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이집트의 영광이 서려있는 카르나크 신전.지금은 폐허나 다름없지만 그 웅장한 규모를 엿볼 수 있다.
테베의 신에게 바친 거대한 송가(頌歌)
필자가 룩소르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기로 한 곳은 카르나크 신전. 나일강 강변도로에 서자 멋진 콧수염을 기른 마부가 소매를 잡아끈다.
흥정을 끝내고 마차로 10분 남짓 달려가니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신전이 눈에 들어왔다. 양머리 모양의 스핑크스가 줄지어 있는 거리를 지나 탑문을 통과하니 정방형의 광장 한복판에 람세스 2세의 석상이 보였다.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배자로 손꼽히는 이 파라오는 수천년의 시간을 잊은 채 아직도 자신의 왕국을 지키고 서 있다. 람세스 2세의 발등에는 그가 가장 사랑했던 왕비 네페르타리가 조각되어 있어 영원불멸의 사랑을 과시하고 있었다.
람세스 2세의 석상 뒤편에는 카르나크 신전의 하이라이트인 대열주(大列柱) 홀이 펼쳐진다. 134개의 거대한 열주가 떠받치고 있는 이곳에선 건축과 신에 대한 고대 이집트인들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람세스 3세, 핫쳅수트 여왕, 아메노피스 3세 등 많은 파라오들이 테베의 신 아문(Amun)에게 바친 거대한 송가(頌歌)다.
카르나크 신전의 거대한 돌기둥이 지루해질 즈음 파라오가 묻혀 있는 룩소르 서안(西岸)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을 건너기 위해 나가보니 호객꾼들이 다가와 펠루카(나일강을 유람하는 돛단배)를 타라며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세계 어느 곳이든 관광지의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양은 흡사하다. 짜증이 난다 해도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