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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3위 현대백화점, 트렌드 선도는 1위

[유통 인사이드] “트렌드 묻거든 고개 들어 더현대 보게 하라”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4-07-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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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이름 뗀 파격·혁신 아이콘 ‘더현대 서울’

    • ‘빅5’ 70개 백화점 가운데 신장률 1·2위 차지

    • 상권 우려 딛고 성공… 최단기간 매출 1조 원 돌파

    • ‘더현대 글로벌’ + ‘커넥트 현대’ = 트렌드세터 자리 굳히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전경. [현대백화점그룹]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전경. [현대백화점그룹]

    2021년 유통업계 최대 이슈는 현대백화점그룹(이하 현대백화점)의 백화점 신규 점포 출점이었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 점포를 냈다. 현대백화점은 새 점포를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깬 미래 백화점’ ‘파격·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한 혁신적인 백화점’으로 소개했다. 이는 명칭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새 점포에 ‘백화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단을 내렸고, 점포 이름은 ‘더현대 서울’이 됐다.

    백화점(百貨店)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상품을 부문별로 나눠 진열·판매하는 대규모 현대식 종합 소매점을 일컫는다. 단어의 의미가 ‘상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브랜드를 들고나온 것은 상품이 아닌 ‘공간’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더현대 서울은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을 표방하며 상품 판매 공간을 의미하는 ‘매장 면적’을 줄이는 대신 고객이 편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동선을 넓혔다. 더현대 서울의 전체 영업 면적(8만9100㎡) 가운데 매장 면적(4만5527㎡)이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그친다. 절반가량의 공간(49%)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민 것이다. 더현대 서울의 영업 면적 대비 매장 면적 비중은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평균(65%)보다 14%포인트 더 낮다.

    식품관 ‘오픈런’까지 만들어낸 혁신

    현대백화점 매출 규모는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 가운데 가장 적다. 백화점 사업만 놓고 보면 2023년 매출액은 롯데백화점이 3조2228억 원으로 업계 1위, 신세계백화점이 2조5570억 원으로 2위, 현대백화점은 2조4026억 원으로 3위다.

    그동안 현대백화점은 신세계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였다. 현대백화점은 2010년 대구점 출점으로 업계 2위로 올라섰고, 이후 신세계와 대규모 출점 경쟁을 펼치며 몸집을 불렸다. 2017년 신세계가 현대백화점을 꺾고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 2위에 올라선 이후 현재까지 순위가 유지되고 있다. 다만 현대백화점이 신세계를 맹추격하며 매출액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지난해 둘의 매출액 차이는 1500억 원 수준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난해 백화점 점포별 매출에서도 현대백화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2022년보다 14.7% 성장한 1조6670억 원을 냈고, 더현대 서울은 1조108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대비 16.6% 증가한 것으로 국내 주요 5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한화갤러리아·AK) 총 70개 점포 가운데 신장률 1위다.

    70개 점포 가운데 두 자릿수 신장률을 달성한 곳은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더현대 서울뿐이다. 더현대 서울과 비슷한 시기 출점한 신세계 대전점은 7%의 신장률을,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역신장(-3.5%)을 기록했다. 특히 신세계 대전점은 신장률 3위로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더현대 서울 다음으로 높은 순위임에도 현대백화점 판교점 대비 절반 수준 성장에 그쳤다.

    현대백화점은 차분하게 경쟁사를 제칠 준비를 해왔다. 현대백화점이 백화점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기 시작한 때는 판교점을 오픈한 2015년이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에 전국 최대 규모(1만3860㎡)의 식품관을 개장하며 백화점 업계에서 F&B(Food&Beverage) 콘텐츠를 차별화했다.

    사실 백화점 식품관의 새 지평을 먼저 연 곳은 한화그룹의 갤러리아다. 갤러리아는 2012년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 지하 1층에 ‘고메이494(GOURMET494)’를 열며 엄선된 식재료를 선보이는 마켓(Grocery), 국내 최고 식음시설(Restaurant)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그로서란트(Grocerant)’ 콘셉트를 최초로 선보였다. 한곳에서 먹고 즐기고 소통하는 새로운 식문화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갤러리아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브랜드가 아닌 동종업계에 입점하지 않은 중소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전문점 브랜드를 메뉴별로 유치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러한 성공 사례를 살피고 백화점 식품관의 중요도를 더 키웠다. 판교점은 식품관을 열며 ‘식생활문화관’을 콘셉트로 해외 유명 식음료 브랜드를 들여와 화제가 됐다. 당시 들여왔던 매그놀리아는 식품관 ‘오픈런’까지 만들어냈다.

    소비자도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밥을 먹으러 혹은 디저트를 먹으러 갔다가 필요한 물건도 사는 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성공 이후 백화점 식품관 리뉴얼 경쟁이 붙었고, 신규 출점 점포에 트렌디한 ‘맛집’을 유치하는 것이 ‘기본’이 됐다. 맛집이 곧 점포 흥행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된 것이다.

    소프트파워 3요소, ‘팝업스토어·쇼테일·셔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내부 모습. [현대백화점그룹]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 내부 모습. [현대백화점그룹]

    2021년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성공시키며 트렌드세터 지위를 굳혔다. 당시 업계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의도 상권은 더현대 서울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으로 분류됐다.

    주중 낮에는 여의도로 출근한 직장인이 많지만, 저녁이나 주말에는 집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주 인구가 없다 보니 백화점이 들어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따라붙었다. 게다가 더현대 서울이 문을 연 시기는 코로나19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던 때라, 초반 흥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백화점은 이런 우려를 ‘기우’로 보고 더현대 서울의 성공을 자신했다. 더현대 서울은 보란 듯이 국내 백화점 가운데 최단기간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오픈 2년 9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더현대 서울은 콘텐츠 면에서도 단연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의 소프트파워(문화·예술·공공외교 등 영향력)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오프라인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빠른 속도다. 통상 백화점은 1년에 한 번 MD를 개편하거나, 4~5년에 한 번씩 리뉴얼을 진행한다.

    더현대 서울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를 오프라인 매장에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 매장을 짧게 열고 닫는 ‘팝업스토어’에 주목했다. 더현대 서울 이전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꼽히는 곳은 홍대 거리나 성수였다.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것도, 팝업스토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을 간다는 것도 생소한 때였음에도 지난 3년간 더현대 서울이 연 팝업스토어는 770여 개에 달한다. 이것이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신(新)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관통했다고 평가된다.

    두 번째는 ‘쇼테일’이다. 쇼테일이란 보여준다는 의미의 ‘쇼(Show)’와 ‘유통(Retail)’의 합성어다. 더현대 서울은 유통시설을 마치 문화 공연 쇼케이스 현장과 같이 탈바꿈시켰다. 2022년 뉴진스·블랙핑크 등 K팝 아이돌 그룹의 데뷔 및 신곡 발표 현장은 물론 아바타·쥬라기공원 등 할리우드 신작 영화 홍보 공간도 더현대 서울에 마련했다.

    산업 간 경계를 허문 ‘셔플(Shuffle)’ 전략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더현대 서울은 제조·금융·IT 등 이종 산업의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이며 유통시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 신차 설명회나 포뮬러E 챔피언십 홍보도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됐고, NH투자증권은 슈퍼마켓 형태의 이색 투자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멈추지 않는 도전… ‘더현대 글로벌’ ‘커넥트 현대’

    현대백화점 그룹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예정인 일본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 전경.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 그룹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예정인 일본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 전경. [현대백화점그룹]

    글로벌 전략도 갖췄다. 지난해 7월부터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을 위한 ‘벤치마킹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투어에서는 △인공 폭포와 수경식물이 식재된 ‘워터폴 가든’ △1000평에 달하는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 △20·30세대 VIP 고객 전용 공간 ‘YPHAUS’ △유통시설 최대 규모 아트스페이스 ‘알트원(ALT.1)’ 등 차별화된 공간 기획과 운영 노하우, 마케팅 전략 등이 공유된다.

    투어엔 루미네·한큐(일본), 엘 팔라시오 데 이에로(EL Palacio de Hierro·멕시코), 시암 파라곤(태국) 등 각국 백화점 및 쇼핑몰을 비롯해 네슬레(스위스), 제너럴밀스(미국), 포르쉐(독일) 등 글로벌 기업 임원진이 참여했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 사례는 벤치마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K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을 론칭하고 해외 현지 리테일 업체에 한국 토종 패션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 등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더현대 글로벌은 현대백화점이 △해외시장에서 선보일 국내 브랜드 및 콘텐츠 발굴 △통관 포함 내륙 운송, 창고 운영, 재고 관리 등 상품 수출입 및 판매에 관한 제반 사항 총괄 △해외 유명 리테일과 매장 위치, 운영 방식 직접 협상 등의 형태로 운영된다.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글로벌을 론칭하게 된 이유는 현대백화점의 K콘텐츠 바잉파워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더현대 서울 등에서 K패션·K엔터·K웹툰 등 기존 백화점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중국·동남아 등 해외 유명 리테일 기업들이 연이어 현대백화점에 협업을 요청하고 있다.

    더현대 글로벌의 첫 번째 무대는 일본이다. 현대백화점은 일본 대형 유통 그룹 파르코와 더현대 글로벌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백화점과 파르코는 일본 도쿄 최고의 ‘MZ 쇼핑몰’로 꼽히는 파르코 시부야점을 시작으로 일본 주요 도시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팝업스토어 브랜드는 현대백화점이 직접 발굴해 K패션 아이콘으로 성장한 브랜드로 엄선한다.

    현대백화점은 태국 대표 리테일그룹 시암 피왓과도 K콘텐츠 전문관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이콘 시암 등 피왓 그룹의 주요 쇼핑몰에도 더현대 글로벌 모델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외에 다양한 해외 쇼핑 랜드마크로도 확장할 계획으로 현재 중국, 베트남, 홍콩, 유럽 등의 유수 쇼핑몰들과 더현대 글로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도전은 계속된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에 이어 새 브랜드 ‘커넥트 현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커넥트 현대는 7월 말 영업을 종료하고 대규모 리뉴얼을 거쳐 9월 재개장 예정인 현대백화점 부산점에 처음으로 도입된다. 커넥트 현대는 통상적 백화점 MD 형태를 벗어나 백화점·아웃렛·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형태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이라는 명칭을 과감하게 빼고 ‘더현대+지명’을 넣어 백화점이 곧 쇼핑 장소라는 틀을 벗어난 브랜딩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더현대 브랜드는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뛰어넘어 글로벌 플랫폼으로까지 확장됐다. 국내에서 가장 ‘핫’한 것은 더현대 서울에 있다고 여겨진다. “누군가 트렌드를 묻는다면 더현대 서울을 보라고 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대백화점의 새 시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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