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제일제당센터 전경
지상 1층 디저트 카페 ‘투썸 플레이스’와 베이커리 ‘뚜레쥬르’부터, 지하 1층에는 ‘빕스 스테이크 하우스’‘프레시안’‘제일제면소’‘로고커리’등 CJ 외식브랜드 점포가 빠짐없이 자리했다. 햇반, 백설밀가루 등 CJ 상품으로만 구성된 프리미엄 슈퍼마켓 ‘프레시마켓’과 헬스·뷰티 전문점인 ‘CJ올리브영’까지 있어 간단한 쇼핑도 할 수 있다. 1층에는 콩과 벼를 직접 재배하는 ‘실내 농장’과 아기자기한 요리기구들이 돋보이는 쿠킹스튜디오도 눈에 띈다.
CJ푸드월드에는 1953년 백설 설탕, 밀가루로 시작해 이제는 대한민국 식품·외식 분야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CJ의 꿈과 역사가 담겨 있다. CJ의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은 바로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 노희영 CJ그룹 브랜드 전략 고문이다.
노 고문의 이력을 아는 사람들은 CJ푸드월드를 보며 “역시 노희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의 손을 거친 레스토랑치고 안된 경우가 없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늘 새로웠고, 언제나 성공했다.
1989년에는 서울 청담동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바스타 파스타’를 오픈하면서 처음으로 ‘파스타’란 용어를 국내에 소개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퓨전 레스토랑인 ‘궁’을, 2002년에는 청담동과 목동 현대백화점에 유기농 퓨전 누들바 ‘호면당’을 열었다. 이밖에 공원과 카페를 접목한 슬로푸드 카페 ‘느리게 걷기’, 티 테이크아웃 브랜드 ‘Tea talks’ 등 유행을 선도한 레스토랑은 모두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국내 최초로 ‘웰빙 과자’를 표방했던 ‘마켓오(Market O‘)’ 역시 그가 낳은 ‘자식’이다. 2003년 마켓오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브랜드를 키웠고 2007년 오리온 외식 계열사 롸이즈온에 개발담당이사(CCO)로 임명되면서 오리온에 마켓오를 팔았다. 노 고문은 2010년 오리온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여섯 달 만에 사직한 후 CJ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CJ그룹에 내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J는 식품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미디어, 홈쇼핑 등 유통, 제약·바이오 등 생명공학까지 아우르는 그룹입니다. 만약 지금 이 CJ제일제당센터에 M·net 펍(Pub)을 만들고 옥상에 CGV 극장을 넣고 1~3층에 CJ오쇼핑 패션매장을 넣으면 웬만한 쇼핑몰 하나를 만들 수 있어요. 세계에 이런 콘텐츠를 가진 기업이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구슬’을 가진 CJ는 각기 분야만 잘했지 ‘큰 그림’을 못 그리는 게 내 눈에는 보였거든요. 그래서 나는 그 굴러다니는 구슬들을 빨리 꿰어서 예쁜 목걸이를 만들고 싶었어요.”
8월29일 오후 CJ푸드월드에서 만난 노 고문은 당당함 그 자체였다. 빨간 재킷과 특이한 프린트의 블라우스, 허리선이 높은 통바지 등 옷차림부터 남달랐다. 패션을 칭찬하자 그는 “원래 남들 입는 건 잘 안 입는다”며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CJ푸드월드를 만든 계기를 묻자 역시 시원하게 답했다.
“사실 여기가 직원식당 자리인데, 나부터가 ‘짬밥’을 먹기 싫었어요. 나는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게, 즐겁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나랑 밥 먹는 걸 싫어해, 워낙 까다롭게 고르니까(웃음). 근데 내가 먹기 싫은 음식을 우리 직원들 먹일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이 건물 상주하는 4000명 직원 대부분이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인데 우리 직원들부터 맛있는 밥을 먹어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않겠어요?”
“맛은 쌓인다”

노 고문의 등장 이후 CJ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먼저 백설이 바뀌었다. 백설의 갈색 로고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으로 새 단장했다. 제일제당 50여 년 역사를 담은 광고는 “그때, 그곳, 그맛”, “맛은 쌓인다”는 카피로 향수를 자극한다.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는 홍보를 할 때 기술을 드러내지 않으면 불안해해요. 햇반의 경우 이전에는 ‘당일 도정을 해서 신선합니다’ 이런 광고를 했어요. 그런데 소비자는 햇반의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하지 않아요. 다만, 맛이 있느냐 없느냐. 내가 이 제품을 사고 싶으냐, 아니냐 이것만 고민한단 말이에요. 백설 광고, 리뉴얼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CJ가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이 아니라 소비자가 알고 싶고 느끼고 싶은 걸 전달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