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진짜 그런 점은 있어요. 그런데 최고경영자(CEO)가 자기 재량으로 그걸 바꿀 수가 없어요. 삼성뿐 아니라 어느 대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우선은 이익을 많이 내고, 그게 바로 실적에 연결되어서 자기 연봉에도 관계가 되고, 그게 다 주가에도 영향이 있고, 그게 주주들하고도 관계가 되고 다 연결돼 있어서 어느 누구도 ‘우리 이익 좀 덜 내고 나눠줘라’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나 거래처가 많아지는 것은 결국 회사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될 수 있지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균형 잡힌 계약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보통신부 장관 재직 때) 대통령하고 재벌 총수들이 모여서 상생 협약한다고 하는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때 내가 입바른 소리를 좀 했지요. ‘대통령하고 회장님들께서 상생을 얘기하셨지만, 이것은 잘 안 되는 얘기입니다’고 했죠. ‘회장님께서 하자고 총론적으로 말씀하시지만, 그게 저 일선 구매담당이나 임원의 업무보고 때까지 가기는 어려울 겁니다’라고. 예를 들어 임원이 매년 15% 원가 절감, 구매가격 절감 이런 업무 목표를 세웠을 텐데, 이 목표를 바꾸지 않으면 (상생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그 목표를 누가 바꿔요? 못 바꿔요. 그건 회사 전체의 이익이니까. 삼성전자가 100조원 팔면 얼마쯤 구매하느냐 하면 50조원은 사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10%만 줄이면 얼마예요. 5조 이익이 더 나는 걸 누가 하지 말자 그래요?”
▼ 상생의 뜻은 원론적으로 다 이해하지만, 이것을 현실화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는 말씀이군요.
“그래요. 상생하자는 소리는 10년 전에도 있었어요. ‘중소기업 다 죽는다. 대기업에서 봐줘야지’ 하면서 현금 결제하도록 했어요. 그렇지만 대기업은 돈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깎거든요. 겨우 먹고살 정도로 놔두거든요. 그래도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사람들은 먹고는 살아요. 다른 회사 납품업체는 더 죽을 맛이에요. 대기업이 휘청하면 전부 갹출해서 적자 같이 메우고, 그렇게 또 살아가요. 일본도 그래요. 일본도 대기업에서 적자 나고 그러면 납품업체들 다 불러서 전부 갹출시키고 하거든요. 참 어려운 문제예요.”
미국 사람들, 시장 훨씬 잘 다뤄

2006년 청와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보고대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가운데)과 재벌 총수들.
“그건 꼭 그렇게 얘기할 수 없어요. (반도체 분야가) 너무 다양하거든요. 그러니까 삼성전자 혼자서 전자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반도체를 다 만들어낼 방법이 없어요. 제조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응용이라든지 소프트웨어라든지 이런 것을 다 감당할 수 없거든요. 삼성에서도 얼마나 하고 싶겠어요. CDMA의 경우는 우리(삼성)도 자체적으로 CDMA칩을 만들었어요. 1998년에 만들어서 그 공로도 삼성경영 금상도 받았어요. 대상 다음가는 상을 받았는데…. 퀄컴이 먼저 만든 것을 여러 가지 특허 문제도 있었지만 유사하게 만들었는데, 결국에는 미국 사람들이 시장을 훨씬 잘 다룬 셈이죠. CDMA 서비스 시장이라든지, 이런 것을 판촉해서 우리가 만들었어도 팔지 못하게 됐죠. 결국 삼성 안에서도 쓰지 못할 정도가 됐고, 하나는 만들어냈지만, 그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하니까….”
▼ 메모리카드 분야에서 MMC카드와 SD카드도 그런 양상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그런 셈이죠.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기에는 힘에 부치죠. (소니가 만든) 메모리스틱 같은 것도 안 되잖아요.”
▼ 소니도 (메모리스틱 사업을) 올해 공식적으로 접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메모리스틱에) 무지무지하게 돈을 많이 들였어요. MMC에 삼성은 돈도 별로 안 들였죠. 삼성에서 플래시메모리를 만드니까, 조금 시간을 끌다 그냥 안 되겠구나 판단했던 거지요. 메모리스틱에 소니가 돈을 엄청나게 퍼부었어요. 결국 돈만 까먹은 셈이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