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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중국 안보 목구멍 미국 물러나도 포기 안 해

베이징서 본 북중 관계

北은 중국 안보 목구멍 미국 물러나도 포기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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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물결 아닌 심층 들여다봐야

한국의 시각에서 볼 때 베이징의 북한 정권에 대한 태도는 불가사의하지만 중국의 처지를 역지사지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관점에서 북한은 면적 12만3000㎢, 인구 2400만 명, GDP(국내총생산) 230억 달러의 소국이기는 하지만 육지로는 만주, 바다로는 발해만과 연접하고 숙적 일본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동해로의 출구를 담보하는 요충 중 요충이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북한은 베이징과 톈진을 포함한 수도권의 안보를 확보하는 수단이면서 미국과 일본 등 해양세력을 공격할 수 있는 발판인 반면, 그것을 잃어버리면 만주와 발해만 나아가 수도권이 위협을 받게 되는 그야말로 사람의 목구멍(咽喉)과 같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더구나 미 ·일에 비해 해·공군력이 약한 중국 육지로 연결된 북한의 군사전략적 가치는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의 외교관, 군 장성, 학자 중 일부가 특히 장성택 처형 후 중국이 과거와 다르게 북한을 전략적 자산(assets)이라기보다는 부채(debts)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는 호수의 표면에 이는 잔물결만 보고, 심층도 그럴 것이라고 오해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진심은 국가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러시아가 북한을 포기한 후 영향력을 상실한 사례에서 얻은 교훈’이란 제목이 달린 보고서를 극찬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이 국가 안보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을 중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중국을 믿지는 않지만 정권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북 ·중 관계는 ‘전략적 이해관계의 불일치하의 일치’ 상태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밝히면서 국정과제의 하나로 ‘통일을 위한 기반조성’을 제시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는 독일 통일이 가져온 부정적 측면을 부각한 각종 보고서와 언론보도 등의 영향으로 남북통일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경제적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통일의 길은 멀고도 먼 것이 현실이다. 통일을 위한 국내외적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을 대하는 방식 등과 관련한 한국 사회 내부의 극단적 분열은 문제 삼지 않더라도 국제정세도 결코 통일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제가 잘못된 한국 대북정책

北은 중국 안보 목구멍 미국 물러나도 포기 안 해

지난해 12월 8일 중국의 중요 대외무역 통로로 떠오른 북한 나진항에서 한 근로자가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다. 중국의 동북3성은 나진항을 통해 동해 진출로를 확보했다.

미 ·중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견해는 이율배반적이다. 미국은 친중국적인 통일한국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며,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한국 주도의 통일을 결코 수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 ·중 가운데 어느 일방을 배제하고 다른 나라와만 협의 ·협력해 통일을 달성할 수도 없다. 한국을 미국의 방위 목표에서 빼버린 1950년 애치슨라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극단적인 경우 미국 처지에서 한국은 상실해도 어쩔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중국 처지에서 북한은 미국이 태평양에서 괌 동쪽으로 후퇴하더라도 숙적 일본이 버티고 있는 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활의 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은 중국으로 하여금 안보 불안을 느끼지 않게 만들고 난 다음에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 ·중의 처지가 이렇듯 서로 다르기에 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한국이 강한 인내심을 갖고 실패한 국가이자 깡패와 같은 행태를 보이는 북한을 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통일 문제 등과 관련해 청와대 등 정부 내외의 많은 인사가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는 진정한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북한이 먼저 진정성과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한국은 정권 2인자였던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하고, 약속을 수시로 뒤집는 북한 정권이 도대체 믿을 수 있기나 한 존재인지 다시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믿을 수 없는 상대가 믿을 만한 행동을 취할 때에만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정책은 전제부터가 크게 잘못됐다고 할 것이다.

지난해 6월 말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이후 한중 관계가 괄목할 만하게 개선된 것은 중국의 대(對)북한, 미국, 일본 등 관계와 관련해 한국이 과거보다 중요해진 데다 급부상하는 중국이 가능한 한 한국을 포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와 20세기 전반 미국, 일본, 독일 등이 이미 보여주었듯 국력이 급격히 증강된 국가는 무력 ·비무력적 여러 방법을 동원해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적 경향을 보인다. 아직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5%에 달할 정도인 중국의 국력 증강 속도에 비추어볼 때, 미국 세력이 퇴조하는 상황에서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판단된다. 한국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김정은 올해 방중 가능성 낮아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정권 생존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는 바로 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북한 핵 문제는 북한 문제가 해결돼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재무장 추구로 인해 ‘초가집 지붕에 매달린 제비집 근처에 불이 붙은 연작처당(燕雀處堂)’의 위기상황에 처한 한국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북한 핵 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정책을 갖고 있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미 ·중 모두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 아닌 ‘확산 방지(non-proliferation)’로 초점을 옮기는 상황에서 한국이 기존 방침을 언제까지 고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북 ·중 관계에서 공산혁명동지(共産革命同志)라는 이념적 유대는 형해화한 지 오래이며 남아 있는 것은 믿을 수 없고, 밉살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전략적 이해관계의 불일치하의 일치’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장성택의 피를 묻힌 지 얼마 안 된 김정은이 올해 안에 방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급격하게 불안요소를 보이지 않는 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손에 피를 묻힌 어린아이 김정은과 악수하고 건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무 차원에서의 북 ·중 간 대화나 협력은 지속될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자국 역대 왕조의 멸망이 대부분 만주와 한반도에서 일어난 작은 파동으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현 정권을 포함한 역대 중국 정권이 자국 자체가 내란 상황이거나 내란을 막 끝낸 상태에 처해 있는데도 한반도에 대군을 파병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역사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만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자를 처벌할 뿐’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누구보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경구가 아닐까 싶다.

신동아 201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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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량 │외교안보전문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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