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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정신적 스승 송기인 신부

국회의장한테 물병 던지고 대통령 화환 짓밟고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노무현의 정신적 스승 송기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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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냉동실에서 본 노무현 얼굴, 잠자듯 평온해
  • ● 박연차 돈 문제, 상상도 못했다
  • ● “노무현 죽음, 국가 차원에선 득이 될 수도”
  • ● 오기정치? 이명박이 노무현보다 더해
  • ● 노무현 청와대 들어갈 때 물가에 애 보낸 것처럼 걱정돼
  • ● 많은 희생 막기 위해 한 사람 죽이는 건 묵인돼야
  • ● 이제부터 사랑이란 걸 해보려고
노무현의 정신적 스승 송기인 신부

● 1938년 부산 출생 <br>● 가톨릭대 신학과 졸업 <br>● 부산전포성당, 삼랑진성당, 부산당감성당, 부산서대신동성당 주임신부 역임 <br>● 부산인권선교협의회장, 부산민주시민협의회장, 부산교회사연구소장, 민족문제연구소 이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 역임 <br>● 2005년 사목직 은퇴

이제 그만하자. 간다.”

그가 훌쩍 자리에서 일어섰다. 닭 쫓던 개가 이런 심정일까. 녹음기와 취재수첩을 주섬주섬 챙기면서 고작 한마디 붙여본다는 게, “어디로 가시는데요”였다. 사실 그가 어디로 가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인터뷰 시간을 더 빼내는 게 중요하지. 그는 “모처럼 서울 올라왔으니 만날 사람도 있고…” 하면서 내가 자리에서 채 일어서기도 전에 잰걸음으로 계산대로 갔다.

한 40분쯤 이야기했을까. 만약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였다면 나는 깊이 상심하고 어쩌면 절망했을 것이다. 이 직업을 계속해야 할지 심각한 회의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두 번째 만남이다. 첫 인터뷰는 8일 전 그가 사는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의 촌구석에서 이뤄졌다. 밥 먹은 시간 포함해 두 시간쯤 얘기한 것 같다. 그때도 그는 몇 번이나 “이제 그만해” “할 얘기 없어”라고 수박씨 뱉듯 툭툭 내뱉어 많은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내는 것이 직업인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꾸밈이 아니다. 타고난 성격이다.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고 무례하다. 그를 아는 많은 사람의 한결같은 증언이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오래 알고 나면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게 된다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부산 민주화운동의 대부라는 송기인(宋其寅·71) 신부. 아마도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가톨릭 대표로 집례하지 않았더라면 인터뷰를 요청할 맘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세례를 준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노무현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린다.



1부

삼랑진 밤꽃향기


밀양역에서 내려 택시로 30~40분 갔을까. 송 신부가 산다는 삼랑진읍 용전리가 나타났다. 산지로 둘러싸인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그의 집은 노인회관 바로 뒤편에 있었다. 기와를 얹은 흙담집이 오래 묵은 간장냄새처럼 고향마을에 대한 향수를 일으켰다. 저런 흙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성년이 된 이래 아파트라는 콘크리트집에 갇혀 지내고 있다.

송 신부의 집엔 아담한 정원이 꾸며져 있었다. 마거리트, 장미, 작약, 채송화, 그밖에 이름 모를 꽃들이 은은한 향기를 풍겼다. 쩍쩍 새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앞마당 나무의자에 앉아 우리(나와 사진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그마하지만 단단해 뵈는 체구다. 첫 만남에 서로 인사하고 예절을 차리는 격식 따위는 무시됐다. 각진 얼굴과 안경, 날카로운 눈매, 짙은 눈썹… 차갑고 강한 인상을 주는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말수마저 적으니 편하게 대화하기는 애초 그른 것 같다.

“내가 이마에 물 부었잖아”

2005년 6월 사목(司牧)직에서 은퇴한 송 신부는 4년 전부터 이곳에 거주하면서 묘지기 노릇을 하고 있다. 조선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인 김범우의 묘가 이 동네에 있다. 그래서 자칭 능참봉이다. 그가 삼랑진에 정착한 데는 그만한 연고가 있다. 1978년 삼랑진성당 주임신부로 임명돼 4년 반 동안 근무했다.

“지금 내 머리가 비어 있거든. 대통령 돌아가시고 나서 머리가 뻥 뚫린 기분이야. 그래서 정리를 못해.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기억나는 대로 답할게.”

송 신부는 모 심다가 들어온 참이라고 했다. 자주색 반팔 셔츠를 입었는데 가슴에 흙 자국이 있다. 제시카로 불리는 중년여성이 음료를 내왔다. 송 신부에게 식사시중을 하는 신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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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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