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를 공유하게 된 동갑내기 도시 소년과 시골 소년의 대조적인 삶을 보여주는 영화 \'북경 자전거\'.
베이징시는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까지 베이징 택시를 전부 중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그 사업에 ‘베이징 현대자동차’가 주사업자로 참여하면서 ‘엘란트라’란 이름을 단 ‘아반테XD’가 베이징 시내를 누비기 시작했다. 한국 자동차가 베이징 시내를 휩쓸고 다니자 한국 자동차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중국에선 요즘 ‘마이카 붐’이 일고 있다. 마이카 붐 속에서 베이징 현대는 중국 진출 2년 만에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하여 중국에 먼저 진출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중국 특정 도시명을 회사 이름 앞에 붙여 쓴다. 상하이 폴크스바겐, 광둥 혼다가 그 예다. 폴크스바겐은 상하이에, 혼다는 광둥에 지사를 뒀다. 대도시 가운데 수도 베이징만 한동안 자동차 합작회사가 없었다. 이 공백을 현대자동차가 파고든 것이다. 다른 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대개 자국에서 유행이 지난 낡은 모델을 중국에 가져왔지만, 현대는 한국의 최신 모델을 중국에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
체면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중국인
중국인은 체면을 목숨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마케팅을 하거나 중국인 직원들을 관리할 때 중국인의 체면과 자존심을 존중하는 마케팅과 인사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점에서 베이징 현대의 성공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자기 나라에서 유행이 지나고 한물 간 모델을 가져다가 팔아도 된다는, 중국인을 얕보는 사고방식을 깨뜨린 것이다. 중국인의 체면과 자존심을 세워 주면서 중국인이 세계의 흐름에 맞춰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중국에서 성공하는 첫째 비결이다.
한국인과 접촉이 잦아지고 한국 드라마를 보는 기회가 늘면서 중국인의 눈썰미가 좋아졌다. 택시를 타자마자 한국인임을 알아본 그 택시기사처럼, 중국인들은 대부분 단번에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을 구별한다.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던 1992년 겨울, 베이징 사범대학으로 유학을 와서 학교 옆 시장에서 달걀을 살 때의 일이다. 중국에서는 군고구마, 수박, 달걀을 모두 저울에 무게를 달아 가격을 매긴다. 달걀 한 근(500g)을 사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할아버지가 “한국이 어느 성(省)이지?” 하고 되묻는다. 난감해하며 “남조선”이라고 고쳐 말하자 할아버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냉전으로 교류가 단절된 반세기 동안, 한국인에게 중국은 ‘중공’이었고, 중국인에게 한국은 ‘남조선’이었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이 다시 만난 지 10년이 넘으면서 이제 중국인에게 한국은 ‘남조선’이 아닌 ‘한국’으로 또렷하게 자리잡았다. 중국인에게 남조선은 미국에 대항하여 북조선을 돕기 위해 벌였던 전쟁, 즉 중국인들이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라 부르는, 6·25 전쟁 때의 적국이자 미국의 식민지였다. 그런데 한국이 그러한 남조선의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다. 한류(韓流)가 유행하면서 중국의 대표적 시사 주간지 가운데 하나인 ‘싼렌성훠(三聯生活)’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나타난 중국인이 본 한국 이미지는 이렇다.
① 가족: 한국 드라마의 가족 중시. 남성 중심② 애정: 돈, 권력과 같은 세속적 가치보다 순수한 애정 중시③ 예절: 타인 배려, 겸손, 양보④ 몸: 헬스, 수영, 에어로빅을 통한 몸과 건강 중시⑤ 오락문화: 음주, 가무, 노래방, 가라오케 가요: 창조 정신과 자유 욕망 춤: 역동적⑥ 소비문화: 자가용, 휴대전화, 가전제품⑦ 음식: 불고기, 김치, 비빔밥, 냉면⑧ 패션: 옷, 신발, 가방, 액세서리, 화장⑨ 주택: 현대적 공간⑩ 민족성: 강인함⑪ 역사: 외세의 침략과 저항의 역사⑫ 유교: 교육, 질서, 조상숭배⑬ 한국정신: 강인성+창조력+집단성+예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