고 단언할 정도다. 이처럼 최근 호주지역의 LNG 구매수요가 증가하면서 호주 내 원료가스(Feed Gas) 가격이 약 2배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9년 호주 자원개발 시작

    가스공사가 호주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든 건 2009년 8월. 호주 현지에 가스전을 보유한 블루에너지의 지분 10%를 취득한 것이 시작이다. 2008년 12월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전략을 바꾼 뒤다. 당시 가스공사는 기획과 지원 위주로 구성된 조직을 사업 위주로 바꾸면서 자원본부를 핵심으로 하는 조직체계를 갖췄다. 2010년 1월에는 자원본부를 자원개발본부(신규사업처, 기술지원처, 이라크사업단)와 자원사업본부(도입처, 판매처, 러시아사업단)로 확대 개편했다.

    이후 가스공사는 해외 현지 거점화 전략 차원에서 2010년 2월부터 호주 서부지역인 퍼스에 상주 인력 2명을 두고 현지법인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2011년 10월 현재 블루에너지의 파견 인력을 포함해 한국인 주재원은 모두 11명이다. 서호주에 있는 대도시 퍼스는 셸(Shell), 토털(Total), 우드사이드(Woodside), 쉐브론(Chevron), 엑슨모빌(ExxonMobil), ENI, 도쿄전력 등 전세계 주요 에너지업체들이 집결돼 있어 ‘에너지 메카’라고 불리는 곳이다.

    가스공사는 호주법인 설립 이후 호주 퀸즐랜드 지역의 석탄층가스(Coal-Seam Gas·CSG)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CSG사업은 호주의 풍부한 석탄층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해 LNG로 변환시킨 후 해외로 수출하는 세계 최초의 비전통 가스 사업이다.

    한국가스공사

    가스 액화 플랜트 조감도.

    가스공사는 이 CSG 사업의 하나인 글래드스톤 LNG(GLNG) 프로젝트에 15%의 지분으로 참여했는데, 이를 통해 2015년부터 20년간 연 350만t의 LNG를 도입하게 된다. GLNG의 지분 구조는 호주의 산토스 30%,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27.5%, 프랑스의 토털 27.5%, 가스공사 15% 등이다. 지난 2월부터 가스전 개발, 액화 플랜트 및 파이프라인(약 420km), 항만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며 전체 공정률이 10%에 달한다.

    광구는 글래드스톤에서 서쪽 방향으로 420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거주민이 거의 없는 미개척지이며, 가스전 넓이는 약 7000㎢. 매장량은 약 6TCF(6×2100만t=1억2600만t). 가스는 지하 70~80m만 파도 나올 정도이며, 깊게는 700m 정도까지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임 법인장은 “최소 3개월 전에 방문신청을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각 주주사도 기본적으로 6개월마다 공식적인 초청을 받아 가스전을 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 부득이하게 갑자기 방문하려 해도 7000㎢의 땅 소유주에게 1개월 전에 통보해야 하는 등 제한이 많다.

    “광구 면적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넓습니다. 다 돌아보려면 자동차를 타고 하루 종일 달려야 해요.”

    2010년 가스 자주개발률 2.5%

    가스공사는 지난 8월에도 천연가스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호주에서 연간 560만t의 LNG를 추가로 도입키로 결정했다. 호주 서부 지역의 프렐류드가스전과 익시스 가스전에서 각각 360만t과 200만t의 LNG를 들여올 계획이다. 560만t은 우리나라 연간 가스 소비량의 17% 수준이다. 특히 셸이 소유한 호주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프렐류드 프로젝트의 경우 가스공사가 10%의 지분을 취득해 가스전 개발 및 LNG FPSO 건설, 운영에도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지분 취득에 대한 공식적인 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으나 늦어도 내년 1월께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Vessels)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할 때 필요한 초대형 선박으로 천연가스 액화 플랜트, 저장탱크, 하역시설 등을 장착하게 된다. 프렐류드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해상 부유식 LNG 프로젝트인데, 삼성중공업이 핵심장치인 부유식 플랜트를 직접 제작한다.

    한국가스공사

    가스전 개발 현장.

    가스공사의 이런 프로젝트들은 천연가스를 단순히 해외 수입에만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LNG 도입량은 약 3200만t인데, 약 77만t의 해외 자원개발 물량을 확보해 2.5%의 자주개발률을 달성하게 됐다. 2007년 가스공사가 2017년까지 자주개발률을 25%(850만t), 기업가치를 3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KOGAS 비전 2017’을 선포했을 당시 천연가스 자주개발률은 1%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 기업이 호주에서 수입하는 자원은 석탄, 광물이 대부분이다. 그런 호주에서 LNG를 도입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카타르 오만 등 중동 지역에 치우쳐 있는 LNG 수입원을 다양화해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고, 2020년경 LNG 세계수출 1위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호주에서 가스 자원을 상당 부분 선점하게 됐다는 점 등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직 먼일 같다. 그러나 가스 사업은 최소 1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 주강수 사장은 지난 1월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가스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20년 이상 장기계약을 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그래서 장기적 비전을 갖고 사업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지금은 구매량보다 공급량이 더 많아 시장에서 구매자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매자 시장(buyer‘s market)이지만 2015년 이후엔 공급량보다 구매량이 더 많아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이 될 것이므로 미리 해외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화적 차이 극복이 관건

    한국가스공사

    임종국 호주법인장

    호주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척시켜나가려면 호주 사회의 문화적 차이도 잘 극복해야 한다. 호주에서는 환경규제가 엄격하고, 노동력에 대한 제약이 심하다. 올해 한국광물자원공사는 450억원을 투입한 와이용 유연탄 광산의 채굴권 허가를 얻지 못해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광산이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에서 주정부가 환경파괴를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시드니 현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결정이 내려졌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와이용 광산의 경우 재심의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올해 1분기에만 36억3000만달러 상당의 투자를 단행한 가스공사를 비롯해 여러 국내 기업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임종국 법인장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자신감을 내비쳤다.

    “호주 정부는 가스공사가 LNG 구매뿐 아니라 자원개발 투자를 병행하게 된 데 대해 협력 가능성을 높게 인정하고 있다. 특히 서호주 주정부에서는 호주업체와 가스공사가 참여하는 한호 비즈니스 협의회를 만들어 한국기업의 호주 진출 등에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가스공사 호주법인은 호주 에너지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업체들이 수시로 방문할 정도로 호주 진출의 교두보 구실을 하고 있다. LNG는 사전에 가격을 조정해 구매협상이 이뤄진다. 투자비만 계산되면 일정한 수익이 변함없이 발생하는 구조다.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 및 가스수요 증가에 따른 가스가격 인상이 전망되므로 호주의 자원개발 사업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스공사는 삼성물산, STX, 현대자원개발 등 국내 민간업체와 함께 추가로 가스전 개발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등 국내 중공업 및 건설업체 등의 LNG 액화플랜트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스공사 호주법인은 호주를 넘어 동티모르, 파푸아뉴기니 등 인근지역을 포괄하는 자원개발의 전략적 거점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네트워크 확보, 국내외 민간사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기술수출 등 연관사업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는 뚜렷한 실적 없이 끝나거나 양해각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가스공사의 프로젝트는 비(非)전통 가스와 제3국 수출용 등 새로운 차원의 해외 자원개발 의미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임종국 법인장은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호주에서의 자원개발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도 기회는 많다. 자원 확보라는 큰 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 중국에 그 기회를 빼앗긴다”고 말했다.

    가스공사가 이처럼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던 데는 주강수 사장의 자원개발 철학이 뒷받침됐다. 서울대 지질학과를 나와 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 등을 지내면서 전문성을 갖춘 주 사장은 2008년 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한 뒤 3년간의 임기를 무사히 마쳤고,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10월2일부터 1년 연임에 들어갔다. 연임 결정 당시 지식경제부는 ‘가스공사가 해외 사업 등 지속사업의 비중이 높아 기존 기관장의 전문성, 사업의 계속성 등을 강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연임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글로벌 경영전문지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에너지 부문에서 2010년 6위에 이어 올해 4위에 올랐고,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PCSI)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또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에서 우수기관 및 자율경영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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