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자원부국 호주

실패 두려워 말고 장기적 관점서 투자해야 성공

  • 어성일 KOTRA 멜버른 무역관장

    입력2011-10-26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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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부국 호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리스고시의 스프링베일 채탄장.

    호주는 엄청난 자원 부국이다. 세계적으로 자원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사실은 점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 총 면적이 768만6850㎢(한반도의 약 35배)에 달하는 호주는 다양하고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질학 호주(Geoscience Australia)’ 자료에 따르면 현재 호주는 300개 이상의 광산에서 약 22종의 광물을 집중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갈탄, 납 금홍석, 지르콘, 니켈, 은, 우라늄, 아연의 경제적 매장량(EDR·이하 EDR 기준임)은 세계 최대다. 안티몬, 보크사이트, 역청탄, 구리, 금, 산업용 다이아몬드, 철광석, 일메나이트, 리튬, 망간광석, 니오브, 탄탈럼, 텅스텐 및 바나듐 등의 매장량도 세계 6위권 안에 든다.

    역청탄(Black coal)은 세계 총 매장량의 7%에 해당하는 43.8기가t이 매장돼 있어 호주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다. 석탄의 경우 호주가 세계 1위 수출국으로 전세계 석탄 교역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매장지역은 호주 동부지역인 퀸즐랜드 주(58%)와 뉴사우스웨일스 주(38%)다. 우라늄은 RAR(Reasonably Assured Resources·㎏당 US$ 80의 비용으로 회수 가능한 자원)이 12억2300만t이나 돼 세계 RAR의 4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장량도 세계 최대다.

    철광석은 세계 매장량의 17%인 28기가t을 보유,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매장 지역은 주로 서호주 주(98%)에 위치하고 있다. 8040만t에 달하는 구리는 남호주 주(70%), 퀸즐랜드 주(11%) 및 뉴사우스웨일스 주(5%)에 주로 매장돼 있다. 이밖에 우리나라 6대 전략광물에 속하는 니켈 및 아연의 매장량도 각각 2400만t, 5840만t으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광물자원만 있는 건 아니다. 호주는 원유, 천연가스(LNG) 등 주요 에너지 자원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원유 매장량은 35억배럴로 세계 총 매장량의 0.3%를 차지하며, 주요 매장지역은 남호주 베이스 스트레이트(Bass Strait·18억배럴) 및 서호주 카나본 분지(Carnarvon Basin·11억배럴) 지역이다. 천연가스는 그 매장량이 아태지역 최대 수준인 약 100Tcf(trillion cubic feet)로 세계 총 매장량의 2%를 차지하며 추가 발굴 가능한 잠재 보유량도 50~170Tcf에 달한다. 주요 매장지역은 서호주의 노스 웨스트 셀프(North West Shelf·매장량 40Tcf), 남호주의 쿠퍼/베이스 분지(Cooper/Bass Basin·매장량 10Tcf) 등이다.



    민간 중심 상업적 자원개발 정책

    호주는 광산업이 제1산업으로(GDP의 7%, 상품수출의 58% 점유) 자국 경제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호주 정부는 광업 부문의 지속 성장 및 고용 확대를 위해 외국인 투자유치 및 자원 세일즈 외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한편 관련 정부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 정부의 자원 지원정책은 민간부문 활동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 부문과 긴밀히 소통해 정부 역할이 필요한 부분을 발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 범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 제도 인허가 업무를 지원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원 개발은 민간 대기업이 상업적 목적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주목할 점이다. 이 같은 정책 때문에 호주는 외국계 민간 기업이 상업적 투자를 통해 자원을 확보하기가 쉬운 나라다. 자원을 놓고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실에서 이런 점 때문에 호주 자원시장은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자원 개발에는 많은 위험과 기회가 따른다. 그만큼 투자지역의 정치·경제적 안정성과 투명성을 고려해야 한다. 투자금 회수에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주는 광업선진국으로 투자 안전성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Behre Dolbear · Company, Inc.가 실시한 광업 투자대상국(Country Ranks for Mineral Investment 2010)에서 1위로 선정] 현재 호주는 우리 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투자대상국 중 성공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호주 자원시장을 놓고 세계 각국이 벌이는 경쟁은 무척 치열하다. 호주 외국인 투자청 통계에 따르면 2008/2009 회계연도 기준 대(對)호주 전체 외국인 투자는 1667억 호주달러를 기록했는데 그중 광업부문이 906억 호주달러로 54%를 넘어서고 있다. 주요 투자국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순이다. 이 가운데 미국, 일본, 영국은 호주에 진출한 역사가 오래된 만큼 지속적인 대호주 투자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중국은 2005년부터 호주에 대한 투자 폭을 크게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중국의 대호주 투자 대부분은 광업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2008/2009년도 경우 전체 대호주 투자액은 미국(40억 호주달러)이 중국(27억 호주달러), 일본(22억 호주달러)을 크게 앞서 있지만 광업 부문에 대한 투자는 중국(26억 호주달러)이 미국(20억 호주달러) 및 일본(17억 호주달러)을 앞지른 상황이다.

    자원부국 호주


    자원부국 호주

    석탄을 실어내가는 뉴카슬항구.

    중국은 자국 경제발전을 위해 자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호주 자원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호주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호주산 자원 확보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일본도 이 같은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호주와의 FTA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호주 투자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들어 대호주 자원개발 투자가 활발해지기는 했으나 아직 일본, 중국 등 경쟁국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2010년 6월 현재 우리나라의 대호주 자원개발투자는 8개 광종, 43개 사업에 누적투자액 19억200만 미국달러(우리나라 전체 해외자원투자액의 32%)를 기록하고 있다.

    호주 자원시장에 대한 각축전 날로 심화

    그동안 한국은 리스크가 따르는 자원 개발보다는 자원 수입에 의존해 성장을 구가해왔다. 그러나 중국, 인도 등 거대 자원 수요국이 새롭게 출현하면서 자원 부족으로 야기된 자원쟁탈전이 치열하고 이로 인한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있어 수입만으로는 지속 성장을 위한 안정적 자원 확보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세계 최대 자원보유국의 하나이며 우리와 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가진 호주와 성장 동반자로서 협력관계를 더욱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아시아 국가 중 호주 자원투자 원조 격인 일본의 대호주 진출 과정 및 성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호주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일찍부터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10~20년 후를 내다보며 장기적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현재 일본 종합상사들은 호주 자원시장에서 부동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고 특히 호주 미쓰이상사는 매출액 기준 호주 20대 기업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미쓰이상사의 서호주 ‘로브 리버(Robe River)’ 철광석 투자 사례는 장기투자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쓰이상사는 1962년 조사에 착수해 1972년 생산을 개시했다. 그러나 배당 수익은 1984년에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회사의 사업 구조상 철광석 투자 수익비중이 매우 높아 ‘철광석 상사’로 불리는 미쓰이상사는 실적이나 시황에 관계없이 매년 일정 규모를 투자해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일본이 호주 자원투자에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의 하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하게 투자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이제 막 본격적인 호주 자원투자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호주 자원개발 사업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타 국가에 비해 사업비용이 많이 들지만 투자성공률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펀드 조성, 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 발전소 철로 건설 등을 위한 연계 기업과 동반 진출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크고 조사·개발·생산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이므로 사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전문 인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많은 기업이 해외 자원개발에 관심이 있음에도 비용과 사업 실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호주 내 자원개발 투자는 주로 생산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단순 지분투자 방식이다. 그런데 지분이 적을 경우 이사 파견 등을 통한 사업운영 참여가 불가능해 사업 프로젝트 운영, 개발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어렵다. 광업 선진국인 호주의 자원개발 노하우를 전수받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형태의 투자방식이 요구된다.

    자원부국 호주
    투자 위한 재원 확보와 전문인력 양성 필요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호주와의 관계 설정에 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추진 중인 한호 FTA 협상을 완결지어 양국 간에 에너지, 광물자원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은 호주 자원시장 참여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더 높여 활발하고 신속하게 호주 자원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원개발과 관련해 호주 내에서 불고 있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도 있다. 최근 호주는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탄소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방안으로 2012년 7월1일 시행 예정으로 탄소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나라다. 특히 탄소세가 도입되면 호주 내 풍력, 태양광, 지열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 개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신재생에너지 각축전에서는 경쟁국에 뒤지지 않도록 우리 기업이 관심을 갖고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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