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한국 방문은 여러모로 뜻 깊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었다.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메이서씨는 딸, 어머니와 함께 모국을 찾았다. 모녀 3대가 함께 한 한국행에 대해 그는 “드디어 어머니와 내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배우인 흑인 남편 사이에서 낳은 10개월 된 딸의 이름은 딜란 순 마리 메이서(Dylan Soon-Marie Macer). 이름 가운데의 ‘순’자는 어머니의 이름에서 따왔다.
“고향에 온 기분이에요. 미국에서도 정초면 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었는데, 드디어 한국에서 먹을 수 있게 됐네요. 63빌딩부터 강남역, 압구정까지 안 가본 곳이 없지만 역시 사극 속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 경복궁이 최고예요. 실제로 보니 굉장히 섬세하고 예술적인 혼이 담겨 있어요. 그곳을 배경으로 삼을 수 있는 한국 드라마가 살짝 부러워지기도 하고요.”
그는 주한미군 재정담당 장교로 한국에 왔던 아버지와 이화여대 학생이던 어머니 사이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60년대 초 결혼한 부모는 결혼 후 1년여 만에 도미해 그를 낳았다.
“두 분은 서로 영어와 한국말을 가르쳐 주다 만나셨대요. 그래서 둘만의 비밀 얘기를 할 때마다 한국말로 하시던 기억이 나요. 언니는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알지만 저는 대학 때 교회에서 배운 몇 마디가 전부예요. 앞으로 3년 안에 대화하고 글을 쓸 정도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는 외할아버지가 월남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다”며 “한국의 아픈 현대사에 대해 잘 안다”고도 말했다.
“작가의 나이는 비밀”
메이서씨는 미국의 한인 지도자 단체인 ‘넷칼(Net-KAL)’의 1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계 미식축구선수 하인스 워드를 ‘마이 히어로(My hero)’라고 표현한 그는 한국계 혼혈인들의 현실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계 혼혈인들이 여러 나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강한 민족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혼혈이 차별받는 현실은 슬프지만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취재부터 스토리 구성, 집필까지 담당한 드라마는 ‘로스트’ 시즌 1의 에피소드 7, 8편과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의 에피소드 7편, 시즌 2의 에피소드 6, 11편 등이다.
물론 처음부터 정식 작가가 된 것은 아니다. 뉴욕 배사 칼리지에서 아프리카학을 전공한 뒤 1995년부터 2년간 뉴욕 크로스로드 극장, 조지 스트리트 플레이하우스, 샌디에이고 올드 글로브 시어터, 조지프 팹 퍼블릭 시어터 등 주로 연극 무대에서 감독 및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1997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해 독립영화사 ‘파크데이’의 공동 제작자와 월트디즈니 TV 만화영화부 기획담당 이사를 거친다. 드라마작가로 입문한 것은 2002년. 드라마 제작사인 폭스사에서 운영하는 ‘라이팅 프로그램(Writing Program)’의 수강생으로 선발되면서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