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에서 촬영한 미국 포츠머스의 재처리 시설. 위는 가시광선 사진이고, 아래는 재처리시 적외선 사진이다.
구체적인 가동시간이나 재처리량을 추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크립톤85는 과연 무엇인가. 사용후 핵연료봉의 재처리를 위해 피복관에 손상을 입히면 적지 않은 양의 방사성 불활성기체가 공기 중으로 유출된다. 이 가운데 크립톤85는 반감기가 10.9년으로 매우 긴 편이다. 쉽게 말해 한번 배출되면 그 양이 잘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배출 여부와 배출량을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기체는 방사능 농도가 매우 낮고 분석 절차가 까다로워서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면 고가의 분석장비가 필요하다. 정상 운영중인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거의 방출되지 않는 물질이므로 핵물질 재처리 감시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한국의 민간기관에는 크립톤85를 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혹시 정보기관들은 검측장비를 보유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휴전선 이남에서는 영변에서 배출한 크립톤85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사 서두에서 ‘뉴욕타임스’가 “미국 정보당국이 동해상에서 크립톤85의 수준증가를 포착했다”고 보도했음을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사실일 개연성이 거의 없다.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영변 재처리시설과 규모가 비슷한 일본 도카이무라 핵연료 재처리시설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 재처리시설은 자신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량과 그에 따른 크립톤85 방출량을 웹사이트(http://me xt-atm.jst.go.jp/atomica)상에 공개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100km 떨어진 쓰쿠바의 한 연구소에서 이를 측정한 데이터도 공개되어 있다.
영변 핵시설과 비교하기 위해 필자가 고른 데이터는 도카이무라 공장이 16t의 핵연료를 재처리한 1995년 하반기(이는 “폐연료봉 8000개의 30%가 재처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지난 10월22일의 보도와 비교하기 위한 날짜 선택이다. 8000개 폐연료봉의 30%는 대략 15.6t, 가동기간은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다는 4월부터 10월까지인 6개월로 잡을 경우 대부분의 조건이 도카이무라와 거의 유사하다). 이 시기 도카이무라 재처리시설은 일일최대 1.3×1014 베크렐(Bq)의 크립톤85를 방출했다. 은 그동안 도카이무라에서 방출된 크립톤85를 쓰쿠바에서 측정한 자료값이다. 같은 시기 측정된 크립톤85가 일일평균 10Bq/㎥(원 안) 정도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영변에서 휴전선이나 동해안까지의 거리는 200km 이상. 기체의 파급농도는 본래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해야 맞지만, 크립톤85는 성층권에 부딪히면 다시 떨어져 퍼지는 성질이 있으므로 수십 km 이상 먼 거리의 경우 통상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으로 추정 계산한다. 이 경우 영변에서 휴전선까지의 거리는 도카이무라에서 쓰쿠바까지 거리의 두 배이므로, 같은 농도라고 가정할 때 4분의 1만이 휴전선 인근에 도달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폐연료봉 8000개는 흑연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이다. 이러한 종류의 폐연료봉은 도카이무라에서 처리하는 경수로 연료봉에 비해 방출되는 크립톤85의 양이 100분의 1 정도로 매우 적다. 이렇게 따져보면 영변에서 재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휴전선 인근이나 동해안에서 검측할 수 있는 크립톤85의 농도 변화는 0.03Bq/㎥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자연상태의 대기 중에도 크립톤85가 대략 1.3Bq/㎥ 정도 포함되어 있다. 에서 크립톤85 방출량이 자연상태와 같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는, 기술적인 문제로 도카이무라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을 때의 기록이다. 이와 비교해보면 0.03Bq/㎥이라는 숫자는 측정오차 범위 이내의 수치다. 결론적으로 말해 휴전선이나 동해안에서는 아무리 민감한 측정기로도 영변에서의 폐연료봉 재처리작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