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 설치된 신안풍력발전소.
울돌목은 해남군 우수영과 진도군 녹진 사이에 폭 300~500m, 수심 20m에 달하는 해협(海峽)을 말한다. 바닷물이 최고 초당 6.5m라는 엄청난 속도로 흐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곳이다. 1일 4회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급류가 암초에 부딪혀 나는 ‘울음 소리’가 멀리에서도 들린다고 해서 명량(鳴梁)이라고도 한다. 일부 학자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은 이 해협 양쪽에 쇠사슬을 설치해 물밑에 숨겨뒀다가 왜선이 지나갈 때 군사들이 잡아당기게 해 배를 뒤집었다. 쇠사슬 사용설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충무공이 빠른 조류를 이용해 큰 승리를 거머쥔 것은 분명하다.
국내 첫 대용량 조류발전소
현대인도 이 천혜의 조건에 착안했다. 바로 ‘울돌목’의 빠른 물살을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 조류의 힘을 이용해 물속의 수차(水車·블레이드)를 돌려 전기에너지를 얻는 조류발전소가 5월14일 이곳에 준공됐다. 한국동서발전이 국토해양부의 지원을 받아 4년간 125억원을 들여 국내 기술로 만든 이 발전소는 설비용량 1MW급(국내 최대) 시험용으로 연간 2.4GWh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430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계곡물 흐르는 것 같지 않습니까?”
한국동서발전 최명선(35) 감독은 기자를 수차가 있는 바다 위 시험조류발전소까지 안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육지 감독실에서 시험발전소까지는 약 50m 떨어져 있는데, 양쪽이 폭 1m의 좁은 통로(catwalk)로 연결돼 있다. 발밑으로 바닷물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그곳을 걸어가면서 기자는 빠른 물살에 위협적인 느낌을 받았다. 최 감독의 말이다.
“조류발전이 가능하려면 유속이 초속 2.5m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울돌목은 대단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유속이 가장 센 곳은 진도대교 바로 아래입니다. 애초 그곳에 해상 크레인을 박으려다가 유속이 너무 빨라 2번이나 진도대교와 충돌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유속은 덜하지만 안정적인 실험을 위해서 발전소 위치를 800m 아래로 옮길 수밖에 없었지요.”
조류발전은 수평으로 흐르는 빠른 바닷물이 바람개비 같은 수차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내고, 조력발전은 낙차의 힘으로 터빈을 돌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류발전은 바다 위에 수차발전 설비를 만드는 것 외에는 자연을 훼손할 일이 없으므로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기 위해 댐을 만들어야 하는 조력발전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세계 각국이 태양광, 풍력과 함께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여기고 있지만 적합한 지형이 많지 않다. 현재 조류발전소를 건설한 나라는 한국과 영국뿐이다.
“조류발전은 물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작은 힘을 받아도 고효율의 회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원리는 이미 18세기에 베르누이가 발표한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른 것인데요. 유체의 속력이 증가하면 압력이 낮아지고, 반대로 속력이 감소하면 압력이 높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겁니다. 따라서 같은 시설 용량일 경우 조류발전은 풍력발전에 비해 터빈의 크기가 작습니다.”
국토해양부는 ‘천연의 힘’인 조류에너지를 연구하기 위해 2001년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조류에너지 실용화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5년까지는 해양의 특성을 분석하고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등 울돌목 조류발전의 개념을 설계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올해 말 타당성 보고서 나와
실제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공사에 들어간 것은 2005년 4월. ‘재킷(Jacket)’이라 하는 발전시설 구조물(16×36×50m), 사람이 바다 위로 걸어 발전소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캣워크 교각 등을 지상에서 먼저 만들었다. 그러나 물속에 재킷 구조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나 빠른 유속 때문에 실패했고, 2008년 5월에야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9월에 굴착을 완료했고, 콘크리트를 부어서 구조물을 안정화하는 작업을 끝냈다. 설치작업이 완료된 것은 올해 1월말. 이때서야 재킷뿐 아니라 전력변환장치, 변압기 등 실제 모든 발전시설을 갖추고 운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