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실내는 후텁지근했다. 선풍기를 틀었다. 이 사무실의 특징은 벽에 지도가 여러 장 붙어있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특구 지도’도 있었다. 김 지사는 ‘GTX(경기도가 추진하는 대심도 지하 급행철도)’를 알리고 싶어하는 듯했다. 이어 ‘서거 정국’에 대한 ‘정치인 경기지사’의 견해를 물어봤다. GTX부터 시작했다.
▼ 오늘 국토해양부가 GTX 타당성조사 연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더군요. 경기도의 그간 노력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가시적인 실행으로 들어서는 첫 단계가 되는 건가요?
“그렇게 봐도 되겠죠. GTX는 지하 깊숙한 지점에 일직선으로 급행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일산 킨텍스~서울~분당~용인~화성 동탄을 연결합니다(46.3km). 동탄 신도시에서 강남까지 18분에 주파합니다. 이외 인천~부천~서울 노선, 군포~과천~서울~의정부 노선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 건축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깊은 지하에 철도를 건설하는 원리인데, 공사비(민간제안에 따르면 최대 12조506억원)나 현실성에서 문제가 있지 않나요?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등 민간 대형 건설사가 먼저 사업제안을 했습니다. 경제성, 안전성 모두 뛰어나다는 거죠. 광역철도는 국가가 사업비의 80%를 댑니다. 그런데 GTX의 경우 국비 부담은 15%에 불과합니다. 60%는 민간자본이 투자하니까요. 국가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고, 완전히 거저 얻는 거죠.”
“GTX에 열광”
▼ GTX 이용 예정지 시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열광적이죠. 그도 그럴 것이 경기도민의 생활불편요인 조사에 따르면 서울 출퇴근 교통문제에 대한 불만이 50~60%에 달합니다. 다음으로 교육이 20% 정도고요. 출퇴근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일이므로 기대가 정말 큽니다. 파주나 평택에서 ‘우리는 왜 안 이어주나’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고요.”
▼ 이 아이디어는 누가 처음 냈나요?
“우리 경기도시공사 이한준 사장입니다. 내 특보 출신이고 교통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죠. 이후 경기도가 2년 동안 예산을 들여 교통연구원, 철도학회, 교통학회, 터널학회와 함께 연구했습니다.”
▼ 외국 사례를 검토한 건가요?
“외국에는 이런 게 없어요. 처음에는 경부고속도로 2층화를 타진해봤습니다. 임기 4년 내 그거 하다가 세월 다 보낼 것 같더군요. 다음으로 제2 경부고속도로를 구상했습니다. 그래도 서울 입구에서 병목 현상이 생겨요. 답이 철도뿐이고 철도로 하려니 대심도로 하지 않고는 놓을 데가 없었죠. 공기 30% 단축, 비용 30% 단축. 경제성도 높게 나왔습니다. 획기적 공법이 있고, 모든 면에서 최적의 대안입니다. 도쿄, 뉴욕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광역철도망이 될 겁니다. 아직 반대하는 사람 못 만났습니다. (배석한 공무원에게) 그렇죠? 한 사람도 없죠?”
민간제안에 따르면 GTX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사업 적격성을 검토한 뒤 기본설계, 실시설계를 거쳐 2011년 착공, 2016년 완공하는 것으로 돼 있다. GTX는 서울과 경기도 도시들을 잇는 노선인데, 서울시는 이 사업에 조용한 편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서울시는 급할 게 없지. 지하철 9호선까지 있는데. 급한 건 경기도”라고 풀이했다. GTX에 대해선 “사업 추진에 앞서 안전성 문제 등이 충분히 검증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