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호

전쟁터에서 휴머니즘 찾지 마라

  • 세이노 sayno@korea.com

    입력2005-05-06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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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정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감원이 불가피한가? 그렇다면 과감하게 해고하라. 기업은 자식을 기르는 부모가 아니다. 정리해고를 하되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하라. 칼은 함부로 휘두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무능한 경영자라면 해고 영순위는 바로 당신이다.
    오래 전에 부동산 경매로 부를 늘리기 시작했을 때 어떤 이가 이렇게 조언했다. “경매 물건에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한이 서려 있다. 뭔가 잘해보려고 하다가 일이 잘못되어 담보로 잡힌 물건을 날리게 됐기 때문이다. 불행해진 사람들의 사정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은 재고해봐야 하지 않겠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경매물건 중에는 입주자가 어이없이 전세금을 날리고 거리로 나앉게 된 경우가 많다. 그들을 생각하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닌 듯싶다. 하지만 담보를 받고 돈을 빌려준 사람을 생각하면 그 담보는 당연히 처리돼야 하는 물건이다. 윤리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 늦은 밤 어느 약국에 강도가 들어왔다가 약사에게 발각돼 격투가 벌어졌다. 약사는 칼에 찔려 죽고 강도는 붙잡혔다. 당연히 당신은 강도가 나쁘다고 생각할 것이다.

    윤리게임과 경제원리

    그런데 다음날 신문에 이런 기사가 보도됐다. 그 약사는 불치병 특효약을 발명한 사람이고 강도는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인데, 강도의 아내는 그 불치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는 전 재산을 팔아 100만 원을 들고 약을 사러 갔으나 약사는 1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절대로 안 판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밤에 약을 훔치려고 들어왔다가 약사에게 들켰고 싸움이 벌어져 엉겁결에 살인을 하게 된 것이다. 자, 이제는 누가 나쁜 놈인가. 의견을 말하기가 망설여지는가.

    이번에는 그 다음날 신문에 또 다른 기사가 나왔다. 그 약사는 특효약을 발명하기 위해 전 재산을 바쳤으며, 그 때문에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못했고 이혼까지 당했다. 그런데 그 불치병은 1000만 명에 한 명꼴로 걸리는 병이라 특효약이라 해도 많이 팔릴 수는 없으며, 약사가 요구한 1000만 원은 그가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미미한 금액이었다. 당장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해도 그 정도의 돈은 필요했다. 자, 과연 누가 나쁜 사람인가? 누구도 이런 윤리게임에서 자신있게 ‘나쁜 놈’을 골라내긴 어려울 것이다.

    경제에서도 이런 게임은 계속된다. 기업이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면 노조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항의한다. 여기에서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당신에게 전세를 놓을 집이 하나 있다면 전세금을 얼마나 받겠는가? 시장가격에 따라 남들 받는 만큼 받겠다고 할 것이다. 전세로 들어올 사람의 개인적인 형편을 고려해 전셋값을 결정하는 주인은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경제원리다.



    당신에게 자녀가 둘 있는데 수입이 빤해서 한 명만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가정하자. 일단 생활비도 줄여볼 것이고 집을 팔아 여유자금을 만들어 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안 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는 아이 한 명만 대학에 보내고 다른 아이는 진학을 포기시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기업도 마찬가지다. 수익구조가 취약해지면 어쩔 수 없이 고정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어째서 경영자는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나도 그 점은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이나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나는 경영자와 고용인의 대립이 빚어내는 갈등구조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고 소화하려 노력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전형적인 부르주아에 속한다. 프랑스어 ‘부르주아(bourgeois)’라는 말이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듯, 나는 분명 자본주의의 부자들이 사는 ‘성’ 안에 거주한다.

    하지만 내가 청년기를 보낸 70년대 초는 산업화 시대의 정점이었고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다. 그래서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이명훈이 ‘변증법(dialectic)’이란 단어만 보아도 가슴이 뛰었듯이 나는 ‘프롤레타리아’라는 단어를 보면 가슴이 찡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는 1930년대에 전세계를 휩쓴 대공황이 시대적 배경이다. 가난한 농부 조드 일가는 대공황과 가뭄을 견디다 못해 고향을 버리기로 한다. 기술발전에 따른 농업 기계화도 그들의 고통을 키운다. 트랙터 기사 한 명 때문에 스무 세대가 입에 풀칠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수확인부 800명 모집. 고임금. 숙소 제공’이라는 광고전단을 보고 길을 떠난다. 그들은 고물 자동차를 타고 새로 난 도로를 달린다. 그들의 꿈은 좋은 차를 갖는 것, 그리고 그 당시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영화나 라디오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푼 꿈을 품고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수십만 명의 떠돌이 농민들이 모여 있었고, 임금은 너무도 낮은 수준으로 깎여 있었다. 결국 온 식구가 달려들어 하루종일 일해도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수입밖에는 얻지 못했다.

    그러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투쟁의식이 싹트기도 했으나 불온사상으로 몰려 심한 박해를 받는다. 굶주림과 착취로 괴로움을 겪는 그들에게 잘 익은 포도는 이미 아름다운 열매가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의 포도’였다.

    그들은 동맹파업에 들어가고 지주들은 폭력배를 불러들인다. 농민들 편인 목사는 폭력배들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죽고 만다. 조드의 맏아들 톰이 복수를 하지만 지주들에게 매수된 경찰의 추격을 받는다.

    장마철이 되어 모두 창고에서 비를 피하고 있을 때 한 여인이 창고에서 해산을 하지만 아이는 죽는다. 여인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한 사나이의 입에 자신의 젖을 먹으라며 유방을 물려준다. 비가 그치면 그들은 또다시 고물 자동차를 몰고 살 길을 찾아 정처없이 떠난다.

    전태일 시대는 지나갔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변혁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구조조정으로 강제 퇴직하게 된 가장들, 일확천금의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 영화나 TV 같은 매체에서 화려하게 소개되는 스타들을 동경하는 젊은이들,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신기술을 가진 사람들만 대접받는 사회, 최고경영자의 연봉은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지만, 사원들은 계약직으로 대체되면서 연봉이 깎이는 임금구조, 아내와 맞벌이를 해도 여전히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작은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 현실, ‘황금족’이라고 불리는 부유층의 호사스러운 소비생활, 고물 컴퓨터로 ‘정보 고속도로’를 기웃거려 보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가난한 사람들….

    어쨌든 당신이 포도농장 주인이라고 하자. 인부들에게 품삯을 얼마나 주겠는가? 남들이 주는 수준? 아주 후하게 노임을 지불한다면 당신의 포도는 경쟁자들의 것보다 비싸져 잘 팔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농장이 폐쇄될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1970년대 우리 사회를 배경으로 한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보자. 난쟁이 아버지는 안 가져본 직업이 없을 만큼 열심히 일했지만 가진 것이라곤 무허가 건물 한 채뿐이다. 자식교육만큼은 남들처럼 시켜보려 하지만 결국엔 모두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나가 일한다. 난쟁이가 가진 꿈은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쇠공에 실어 달을 향해 쏘아 올리는 것이다. 그는 그 꿈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종이비행기를 날리다 공장 굴뚝에서 떨어져 죽는다.

    난쟁이의 장남인 영수는 아버지와는 달리 배움으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공장에서 부당한 임금과 비인간적인 대우에 항의하던 끝에 기업 총수를 죽이기로 결심하지만 총수의 동생을 죽이고 만다.

    둘째 아들인 영호는 자기가 처한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모든 일에 회의적인 태도를 가진다. 무엇을 개선하려 해도 뜻대로 되는 일이 없자 삶에 지쳐버린다. 명희와 영희는 어떻게 보면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여성을 대표한다. 그들은 공장에 다니며 몸을 팔게 된다. 가장 많이 희생되면서도 사회적으로는 가장 큰 비난을 받는다.

    이 소설에서도 우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처절한 갈등을 볼 수 있다. 두 소설 모두에서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노동법에 명시된 인간적 처우를 받는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산업화 시대에는 그런 최소한의 요구조차 무시하는 나쁜 자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지금 세상은 노동자를 부품화하던 전태일의 시대가 아니라고 믿는다. 노동법은 강화됐고 수많은 업체들이 인건비 상승과 노조와의 갈등을 피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여전히 적지않은 사람들의 머리 속엔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망령이 똬리를 틀고 있다.

    어느 사업에서든지 인사관리와 인건비는 큰 문제가 된다. 인건비를 최소화해 자본가의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경쟁업체보다 고정비용을 적게 들여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무능한 직원들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정리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어 이익을 많이 내면 고용도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득을 많이 내느냐 못 내느냐 하는 것 역시 직원들의 몫이다. 직원들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이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직원으로 뽑았으면 끝까지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회사가 자식 기르는 부모인 줄 아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덕담을 늘어놓거나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는 못한다.

    당신이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을 학자들은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피고용인 관점에서 추구하는 비용이다. 반면에 경영자는 당신을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대체비용(replacement cost)’이라고 부른다.

    당신의 대체비용은 낮은데 고용비용은 높다면 경영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체비용은 철저하게 당신이 하는 일의 내용과 결과로 결정돼야 하며, 학벌이나 나이, 고향, 정치적 연줄 등과는 전혀 무관해야 한다. 당신이 처한 개인적 상황을 인간적으로 고려하는 휴머니즘도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전쟁은 더욱 심화되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휴머니즘 향기가 그윽한 대안이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경제전쟁이라는 말을 들어도 남의 일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내 눈에는 지금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총탄들, 여기저기에 폭탄이 떨어져 땅이 움푹움푹 패고 건물이 무너지는 광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여인이 굶주린 남자에게 젖을 물려주고, 난쟁이가 작은 공을 쏘아올리려 한다고 해서 전쟁터에도 그런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면 몽상가 아니면 문학소년이다.

    살벌한 경제전쟁을 종식시킬,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 같은 것은 과연 있는 것일까?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제3의 길을 가리켜 “유럽의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화려한 수식어에 불과하다”고 했다.

    제3의 길이 있든 없든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적어도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런 길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길이 마련되기 전에 나는, 어쩌면 당신도 이 세상을 떠난다.

    그러니 당신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경제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변화하고 행동해야 한다. 총체적 중산층 국가로 불리던 일본마저 그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천하지 못해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이 게임은 지극히 단순하다. 누가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가, 그것뿐이다. 다른 이데올로기는 고려하지 않는다. 지역경제를 생각하거나 정치적인 고려를 하거나 근로자들의 기득권이나 생존권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거나 하게 되면 그것은 곧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정부가 중소기업이나 무슨무슨 협회 제품을 우선 구매해주는 것이 과연 잘하는 처사인가에 대해 나는 의문을 갖는다. 어찌 보면 협회라는 진입장벽을 세워놓고 끼리끼리 해먹는 것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던 GE 총수 잭 웰치의 철학은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과 무자비한 정리해고가 모순으로 생각되는가. 루이스 빌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이웃을 사랑하라. 그러나 누구와 이웃이 될 것인지 선택하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직원을 사랑하고 직원에게 투자하라. 그러나 누가 회사에 이득을 가져올 직원인지는 가려내자.”

    근로자들의 요구에 따라 조만간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것 같다. 나는 사업상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그 나라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선진국에서 하루 8시간 근무와 주5일 근무제를 지키는 것은 대부분 공무원, 육체노동자, 하급 직원들이다. 다른 사람들, 특히 상급자들의 책임은 무한대다.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다. 심지어 놀기 좋아한다는 프랑스도 그렇다. 하급 직원들과 육체노동자들도 근무시간에는 신문을 보거나 딴전을 피우지 않는다.

    간부회의가 점심시간을 넘기면 대부분 샌드위치로 때운다. 외국 영화를 보면 상급자들이 일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는 장면이 부지기수다. 사장의 책상에는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높이 쌓여 있다. 책상이 말끔한 경우는 마피아 보스이거나 사기꾼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를 보면 사장이나 이사의 책상은 대부분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술 접대하러 다니다 알게 된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이혼을 당하면 당했지 절대 일 때문에 이혼 당하지는 않는다.

    경제가 어려웠을 때 유럽은 근로자의 수를 줄이기보다는 근로시간을 줄여 전체 근로자를 껴안는 휴머니즘을 실천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냉혹하게 근로자 수를 줄였다. 세월이 지나자 그 유럽 기업들의 상당수가 미국 기업들에게 넘어갔다.

    노동의 세계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아무리 변화와 자기 계발을 외쳐도 마이동풍으로 받아들이고 꼼짝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컴퓨터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외쳐대도 간부급들 중엔 컴맹이 수두룩하다. 악화를 빨리 내보내는 것이 전체를 살리는 길이다.

    레마르크의 휴머니즘 가득한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기억하는가.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의 태풍 속에 공습은 계속되고 폐허만 남은 세상에서 주인공 그래비와 운명적인 여인 엘리자베스는 찰나적인 사랑에 빠진다. 눈 덮인 러시아 전선에서 휴가를 받고 온 그래비에게 엘리자베스의 사랑은 존재의 이유가 될 만큼 강렬하다. 죽음의 거리에서 피어난 두 사람의 사랑은 인간성에 대한 자각을 일깨움과 동시에 무엇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이런 사람을 해고하라

    그러나 다시금 부대로 복귀한 주인공 그래비는 엘리자베스가 보낸 편지를 읽다가 자신이 살려준 빨치산에게 저격당해 허무하게 죽어간다.

    가수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 비디오에서는 한 병사가 정글에서 베트콩을 경계하지 않고 나비를 구경하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 전쟁터에서 전쟁의 법칙을 무시하고 휴머니즘을 찾으면 당신이 죽는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전쟁의 법칙을 자꾸만 무시하기 때문이다.

    나는 1997년 중순에 달러화를 샀다. 당시 환율이 800∼900원이었는데 98년 초에 1800원까지 오르자 다 팔아치웠다. 나같은 사람 때문에 환란이 생겼다고 말하지 말라. 당신도 내일부터 기름값이 오른다고 하면 오늘 자동차를 몰고 주유소에 갈 것이며, 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높아지면 슈퍼마켓으로 뛰어가 물건을 하나라도 더 사다 놓을 것이다.

    내가 달러를 샀던 이유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생산성 때문이었다. 그때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평균 인건비는 3만 달러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2400만 원이었는데, 내가 체험해본 바로는 한국에서 연봉 2400만 원 정도를 받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미국인의 절반도 안 되었다.

    하지만 물가는 정글 경제주의의 표본인 홍콩보다 더 비쌌고, 양복값은 생산성이 높은 일본보다도 비쌌다. 오죽했으면 홍콩으로 원정 쇼핑 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홍콩 시내 도처에 그들을 상대로 하는 한국 음식점들이 깔렸을까.

    당신이 중소기업 사장이고, 해고하고 싶은 무능력한 직원이 있다면 우선 업무를 과다하게 안겨주고 수시로 업무 내용과 마감일을 변경하면 된다. 그 직원 앞에서는 절대로 웃지 마라. 업무가 과중하다며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하면 무시하라.

    자기가 배워서 해도 될 일을 대부분 외부에 발주하는 직원이나 업무 매뉴얼 하나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는 직원, 시키는 것 이외에는 도대체 할 줄 모르는 직원은 빨리 해고하라. 사장의 의견에 대해 반론을 펴지 못하거나 사장과 싸울 생각을 안 하는 직원, 사장과 똑같은 취미를 새로 시작하면서 그것으로 친해지려고 애쓰는 직원도 역시 무용지물이다.

    조직이 크고 정리할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보고체계를 전자시스템이나 e메일 체계로 만들고 실무 기안자가 최초 작성한 문안이 모두에게 전달되도록 하라.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관리자들이 어떤 의견을 제시하는지 관련자 모두에게 공개하도록 하라. 이때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허수아비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톰 피터스는 ‘혁신경영(The Circle of Innovation)’에서 어느 농구팀 경영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두 명이 언제나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면 복제품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한 명은 해고하라”고 권한다. 그 원칙대로 해고하라.

    능력 중심의 전략적 평가

    아울러 모든 간부의 시간별 근무내용을 보고 받아라. 시간이 남아 근무중에 사우나를 즐기거나 이발소에 가는 임원들을 잡아내라. 잭 웰치는 직무기술서를 쉽게 작성해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라고 했다.

    물론 이런 일은 당신이 경영자로서 떳떳해야 할 수 있다. 당신의 실력이 신통치 않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다른 사람들 눈치나 보고 있거나, 골프에만 미쳐 있고, 비자금 마련이나 탈세에 혈안이 되어 있다면 당신은 그 누구도 해고해선 안 된다. 해고 영순위는 바로 당신이니까.

    좀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고 방법을 찾는다면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식평가시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르면 된다. 가장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임원급들의 경우는 컴퓨터 시험만 보아도 절반은 털어낼 수 있다. 한국컨테이너관리공단처럼 인기투표를 해서 내보내는 코미디는 하지 마라.

    철저하게 능력에 바탕을 둔 정리해고 방법은 전략적 평가(strategic evaluation)를 통한 것인데, 아래와 같은 질문을 전직원에게 주고 서로 무기명으로 평가하게 한다.

    이 평가는 5가지로 나누어 시행한다. 같은 팀에 소속된 사람들끼리 하는 근거리 평가, 업무 협조가 이뤄지는 다른 팀에 소속된 사람들을 평가하는 원거리 평가, 상사들이 아래 직원들에게 하는 하향 평가, 부하 직원들이 상사들에게 하는 상향 평가,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는 자기 평가가 그것이다. 최고경영자는 전 직원으로부터 무기명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각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부족하다 ▲부족하다 ▲보통이다 ▲많다 ▲아주 많다로 하고 각각의 답에 대해 1∼5점을 준다. 업종별 비중에 따라 어떤 항목은 점수를 두 배로 계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통계를 내보면 자기 평가의 평균점은 언제나 근거리 평가에서 나온 평점보다 1점 이상 높고 원거리 평가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즉 자기 실력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말이다. 자기 평가가 다른 평가 수치보다 현저히 높으면 자기 계발은 하지도 않으면서 불만만 많은 사람이므로 조속히 내보내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다른 사람들은 능력이 있다고 보지만 경영자는 미처 능력을 알지 못했던 직원을 발견하는 기쁜 경우도 있다.

    여기에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자기 자신을 평가할 수 있도록 문항을 만들어봤다. 각 문항에서 복수 선택이 가능한 경우에는 높은 점수를 취하면 된다.

    1. 전문성(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충분히 갖췄는가); 업무를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주 물어보면 1점, 담당 업무에 정통하면 2점, 경쟁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면 3점, 해외 동향이나 업계의 미래에 대해 강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5점, 다른 부서들의 업무도 잘 알고 있으면 10점.

    2. 컴퓨터 사용능력; 전혀 모르면 1점, 문서작성과 메일을 사용하는 수준이면 2점,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고 액셀을 조금 알면 3점, 액셀에 능통하면 4점, 오피스 프로그램 전체를 능숙하게 활용한다면 10점.

    3. 집중력(업무를 볼 때 산만하지 않으며 짧은 시간에 일을 처리하는가?); 업무 도중에 전화를 받았다가 다시 일에 집중하려 할 때 읽던 서류를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면 1점, 업무 중에 다른 사람들의 전화 통화내용이 귀에 다 들어오면 2점, 학창시절에 벼락치기로 시험공부를 했어도 중간은 갔다면 3점, 두 명하고 오목이나 바둑을 동시에 둘 수 있다면 4점, 서너 가지 업무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면 5점.

    4. 세심함(일을 할 때 세부적인 것들도 하나하나 챙겨나가는가); 빌딩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뒤에 사람이 오는지 돌아보지 않는다면 1점, 차가 막혀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을 때 상대방이 이해해주려니 생각하면 2점, 줄서기를 할 때 반드시 순서를 확인한다면 5점, 상대방에게 일 처리를 부탁하고 난 뒤 반드시 결과를 확인한다면 7점, 두 번째 만난 여자(남자)가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어떻게 넣는지 알고 대신 타 줄 수 있다면 10점.

    5. 우선순위 판별력(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판별해 내는가); 실수로 연체료를 납부한 적이 있다면 1점, 시간에 쫓겨 건강진단을 놓친 적이 있다면 2점, 일의 진행에 대한 보고를 자주 하는 편이라면 3점, 전자제품을 샀을 때 반드시 설명서를 숙독한다면 4점, 세상 없어도 가족의 생일에는 일찍 귀가한다면 5점.

    6. 현장 파악력(책상에만 앉아 있고 생산현장이나 판매현장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닌가); 다른 사람들의 말만 주로 듣고 있다면 1점, 크로스 체크를 해본다면 3점, 현장에 가서 눈으로 직접 보아야 하는 성격이라면 4점, 직접 현장에서 정기적으로 일을 해본다면 10점.

    7. 反권위주의(권위주의를 신봉하는 것은 아닌가); 명절 때 회사 상사들에게 인사를 다녀야 마음이 편하면 1점, 하급자가 올린 기안서를 내용이 아니라 토씨나 고쳐주는 스타일도 1점, 아버지 같은 상사를 원한다면 2점, 윗사람과 말할 때 언제나 눈을 본다면 3점, 상사와 크게 싸운 적이 있다면 5점.

    8. 협상력(거래선 등과 협상을 하는 능력은 있는가); “인간적으로 잘해봅시다”라고 말하는 스타일이면 1점, 협상 파트너의 학연, 지연 등을 찾으려 한다면 2점, “전권을 갖고 있지 않아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3점, 협상에 대한 책을 3권 이상 읽었거나 세미나에 참가한 적이 있다면 5점, 협상 파트너가 할 만한 말을 미리 적어보고 윈-윈게임을 준비한다면 10점.

    9. 문제해결 능력(뜻하지 않은 문제가 닥칠 때 당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마마보이’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 1점, 회사 일을 자주 가족에게 털어놓는다면 2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시 상사에게 보고하면 3점, 문제 발생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경험자들을 찾아나서면 4점, 자신이 제시한 해결책이 대부분 채택된다면 10점.

    10. 자기개발 의지(지식 축적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교양 함양’과 관련된 시간은 제외); 일주일에 5시간 미만은 1점, 5∼10시간이면 2점, 11∼15시간이면 5점, 16∼20시간이면 8점, 20시간이 넘으면 10점.

    11. 책임감(자신의 역할과 입장을 충분히 알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회피하지 않는가); 고객과 분쟁이 생겼을 때 고객에게 “법대로 하라”고 한다면 1점, “나는 담당자가 아니므로 내게 화내지 말라”고 하면 2점, 당신의 실수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당신이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5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개인적인 비용을 쓰기도 한다면 10점.

    12. 인간관계(제반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가면서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끌어내는 능력); 사람들과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으면 1점, 동종 업계에 친구가 많다면 2점, 장례식이나 각종 모임에 반드시 얼굴을 내민다면 3점, 다른 사람의 도움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성격이라면 5점, 거래관계가 끝난 사람들도 계속 만난다면 10점.

    13. 외국어 능력; 잘 모르면 1점, 관광이나 쇼핑 정도는 할 수 있다면 2점, 읽고 쓰는 정도면 3점, 영문으로 된 법률 계약서를 이해할 수 있다면 7점, 외국인들과의 모임에서 한두 시간 이상 대화를 주도하며 웃고 떠들 수 있으면 10점.

    세액공제와 소득공제의 차이는?

    14. 표현력(자신의 생각이나 문제를 정확하게 발표하고 글로 쓸 수 있는 능력); 수줍어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발표를 두려워하면 1점, 써놓은 원고만 읽어나가는 스타일이라면 2점, 정부 기관에 보내는 문서 작성에 문제가 없으면 3점, 연애편지를 잘 쓰면 5점, 평소에 말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면 10점.

    15. 창의력(이미 알려진 방법 이외의 새로운 것들을 찾아 제시하는가); 고슴도치를 모델로 내세운 신문광고를 30분 동안 떠올려보라.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고 한다’는 말만 생각나면 1점, 그 밖에도 2∼3개가 더 생각나면 3점, 4∼5개면 7점, 6∼7개면 10점, 8개 이상이면 15점.

    16. 업무개선 능력; 지난 6개월간 개선한 것이 없으면 1점, 불편함을 아주 잘 참아내는 인내심이 많으면 2점, 음식점에서 시킨 음식이 짤 때 주인에게 주저없이 짜다고 말하면 3점, 집에서 가구 재배치를 자주 시도한다면 4점,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켰던 적이 있거나 업무를 자주 개선시켰다면 10점.

    17. 이해능력(새로운 것을 들었을 때 이해하는 능력과 속도); ‘빛의 속도는 1초당 30만km이며 불변한다. 빛보다 빠르게 나는 투명한 우주선이 있다. 이 우주선 내부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이는 15만km다. 천장에는 거울이 붙어 있고 바닥에는 전구가 달려 있다. 이 우주선이 빛의 속도로 날아갈 때 바닥에 있던 전구에서 순간적으로 빛이 나왔다고 치자. 그 빛은 우주선 천장까지 올라갔다가 거울에 반사되어 다시 바닥에 수직으로 1초 만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주선이 날고 있으므로 밖에서 본 그 빛은 ‘ㅅ’자 모양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빛이 움직인 거리는 30만km보다 더 길게 나타나며, 밖에서는 그 시간이 1초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즉 우주선 안에서 느끼는 시간과 밖에서 느끼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

    위의 글을 두 번 읽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10점,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면 4점, 먼저 이해한 사람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한다면 3점, 옆에서 설명해도 무슨 소리인지 통 모르면 2점, 이런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가 생각되면 1점.

    18. 가족관계(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돌보는 정도); 양말을 뒤집어 벗는다면 1점, 배우자의 생일, 결혼기념일을 반드시 챙긴다면 3점, 귀가가 늦어질 때 미리 가족에게 알린다면 4점, 살인강도나 범죄자에게도 사랑하는 애인이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5점.

    19. 경리 마인드; 세액공제와 소득공제의 차이를 모르면 1점, 자기 봉급에서 떼어지는 각종 세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면 4점, 회사의 대차대조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면 5점.

    20. 기획능력(시키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업무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이벤트를 독자적으로 펼칠 수 있다면 3점, 수십 명을 데리고 가는 단체 여행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면 4점, 여러 모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면 6점, 자신의 1년 목표를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타입이라면 8점, 회사 안에 지식창고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면 10점, 해당사항 없으면 1점.

    섀도 사무라이

    21. 부하 직원 육성능력(동기를 부여하며 부하의 능력을 향상 시켜나가는 능력); 자신이 지시한 일을 보고받을 때 “바쁘니 나중에 보고하라”고 하면 1점, 일을 급하게 줬다가 다른 일을 또 준다면 2점, 자신의 공을 직원들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다면 3점, 일이 많을 때 직원들과 남아 같이 일을 한다면 4점, 부하 직원의 말은 언제나 끝까지 경청한다면 5점.

    22. 결단력; 무엇이든 작심삼일이었다면 1점, “직장을 때려치워야지” 하고 말만 해온 기간이 5년이 넘으면 2점, 점심을 먹거나 물건을 살 때 결정을 빨리 내리는 편이라면 3점, 담배나 무엇인가를 끊은 경험이 있다면 5점.

    23. 경영자 의식(경영자와 어느 정도나 눈높이가 같은가); 동료들과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면 3점, 자신의 생각이 간부진의 생각과 같은 경우가 많다면 4점, 사장의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왔다면 10점.

    24. 냉철성(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정이나 사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며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능력); 회사일로 가족에게 자주 짜증을 낸다면 1점, 흥분을 잘 한다면 2점,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들었을 때 ‘잘못은 인정하지만, 왜 좋은 말로 못해?’ 하는 불만이 생긴다면 3점, 그 누구의 보증 부탁도 거절한다면 4점, 술을 많이 먹어도 실수한 적이 없다면 5점.

    25. 법 이해·준수능력(업무와 관련된 모든 법에 대한 이해능력); 법과 관련된 문제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1점, 운전을 하지만 교통사고 관련법규를 모른다면 2점, 법전을 들춰본 적이 있거나 인터넷 법률 사이트에서 법을 검색해본 적이 있다면 3점,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혼자서 작성할 수 있다면 4점, 변호사가 잘못하는 부분도 찾아낼 정도라면 5점.

    (평가방법; 총점이 50점 안팎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당신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고 입술을 내밀면 안 된다. 80점 근처라면 경영자가 볼 때 당신의 대체비용이 높은 것은 아니다. 110점 근처라면 당신은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야 한다. 140점 이상이라면 당신은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자가 볼 때 이런 전략적 평가는 ‘살생부’를 만들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지만, 노력하고 능력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더 나은 대우를 해주기 위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내게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덕 경영’을 언급하면서 “가치창출과 능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품격과 덕으로 사람을 이끌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인의 민족성은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또한 조직 구성원이 수만 명에 달하면 언제나 악역이 따로 있다. 내가 아는 일본인들은 그 악역을 ‘섀도 사무라이(Shadow Samurai)’라고 부른다. 사장을 대신해 조용히 어둠 속에서 무능력한 직원들에게 칼을 휘두른다는 것이다.

    아픔을 이겨내는 경영자

    ‘U571’이라는 영화에서 잠수함 함장은 자신이 아끼는 부함장이 승진을 위한 추천서를 써달라고 간청하지만 써주지 않는다. 부함장은 모든 병사를 동생처럼 아끼고 병사들 역시 부함장을 형처럼 생각하고 따른다. 즉 사랑의 교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시에 지도자는 부하 가운데 일부의 희생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함장은 부함장이 그런 희생을 각오하기엔 정이 너무 많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 시대 역시 그런 아픔을 이겨내는 경영자를 요구하고 있지 않을까.

    이 어려운 시기에 해고하라는 말만 해서 직장인들에게는 미안하다. 직장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도 물론 있다. 그것은 “당신이 부단히 자기 계발을 하고 있는데도 실력이 아니라 아부가 판치고 그런 상사들 밑에서 신음하고 있다면 빨리 사표를 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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