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배우’ ‘대한민국 대표 아버지’인 탤런트 최불암씨가 특유의 ‘파’ 하는 웃음을 지으며 편안한 모습으로 화면을 채운다. 잇몸약 인사돌의 광고다. 동국제약 인사돌은 ‘써보면 써볼수록’ ‘잇몸 속까지 제대로’ 등 다양한 광고 문구를 써왔지만, 최근 들어 ‘대한민국 잇몸약’이라는 간단한 말로 브랜드를 깔끔하게 정의하고 있다. 노년기에 이르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된 이순재씨와 최불암씨를 연속으로 메인 모델에 기용한 것도 33년 동안 잇몸약 시장 1위를 지켜왔다는 자신감의 표출일 것이다.
인사돌은 대한민국 최고의 잇몸약이면서 최초의 잇몸약으로 인식된다. 동국제약은 1978년 프랑스 라로슈 나바론사에서 인사돌을 수입해 국내에 소개했다. 뒤이어 1987년부터는 자체 생산을 하고 있다. 33년 동안 제품의 성분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인사돌은 잇몸병 치료제라는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개척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일등 브랜드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예전에는 잇몸병을 하나의 병이라기보다 치통의 하나로 봤어요. 잇몸에 문제가 있으면 치통약을 사 먹었죠.”
대한민국 대표 잇몸약
인사돌 도입 초창기에 영업을 담당했던 동국제약 직원들은 인사돌이라는 브랜드, 동국제약이라는 회사, 잇몸병이라는 생소한 병이라는 세 가지를 알려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약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효능을 제대로 알리기도 버거운데, 그 앞에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우리 잇몸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연조직인 치은, 치아와 잇몸을 결합시키는 치주인대, 치아를 잡아주는 잇몸뼈인 치조골, 치주인대를 치근에 부착시키는 백악질로 구성된다. 이런 조직들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잇몸질환이다. 치은에 생기면 치은염, 치은염이 나머지에까지 퍼지면 치주염이다. 인사돌은 치조골 형성을 돕는 한편 항염 작용을 촉진한다. 잇몸질환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퍼진 지금에 들어도 머리 아픈 얘기인데, 30년 전의 일반 소비자에게는 얼마나 생소하게 들렸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30여 년이 지나 경쟁자들이 있는 지금에도 동국제약은 한정된 시장 내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보다는 잇몸병 치료 시장 자체를 넓히는 정책을 쓰고 있다. 동국제약 대표이사 이영욱 사장은 인사돌을 단순히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팔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감기 다음으로 가장 많이 앓는 병이 바로 잇몸병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73.9%가 다양한 치주질환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잇몸병을 앓는 환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민 건강에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인사돌을 만듭니다.”
인사돌과 동국제약, 잇몸병 치료제를 확실하게 알린 것은 TV 광고다. 동국제약은 1985년 첫 TV광고를 내보냈다. 모델은 송해씨였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지’라는 광고 문구가 그야말로 히트했다. 광고 방영 후 한 달 매출액이 30~40% 상승했고, 약국을 찾은 손님들은 ‘송해 약’을 달라고 했다.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거쳐 치아 건강까지 돌볼 수 있는 여유와 고령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높아진 잇몸병에 대한 관심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지만, 특히 TV 광고의 효과가 대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라는 속담에 빗댄 광고 문구는 새삼스레 잇몸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붓고 시리고 피가 나는 것은 이가 아니라 잇몸이라는 사실을 전 국민이 광고 하나로 깨닫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