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4일 김평우 변협 회장을 만났을 때 성명을 낸 배경을 물었다.
“지난해 1월 국회에서 의원이 폭행을 당했을 때에도 변협은 성명을 냈습니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에서 폭력이 계속되면 법치주의의 발전이라고 할 수 없어요. 변협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경고를 해왔습니다. 강기갑 의원 사건에 대해 양형(量刑)상으로 경감해주는 것은 몰라도 그 자체를 무죄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일반적인 법률상식에 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판결문을 구해 임원들과 함께 봤어요. 31쪽에 달하는 판결문이었는데 놀라운 사실은 한 구절도 선례를 인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판사는 무엇보다 판례를 존중해야 합니다. 주관적인 재판을 계속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 성명을 냈습니다.”
▼ 대법원은 최종 판결이 아닌 만큼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선 법원 판결에 대해 당사자 이외에 다른 사람이 의견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판은 공적인 일입니다. 정의가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면 이야기하는 게 옳아요. 대법원 확정 판결은 비판을 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끝났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1심 판결이 나왔을 때 문제가 있다면 시정해야 합니다.”
▼ 외국에서도 1심 판결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나요.
“물론입니다. 국회의원과 공무원은 비판에 익숙해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법원은 싫은 소리에 익숙하지 않아요. 그래서 변호사단체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련 판결을 보면 판사에 따라 비슷한 사건에 다른 판결이 나왔습니다.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사건, 그리고 세계관이 충돌하는 사건에서 판사가 자신의 세계관과 견해에서 독립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 가능한가요. 판사도 인간인 이상 자신의 견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결국 선례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판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판사는 선례를 따라야 합니다. 선례와 다른 판결을 내린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줘야 합니다.”
▼ 히스패닉 출신으로 미국 최초 대법관이 된 소냐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본인의 배경에 좌우되지 않는 판결을 내리겠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법관이 자신의 세계관에 좌우되지 않는 판결을 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우선 선배들이 한 재판을 많이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를 항상 자문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하지만 법관은 심판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