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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어잡이 홍석남의 30년 ‘참치 인생’

“참다랑어 활어 맛요? 안 먹어봤으면 말을 마세요”

다랑어잡이 홍석남의 30년 ‘참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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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랑어잡이 홍석남은 욕지도에서 한국 최초로 참다랑어를 양식한다. 30년 동안 그를 먹여 살린 참다랑어는 등 푸른 보석이다. 어부들은 참다랑어가 팔려나갈 날을 기다린다. 조바심을 낸다. 목이 빠진다.
다랑어잡이 홍석남의 30년 ‘참치 인생’
그는 바다의 개척자(開拓者)다. 늘 프런티어에 서 있었다.

“경남 남해군에서 태어나 바다 너머 세계를 동경하며 자랐어요. 그런데 푸른 바다는 없더군요. 바다에서 보는 바다는 잿빛 일색입니다. 노동의 바다, 투쟁의 바다가 있을 뿐입니다.”

바다를 동경하며 자란 ‘소년’은 15척의 원양어선을 거느린 회사의 ‘전문경영인’이 됐다. 인성수산 홍석남(55) 사장. 그는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참다랑어를 키운다.

한국에서도 참다랑어를 양식한다는 걸 안 건 지난해 여름휴가 때다. 욕지도에 놀러갔다가 망망대해에 떠 있는 가두리(물고기를 가둬 키우는 양식장)를 보고 “저게 뭐냐”고 어부들에게 물었다.

“욕지도 참치 양식장 아잉교.”



어부들은 지난해 230마리가 넘는 참다랑어를 잡았다. 무게 1~3kg의 녀석들은 가두리로 옮겨졌다. 9t짜리 어선에서 일하는 이일기(53)씨는 “참치가 올해에도 떼로 올라왔으예. 더 알고 싶으면 홍석남 사장에게 물으소, 그분이 전문갑니더”라고 말했다.

노동의 바다, 투쟁의 바다

그로부터 11개월 뒤 서울 강남의 한 횟집에서 그를 만났다. 수산업체 사장보다는 교사가 더 어울려 보이는 얼굴이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참다랑어에 얽힌 일화를 쏟아냈다. 시중에서 팔리는 ‘참치통조림’에 불만이 많은 듯했다.

“다랑어에는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백다랑어 가다랑어가 있어요. 그중 최고인 참다랑어가 ‘참치’라고 불렸습니다. 그런데 동원산업이 가다랑어, 황다랑어를 통조림에 구겨 넣어 팔면서 ‘참치통조림’이란 이름을 붙였죠. 참치통조림은 70%가 가다랑어, 25%가 황다랑어로 만든거예요. 날개다랑어, 눈다랑어, 드물게는 몽치다래도 들어갑니다.”

▼ 사전을 찾아봤더니 참치는 참다랑어를 가리키는 강원도 말이더군요. 가다랑어가 맛이 더 좋지 않나요. 가다랑어를 말려 갉아낸 게 국물맛 좋기로 소문난 가쓰오부시….

그가 마뜩찮은 표정을 짓는다. 뭘 모르는 소리를 한다는 투다.

“가다랑어는 참다랑어보다 가격이 훨씬 싸죠. 격이 달라요. 한 번에 수백 t씩 잡히거든요. 그물로 대량 어획하는 터라 초저온처리를 못해요. 소금물로 목욕시켜서 냉동하죠. 그러면 횟감으론 못 씁니다. 횟감으로 쓰는 참다랑어는 낚시로 잡아서 피를 뽑고 초저온처리를 합니다. 혼슈, 홋카이도 사이의 쓰가루 해협에서 낚시로 잡은 참다랑어 1마리가 1억원이 넘은 적이 있습니다. 가다랑어, 황다랑어와는 비교가 안 되죠.”

그는 낚시는 물짐승과의 질긴 대화(對話)라고 말했다. 시운을 놓쳐서도 긴장을 잃어서도 안 된다. 줄이 온전히 단단해져 팽팽한 긴장이 느껴질 때가 바로 시운이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찰나, 단번에 끌어당겨야 한다.

▼ 참다랑어의 매력은 뭔가요?

“바다에서 제일 잘생긴 고기예요. 헤엄치는 속도가 바다에서 가장 빠르고, 어군도 바다에서 제일 큽니다. 크고, 맛있고, 많이 잡혀서 돈도 되고요.”

말단 선원의 고단한 삶

그는 남해수고 기관과를 졸업했다. 연근해 어선의 기관사로 일하면서 번 돈으로 부산수산대(현 부경대)에 진학했다. 대학에 진학한 건 선장이 되고 싶어서였다.

“졸업식 때 부른 고등학교 교가가 떠오르네요. ‘우리들의 이상은 바다를 개척, 조국에 헌신하는 젊은 우리들’이란 대목이 있어요. 그 대목을 부를 때 얼마나 울컥하던지….”

그는 대학을 마치고 원양어선을 탔다. 미국 스타키스트(Starkist)의 다랑어 선망선.

▼ 왜 미국배를 탔나요?

“가난했어요. 돈을 벌어야 했죠. 스타키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참치통조림 회사였죠. 1981~82년 펄세이너(선망선)에서 갑판원으로 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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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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