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직, ‘차기 대선후보’ 자리 된 것 문제
세력 형성하고 보은하다 보니 부정 발생
AI 활용 전수조사로 시정 투명성 확보 급선무
정원오 수의계약 의혹, 서울시 맡길 수 없어
칸쿤 동행 공무원, 성별보다 ‘인사 과정’ 문제 삼았어야
매너리즘 빠진 오세훈, 보여주기식 행정에 몰두
오세훈과 단일화 없어…정책으로 유권자 설득하겠다

김정철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4월 6일 서울 충정로 ‘신동아’ 인터뷰룸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상윤 객원기자
사법고시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서 김 후보는 익히 알려진 인사다. 2003년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전부터 고시촌에서 형사법 강사로 일하며 유명세를 얻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고시촌에서 강의하며 사시를 준비하던 중 시험을 통과했다. 이후 대형 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대신 직접 로펌을 꾸려 경제 관련 사건을 주로 맡았다. 2023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사기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피해자 대리인을 맡아 승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치 이력이 길지 않은 탓에 지역 기반을 갖춘 여러 지방선거 후보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4월 6일 서울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 후보는 본인을 “정치권에 빚이 없는 만큼 서울시장에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선 후 의리를 지켜야 할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 행정 전반을 투명하게 이끌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시장은 차기 대선주자’라는 인식 깨겠다
‘서울시 행정을 투명하게 이끌 후보’라는 출사표는 자칫 현재 서울시 행정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흔히들 서울시장은 차기 대선후보로 가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정치적 의미가 큰 자리다. 그렇다 보니 각 당은 차기 대선주자를 정한다는 생각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임했다. 필요 이상의 정치적·사회적 비용을 쓰는 구조였다. 이 경우 당선 이후에는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을 챙기고, 차기 대선을 위해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개혁신당은 그럴 필요가 없다. 큰 비용을 쓰지 않았고, 누군가를 챙길 필요도 없다.”
첫 선출직 도전인데 서울시장에 나선 이유가 있나.
“이 자리의 무거움을 덜고 싶었다. 첫 선출직 도전인 만큼 내가 차기 대선주자에 욕심이 있을 리 없지 않나. 나를 시작으로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주자라는 인식이 사라져야 한다. 이 인식만 깨지면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서울시장들이 서울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겠지만, 지지세력을 위한 일도 했다고 본다. 박원순 전 시장은 집권 기간 시민단체 지원 예산을 10배 늘렸다(2012년 112억 원에서 2023년 1139억 원). 이 돈을 취약계층 지원 등 서울시민을 위한 정책에 사용했다면 서울시민의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5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시장의 지난 4년간 시정은 어떻게 평가하나.
“박 전 시장이 시민단체를 챙겼다면, 오 시장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투입했다고 생각한다. 한강버스나 거대 조형물(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했던 것 같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쓴 비용이다. 이 비용을 늘어나는 서울시 1인가구 지원 및 서울시내 보육 환경 개선 등 시민 지원 사업에 쓰는 편이 낫다.”
성동구청장 하면서도 투명성 의심받는 사람이 서울시장?
개혁신당은 보수 계열 정당임에도 복지정책에 관심이 커 보인다.“내가 워낙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커서 그렇다. 20대에 형법 강사로 나선 것도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에 관심이 많다. 이들이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개선할 기회를 줘야 한다. 다른 지점을 설명하자면 개혁신당은 보수정당이라기보다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정당이다. 행정에 드는 비용을 낮추고 아낀 비용을 통해 유권자에게 혜택을 주려 한다. 복지정책 외에도 주거 문제 개선 등 시민의 편익을 높이는 일에 집중할 생각이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행정에 드는 비용을 어떻게 아낄 생각인가.
“가장 먼저 할 일은 행정의 투명성 확보다. 서울시내 공공사업 중 부정부패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대표적 예가 과도한 수의계약이다. 수의계약을 둘러싼 비리만 해결해도 행정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고, 행정을 더 효율화할 수 있다.”
김 후보는 이 지점에서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언급했다. 정 후보는 성동구청장 재임 기간, 자신에게 고액 후원금을 낸 인물이 대표·임원 등으로 있는 업체 8곳에 수의계약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8개 업체는 2021~2025년간 541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같은 기간 성동구와 8개 업체 간 계약은 86건으로, 이 가운데 수의계약이 65건(75%)이다.
김 후보는 “수의계약은 아주 예외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감시나 감독이 안 되다 보니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며 “경쟁입찰을 통해 신생 업체가 성장해야 하는데 기부금을 낸 사람들에게 수의계약을 내주는 것은 행정 투명성을 해치는 조치”라 주장했다. 정 후보 측은 “모든 계약은 전자조달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집행됐다”며 “계약 과정에서 당시 구청장이던 정 후보가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정 후보는 행정가로서의 실적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를 감당할 행정 능력은 보인 적 없다고 생각한다. 성동구청장을 맡으며 이뤘다는 성과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며 검증대에 올랐다. 앞서 언급한 수의계약 의혹이 대표적이다. 구청장일 때 이미 (수의계약) 의혹이 나온다는 것은 서울시라는 더 큰 지자체를 맡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국민의힘은 최근 정 후보가 멕시코 휴양지인 칸쿤에 여성 공무원과 단둘이 출장을 다녀온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 후보의 사생활 관련 논란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생활 논란이 선거의 중심에 서면 각 후보 간의 정책경쟁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칸쿤 출장에 대해 지적하자면 함께한 공무원의 성별보다 이 공무원이 승진한 이력을 짚어야 한다.”
해당 공무원이 임기 제공무원 다급(일반직 공무원 6~7급 상당)에서 4년 만에 가급(3~4급 상당)으로 빠르게 승진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인가.
“그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가급이 된 과정이다. 이 공무원은 2021년 성동구청에 다급으로 입사했고, 지난해 10월 가급 구정기획전문관으로 재채용(승진)됐다. 재채용 당시 공고를 살펴보면 의아한 측면이 있다. 먼저 채용 공고의 기간이 너무 짧다. 지난해 9월 23~25일, 단 3일뿐이었다. 이 공고를 제외한 성동구의 다른 채용 공고는 최소 7일 이상의 접수 기간을 두고 있었다. 공고 내용은 더 이상하다. 첨부된 공고문 파일에는 가급이 아니라 ‘시간선택제 임기 다급 공고’라고 쓰여 있다. 가급에 지원하려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 공고를 보면 지원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이 공고를 보고 해당 공무원이 지원했고, 가급이 됐다. 이 역시 당시 성동구청의 행정 투명성을 의심하게 한다.”
정 후보 측은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함량 미달의 정치 공세”라 주장하는데.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다면 서울시민은 정 후보의 투명성을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서울시장은 성동구청장에 비해 권한이 큰 자리다. 성동구청장을 하면서도 투명성을 의심받는 사람 서울시장직을 맡아선 안 된다.”
정책 공감 댓글 390여 개에서 발견한 희망
그렇다면 시장 후보로서 행정 투명성을 확보할 방법은 있나.“서울시내 공공사업 전수조사를 시행해야 한다. 조사 결과 문제가 드러난다면 법적 문제는 전부 고발해 바로잡아야 한다.”
조사 및 고발에 드는 행정비용도 어마어마할 것 같다.
“공공사업에 대한 조사는 서울시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다. 이를 더 면밀히 하겠다는 것이다. 고발은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비리를 찾아 고발하는 것은 내가 변호사 시절부터 해왔던 내 특기다. 이후 인공지능(AI)을 통해 자동 감시시스템을 도입해 감시 절차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것이다. 현재 이를 위한 AI 전문가 그룹을 확보한 상태다.”
감시를 일상화한다면 공직사회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무원이나 시의원 관련 부정부패 사건도 많이 수임해 봤는데, 그때마다 느낀 점은 이들은 본인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판을 바꾸고 싶다. 이미 서울시내 정치권 및 공직사회 유착 관계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서울시장을 맡게 된다면) ‘유착 파괴자’로 나서며 서울시의 부정부패를 완전히 종결시킬 생각이다.”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정철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4월 3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지난해 9월 성동구청 임기제공무원 가급 채용공고와 첨부파일. 채용 공고는 가급이지만 첨부파일에는 가급이 아닌 다급 채용공고라 명시돼 있다. 김정철 개혁신당 후보 페이스북
오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은 없나.
“없다. 제3지대 정당은 늘 거대 양당 사이에서 단일화 압박에 시달려 왔다. 유권자들의 관심도 제3지대 후보의 정책보다는 단일화에 모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압박을 깰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어디서 희망을 찾게 됐나.
“3월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정책 토론회가 있었다. 나를 비롯해 박상혁 민주당 의원,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토론회가 유튜브로 중계됐는데 400여 개 댓글이 달렸다. 정당 지지도가 민심이라면 이 중 개혁신당인 나를 응원하는 댓글은 3%. 그러니까 12개 남짓이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설명하는 정책에 공감하는 댓글이 390여 개에 달했다. 개혁신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지 않아도 이들을 설득할 정책이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오 시장이나 정 후보에 비해 인지도도 지지율도 많이 부족한 상태지만 앞으로 후보 간 토론이 진행된다면 유권자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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