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지지율 힘입어 민주당 유리한 상황
①부저추신(釜底抽薪): “정면 대결 피하고 비대칭전 펼쳐라”
②고육계(苦肉計): “팔을 내어주고 목을 쳐라”
국힘 상황 힘들지만, 선거란 늘 상식대로 흐르진 않아
캠프에 가족 들이면 안 돼…지고 있어도 표정 관리 필요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4월 8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현역 시장이 많은 만큼 시·도정 안정론을 부각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박동원(60) 폴리컴 대표는 4월 8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6·3지방선거 판세를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승리 전략으로 손자병법·삼십육계의 여러 비책 가운데 ‘부저추신(釜底抽薪·솥 밑의 장작을 빼서 물이 끓는 것을 그치게 함)’과 ‘고육계(苦肉計·자신을 희생하는 계책으로 목적을 달성함)’를 제시했다. 정부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만큼 정면 승부 대신 정권견제론을 확산시켜 여권에 대한 지지 동력을 꺼트리는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당 지도부가 솔선수범해 희생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금으로선 15대 1이라는 역대 최악의 참패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정치란 게 늘 상식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현역 시장이 많은 만큼 시·도정 안정론을 부각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①부저추신: 정면 대결 피하고 비대칭전 펼쳐라
지방선거의 구도를 어떻게 보나.“민주당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내란 청산’ 프레임을 선거판 전면에 내걸 것이다. 선거란 자신의 강점과 상대의 약점을 충돌시키고, 이를 시대적 이슈와 매끄럽게 결합해 유권자를 설득하는 프레임 전쟁이다. 현재 지형은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이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정권 초반기를 막 지난 만큼 정권견제론이 고개를 들 시점인데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진 탓에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반전을 이루려면 선거 구도를 어떻게 재편해야 할까.
“선거판에서 1·2위의 전략은 극명하게 갈린다. 1위가 지지층을 결집해 그대로 투표장으로 이끄는 ‘수성(守城)’에 주력한다면, 2위는 1위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일점집중(一點集中)’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는 삼십육계 가운데 제19계인 ‘부저추신(釜底抽薪)’과 궤를 같이한다. 가마솥 밑의 장작을 빼내 끓어오르는 물을 식히듯, 강한 적을 상대할 때는 정면 대결 대신 전력의 기반이나 약점을 타격해야 한다. 열세를 뒤집는 유일한 길은 비대칭전에 있다. 적의 사기를 꺾기 위해 보급로를 차단하거나 배후를 흔드는 게릴라전처럼, 상대가 가장 아파하는 급소에 파열구를 내야 비로소 승리의 기회가 열린다.”
여권이 가장 아파할 지점은 어디인가.
“정권견제론을 확산시켜 여권에 대한 열기를 식히는 것이 열세를 뒤집을 유일한 방책이다. 민주당의 최대 약점은 행정·입법 권력을 장악한 이후 나타나는 ‘사법 시스템 무력화’ 논란이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공소 취하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무회의를 통해 ‘일은 잘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며 이를 상쇄하려 하고,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이른바 ‘3고’로 인한 경제 불안까지 방어하려는 흐름도 읽힌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지점을 파고들어 정권폭주론을 확산하고, 3고로 인한 국민의 체감 고통을 드러내 정권견제론을 각인시켜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없나.
“이러한 전략이 주효하려면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대표적 사례다.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비위로 치러진 선거였다. 민주당은 ‘생태탕 의혹’(서울시장 선거), ‘엘시티 의혹’(부산시장 선거)을 제기하며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정권심판론과 도덕성 문제가 겹쳐 국민 신뢰가 무너졌기에 무엇을 해도 결과를 뒤집기 어려웠다.”
②고육계: 팔을 내어주고 목을 쳐라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겠다.“교착상태를 타개할 유일한 방책은 삼십육계 가운데 제34계인 ‘고육계(苦肉計)’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을 희생해 적을 안심시킨다’는 고육계의 본질은 팔 하나를 내주고 상대의 목을 치는 계책에 있다. 죽는 것보다야 팔 하나 없는 게 낫지 않은가. 장동혁 지도부는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 상황을 뒤집으려면 ‘희생’과 ‘헌신’의 드라마가 필요하다. 어렵겠지만 지도부가 총사퇴하거나 2선 후퇴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했던 ‘혁신선대위’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장동혁 대표 역시 직을 유지하기 어렵다.”
강성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렇다. 강성 지지층이 반발하면서 자칫 투표 보이콧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뜩이나 열세에 놓인 만큼 강성층의 이탈은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해법은 장 대표 본인의 진정성 있는 설득뿐이다. 자신의 사퇴가 이재명 정권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결단임을 지지자에게 진심으로 호소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취할 수 있는 다른 전략은 없나.
“보수가 총결집하는 것이다. 다만 보수 총결집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다. 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이미 개혁신당은 서울과 부산을 포함한 전국 6개 시도에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마친 상태다. 그간 거대 양당의 극한 대결에 실망해 이탈한 보수 지지층이 개혁신당으로 옮겨가는 대신 무당층에 머물러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개혁신당이 높은 지지는 받기 어려운 만큼 선거 중반 즈음 보수 후보단일화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다음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합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만의 특징이 있다면.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 그만큼 지지층의 결집력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게다가 서울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4050 세대가 경기도로 대거 밀려났고, 부울경(PK)과 강원은 청년인구가 유출되면서 2018년에 비해 확연히 노령화됐다. 노령층 공략도 준비해야 한다. 이들이 투표를 포기하지 않고 투표장으로 향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 절체절명의 선거인 만큼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미 이재명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과 지역 통합이라는 대형 이슈로 판을 짜고, 추경을 통한 현금 살포까지 감행하며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지역별 특징은 없나.
“지역별 상황이 제각각인 만큼 그에 맞는 전술과 책략을 구사해야 한다. 특히 서울은 이해관계에 민감한 중도층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주자급 인물이라는 점에서 인물 경쟁력도 나쁘지 않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박원순 시즌2’로 재건축·재개발이 다시 중단될 수 있다고 불안해하는 표심을 자극하는 전략도 유효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현역 시장을 다수 보유한 만큼 시·도정 안정론을 강조하는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캠프에 가족 들이면 안 돼…지고 있어도 표정 관리 필요
국민의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최근 선거에서 여론조사와 상반된 결과가 자주 나왔다. 여론조사에 익숙해진 유권자가 응답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조직적으로 대응해 데이터 왜곡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부산 연제구가 대표적이다. 야권 단일 후보가 공표 금지 직전 조사에서 19.2%포인트나 앞섰으나, 최종 결과는 국민의힘 후보가 8.8%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부산 사하갑 역시 10%포인트 이상 열세라는 지표를 딛고 단 693표 차의 신승을 거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내 승부는 얼마든지 해볼 만하다. 여론조사에 민감하되 매몰될 필요는 없다. 특히 불리함을 극복하고 승리를 거머쥐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무엇인가.
“첫째는 모든 자원을 투입하는 ‘디테일한 총력전’이다. 열세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일궈낸 선거의 공통점은 먼저 디테일에 있다. 정책과 이슈, 세대별 맞춤 공략부터 홍보까지 모든 방책을 동원해야 한다. 초반에는 유권자 맞춤형 정책으로 다가가다가, 중반 이후에는 ‘정치 선거’로 전환하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하는 현수막으로 교체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이념 공세나 읍소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22대 총선 당시 부산 사하갑의 이성권 국민의힘 후보가 좋은 본보기다. 선거 막판에는 내내 거리에서 큰절을 했는데, 인대가 파열돼 선거 후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최선을 다한 처절한 승리였다.”
나머지 두 가지 방법도 말해 달라.
“둘째는 이슈 선점과 일점집중 전략이다. 22대 총선 당시 성남 분당을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오차범위 안에서 내내 열세였다. 김 후보는 정책 이슈, 특히 재건축 문제로만 승부를 걸었다. 선거공보부터 현수막, 메시지, 토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채널에서 일관되게 메시지를 냈다. 김병욱 민주당 후보는 재건축 이슈에 뒤늦게 올라타 주도권을 상실했고, 결국 2.3%포인트 차로 무릎을 꿇었다. 선거는 상대방 이슈를 따라가면 진다. 마지막은 반전드라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례가 대표적 예다. 선거 막판 이준석 대표, 안철수 후보와 화합하며 반전드라마를 썼기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반드시 피해야 할 실수’ 또는 ‘절대 하면 안 될 행동’이 있다면?
“무엇보다 말실수다. 유세장에서 지지자에게 둘러싸이면 흥분 상태에 빠져 실언할 수 있다. 늘 준비된 메시지 안에서 발언해야 된다. 선거캠프에 가족과 친인척을 들여서도 안 된다. 가족이 목소리를 크게 내면 캠프의 스태프가 수동적으로 변한다. 부득이하게 가족과 친인척을 들이더라도 절대 스태프의 일에 관여해선 안 된다. 후보 배우자가 그런 실수를 많이 한다. 마지막으로 지고 있더라도 절대 후보는 짜증을 내거나 기죽은 표정을 지어선 안 된다. 후보가 늘 자신감에 차 있어야 스태프나 지지자도 용기를 낸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불굴의 투지로 임해야 한다. 지더라도 잘 져야 다음이 있는 게 선거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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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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