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의 시대, ‘이념’ 보다 ‘국민 생존’ 중요
뉴이재명, 李 대통령 실용주의에 중도층 호응한 것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로 갈등…당 정체성 변화 우려
합당, 李 이해에 반해…지지자는 ‘역모’로 받아들여
뉴이재명 받아들여야 민주당 독자 집권 가능해져
86세대 수고 많으셨다…미래는 미래세대에
이재명 대통령이 연이어 60%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중도·청년층을 중심으로 신규 지지층을 대거 견인하고 있지만, 정작 여당은 이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셈이다. 지지율의 간극만큼이나 여권 내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대표적 친명계 의원인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당의 변화를 촉구해 온 인물이다. 그는 3월 15일 국회에서 ‘뉴이재명을 논하다’ 토론회를 열고, 실용주의 정당으로의 전환을 공론화했다. 최근 여권 내 갈등 역시 단순한 세력 다툼이 아니라 ‘이념(전통적 민주당)’과 ‘생존(뉴이재명)’이라는 두 가치관의 충돌로 바라봤다. 나아가 뉴이재명 흐름을 흡수해야만 민주당이 독자 집권이 가능한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4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지금은 각자도생의 시대”라며 “국민은 이념보다 생존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4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뉴이재명, 李 대통령 실용주의에 중도층 호응한 것
뉴이재명 현상이 화제다.“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과격하거나 좌편향적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대중의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태양광산업에 집중하며 탈원전 행보를 밟을 것’이라는 식이다. 대선 전후로 이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전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보수 정권의 원전정책을 유연하게 수용한 모습이 대표적 예다. 이념에 갇히지 않고 ‘한국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추진한다’는 중도 실용주의 행보에 새로운 지지층이 호응한 것이 뉴이재명 현상의 본질이다.”
일찌감치 관련 현상에 주목했는데.
“외연 확장을 위해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금이 세계질서의 전환기라는 점에 주목했다. 각자도생의 시대다. 미국이 더는 동맹국을 일방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고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당장 호르무즈해협 문제만 하더라도 우방국에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국가 내부의 이념 논쟁은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틀 안에서 철저히 국익 중심으로 뭉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최우선 덕목도 가치나 이념이 아니다. 국민을 생존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역량이다.”
최근 여권 내 갈등이 도마에 올랐다.
“갈등이 촉발된 계기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다.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주의 행보에 호응해 새롭게 유입된 이들은, 민주당이라는 정당 자체를 지지한다기보다 이 대통령만을 혹은 민주당 내 중도보수 성향을 띤 정치인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그간 이들은 전통적 민주당 주류와의 이념적 간극을 크게 자각하지 않은 채 실용이라는 가치 아래 모여 있었다. 그러다 합당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전면에 등장하자 상황이 달라졌고, 크게 반발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3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뉴이재명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조국혁신당과 합당하면 민주당의 정체성과 리더십이 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당의 색깔이 바뀔 것 같은데, 이게 너무 싫은 것이다. 실제로 양당은 외교 사안에서 온도 차가 있었다. 민주당은 이란 정부의 시위대 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내면서도, 집권 여당인 만큼 동맹국인 미국의 행보에 대해 신중함을 유지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테러’ 같은 용어를 사용하며 당 차원에서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지자 사이에서 ‘합당을 강행할 경우 탈당하겠다’는 반응도 터져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갈등 국면을 거치며 새롭게 유입된 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각성했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각성했나.
“자신들이 무엇을 지향하고, 또 무엇을 용납할 수 없는지를 선명하게 깨달았다. 특히 2030 여성 지지층 사이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이들은 당의 성 비위 관련 대응이나 (조 대표의) 입시 부정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2030 남성 지지층 역시 비슷한 결의 비토 여론을 형성했다. 당내 대학생위원회나 청년위원회 소속 젊은이 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더라. 평소 청년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들의 문제 제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유입층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합당, 李 이해에 반해…지지자는 ‘역모’로 받아들여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논의로 여권 내 갈등이 정점에 다다랐던 2월 2일. 이언주 최고위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영화나 소설을 보면 고대 로마에서는 2인자 3인자들에 의한 반란이 빈번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고대 로마가 생각난다”며 “하늘 아래 두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진리”라고 말했다. 이어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고 직격했는데.
“결정적 계기는 그날 유시민 작가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한 발언이다. ‘(조 대표가) 대통령이 돼서 나라를 책임질 자세를 갖고 있다면 빨리 합쳐야 한다’고 말했는데, 듣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 새로 유입된 지지층에게 조 대표는 어떤 경우든 지지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이들은 (조국 사태를) 86세대의 위선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기성세대는 이러한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청년층 입장에서는 감정의 골이 매우 깊다. 이 간극을 무시한 채 합당을 밀어붙인다면 재집권도 불가능하겠구나 생각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해관계와도 반하는 일이다.”

유시민 작가(왼쪽)가 2월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유 작가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대통령이 돼서 나라를 책임질 자세를 갖고 있다면 빨리 합쳐야 한다”고 말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을 지지했다. 뉴스공장 캡처
“그렇게 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열성 당원 입장에서는 눈이 뒤집히는 일이었다. ‘집권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누구 마음대로 모의를 꾸미느냐’ ‘남의 당을 접수하겠다는 것이냐’는 반대가 극심했다. ‘역모’와 같이 받아들이더라. 민주당은 당원의 영향력이 강한 정당이다. 지도부에 거세게 압박이 들어왔고, 관련 흐름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봤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핵심을 단번에 각인하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나온 표현이 ‘두 개의 태양’ 발언이었다.”
청와대도 뉴이재명 현상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따로 소통하거나 피드백이 있나.
“이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서 ‘‘뉴이재명’은 죄가 없다’는 제목의 칼럼(한겨레)을 공유하지 않았나. 어떤 세력이 뉴이재명을 비난한 때였다.”
이 대통령은 2월 25일 자신의 X에서 별다른 논평 없이 앞선 칼럼을 공유했다. 합당 문제로 여권 내 갈등이 첨예한 때였다. 글은 “뉴이재명이란 이름을 매개 삼아 펼쳐지는 여권의 권력투쟁”에 대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라는 이름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차기 민주당 당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을 주도하고,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가 될 가능성도 큰 만큼 여권 내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취지다.
뉴이재명 받아들여야 민주당 독자 집권 가능해져
여권 내 미묘한 신경전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를 두고도 펼쳐졌다. 이른바 유시민 작가의 ‘ABC론’이다. 유 작가는 3월 18일 베버를 인용하며 여권을 가치 지향의 A, 이익 추구의 B, 양자의 교집합인 C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는 A그룹을 “민주당의 핵심 코어 지지층”으로, B그룹은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돌을 던질 사람들”로 규정했다. 관련해 이 대통령은 3월 30일 “베버라는 사람도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며 “국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이념이고, 가치고, 개인적 성향이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유 작가는 ABC론을 이야기하며 신규 지지층(B)은 코어 지지층(A)과 달리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려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중도층이고 젊은 세대 비중이 높아 전통적 지지층에 비해 당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려면 결국 이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선거에서 지자는 걸까. 아니면 선거 때 이용만 하자는 걸까. 그간 우리가 중도층과 젊은 세대의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한 이유를 파악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는 진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표가 필요할 때만 이용한 탓에 지지를 굳건히 하지 못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생존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시대다. 정치인은 대중의 바람을 이기적이라고 재단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 국민은 과거에 중시됐던 이념을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특히 중도층은 그런 정치를 구태이자 낡은 정치로 여긴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하는 것이 국민주권주의, 당원주권주의 아니겠나. 말로만 ○○주권주의를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중도층과 청년층을 당의 오랜 지지층으로 거듭나게 할 때 민주당 역시 거듭날 수 있다. 이는 유 작가가 지지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당시 민주당은 어땠나.
“과거 민주당은 지금처럼 지지기반이 폭넓지 않았다. 호남 세력의 지지에 크게 기댔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같이 세력 간 연합 없이는 집권이 어려웠다. 노 전 대통령이 청년세대의 지지를 끌어온 덕분에 당이 바뀌었는데, 지금 상황도 유사하다. 새로 유입된 지지층의 지지를 굳건하게 만들어야 독자 집권이 가능한 강력한 당이 된다. 유 작가의 말은 ‘선거 때만 중도층을 이용해 먹자’ ‘선거에 필요하니 중도인 척 사기 치자’는 말밖에 더 되나. 주권자를 속이자는 것인가. 실용주의를 따를 생각이 없다면 좁은 지지층만 갖고 정치를 하면 된다. 물론 집권할 생각도 하면 안 된다.”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보나.
“어느 때보다 미래가 불확실하다. 우리 세대가 윗세대에게서 받았던 만큼 우리도 젊은 세대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겠나. 청년에게 한 자리씩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2030세대는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연금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글로벌 패권 경쟁에선 어떻게 살아남을지 등이다. 유 작가가 한 수많은 얘기는 사실 2030의 관심사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코어 지지층을 설득하지 않으면서 중도층의 표만 바랄 때 흔들렸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윗세대는 이미 역할을 많이 하셨다. 미래는 미래세대에 맡겨주시면 좋겠다. 무엇보다 사고방식이 너무나 다른 것 같다.”
86세대 수고 많으셨다…미래는 미래세대에
일련의 갈등을 여권의 헤게모니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다툼이라기보다 세대교체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구세대와 신세대 간에 이견을 보이는 흐름이 관측된다. 시대가 교체되는 과정에서는 항상 이러한 갈등이 있었다. 유 작가 본인도 과거에 난닝구·빽바지 논쟁을 했던 분 아닌가. 본인이 했을 때는 괜찮고, 남이 하는 것은 못마땅하다면 과거를 좀 돌아보셨으면 한다.”
여권 내 정청래 대표나 유시민 작가의 지지층도 상당한데.
“원래 새로운 세력은 항상 미약하게 시작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공격을 많이 받지 않나.
“옛날에는 더 많은 공격을 받았다. 그때는 정말로 미약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소위 운동권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 비판적 의식을 많이 표출했다. 어떻게 보면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분들의 공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 시대 교체라는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다.”
86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권력의 축이 넘어가는 과정이다?
“그런 과정에 있다. 86세대가 다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시대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도 ‘AI 시대에는 아틀라스(로봇) 도입에 적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지 않으셨나. 피지컬 AI를 거부하더라도 피지컬 AI의 시대는 온다. 시대 변화에는 적응해야 한다.”

이언주 최고위원(가운데)이 2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물론 통합해야 한다. 다만 중재할 문제라기보다 적응해야 하는 문제다. 기득권을 뺏길까 봐 변화를 거부하고, 선을 긋고, 가르마를 타서 ‘너는 들어오지 마라’ ‘너는 반갑다’ 이렇게 대응하면 안 된다. 중도층이 지지하겠다는데 내 걸 뺏어간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는 생각이고, 기득권적 사고다. 새로운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뛰어나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법이다.”
한미의원연맹의 일원으로 3월 23~29일 방미했는데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
“자원이 풍부한 나라라 그런지 일반 시민들은 전쟁에 생각만큼 관심이 크진 않았다. 물론 미국 정치인들은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역시 전쟁 자체는 반대하지 못하고 있더라. 이란 정부가 핵 개발과 잔혹한 시위 진압 등의 문제를 일으킨 만큼 편들어 주기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최근 관심 갖는 이슈가 있다면.
“경제·안보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제국주의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노골적인 제국주의는 아니겠지만 합법의 틀 아래 제국주의가 이뤄지리라 본다. 미국의 도움을 당연시하는 시기는 지났다. 미국이 변덕을 부릴 때를 대비해 플랜B, 플랜C를 세워야 한다. 특히 경제와 안보는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당장은 어렵겠지만 관련 정부 부처 역시 재편될 필요가 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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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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