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회장의 라운딩 스타일은 경영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외환위기와 같은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소신있게 정면 돌파하는 경영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소신.
재계에서는 그가 올해 신년사에서 ‘1등 LG’라는 구호를 내걸고 재도약을 다짐한 것도 그런 승부사적 기질과 맥이 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구회장의 핸디캡은 7. 그가 곤지암 4개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기록한 것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50㎝ 안팎의 거리가 남아도 컨시드(concede, 한 번의 퍼팅으로 홀인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것)를 주거나 받지 않고 끝까지 홀아웃을 한다는 점.
삼성전자 윤종용(尹鍾龍·58) 부회장은 항상 티오프 1시간 전에 필드에 도착한다. 남보다 빨리 와서 퍼팅연습을 하고 스윙감각을 점검해야 만족스럽게 라운딩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만큼 자기계발에 정성을 쏟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스타일이다.
윤부회장은 경영현장에서도 기업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외환위기 이후 삼성전자 구조조정 당시 측근부터 먼저 사표를 받은 뒤 다른 조직까지 과감하게 쇄신한 것은 지금까지도 삼성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는 일단 신중하게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모든 결정에는 반대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고 때로는 반대 주장에 논리적으로 타당한 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의견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면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혁신가다운 면모는 필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반드시 고쳐나가기 때문에 결점은 줄고 장점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윤 부회장은 라운딩이 끝나면 코치를 찾아가 그날의 샷 가운데 미진한 부분을 지적받고 반성할 정도로 혁신에 열정적이다.
그 결과 그는 요즘 80% 이상의 홀에서 파온(par-on)에 성공할 정도로 아이언의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에는 안양 베네스타CC 17번홀(파3·130야드)에서 8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단지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언이 좋아졌다.
윤부회장은 완벽한 스윙 폼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임팩트가 좋은 편이다. 그래서 이순(耳順)을 앞둔 나이에도 드라이버 거리가 평균 240야드나 된다. 장타자는 보통 타구의 방향이 정확하지 않지만, 윤부회장의 샷은 장타이면서도 ‘직선형’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코스와 싸움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코스를 어루만지듯 차분하게 공략하는 스타일이다. 짧은 파4 홀이나 파5 홀에서 티샷을 할 때는 굳이 드라이버를 고집하지 않고 아이언이나 3번 메탈로 샷을 날리며, 그린으로부터 100야드 정도의 거리로 공을 보낸 뒤 자신있는 피치샷으로 온그린을 노리는 매니지먼트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핸디캡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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