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나온다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4/5
▼ 기초과학은 무엇이라 정의하십니까.

“말 그대로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등 가장 기초적인 학문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이라는 개념을 세우기 위해서는 물리학에 토대를 둬야 하고, 우주로켓이나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기초과학은 한 나라의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산업, 경제력,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잣대입니다. 또 기초과학이 토대가 돼야 응용과학이나 응용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통신기기 의약품 선박 항공기 군사무기 등도 화학 물리학 지질학 천문학 등의 기초과학을 통해 개발된 기술들입니다.”

▼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을 평가한다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수는 한 나라 기초과학 수준을 평가하는 바로미터입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후반부터 현대적인 의미의 기초과학 연구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기초과학 연구 토대가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것과 비교하면 미천합니다. 그러함에도 세계 최고수준의 반도체 생산국이고 IT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선박을 짓는 조선산업도, 석유나 석탄 에너지를 이용하는 석유화학, 화력발전 심지어 원자력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서구 선진국과 비교하면 얄팍할 수밖에 없는 기초과학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이 이룩한 기초과학 연구 결과물을 우리가 재빨리 빌려와 응용기술로 개발해냈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 우리가 내세우는 기술의 뿌리는 모두 서구 선진국이 이룩한 기초과학 연구 결과물에 의탁하고 있는 셈입니다.”

박 원장은 “우리의 위치는 중국이나 인도 등 후발경제대국으로부터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으며 ‘학문의 확산’이라는 이름으로 연구결과물을 순순히 내줬던 서구 선진국으로부터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우리 힘으로 기초과학 발전을 진흥시키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대학과 출연연을 모두 경험하셨는데 두 곳의 차이점은….

“선진국에선 연구자가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평생을 바쳐 연구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학이나 출연연 구분 없이 연구비에 따라 전혀 다른 영역의 연구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연구의 깊이를 기대하기 어렵고 노벨상 수상자 배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 분야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대부분 처음 시작했던 연구주제를 수십 년간 이어오며 축적된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아 수상했습니다.”

‘놀고먹어도’ 잘 드러나지 않아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실험장비를 조작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모습.

▼ 해외 선진국 연구시스템과 국내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미국의 경우 대학이나 연구기관 구분 없이 연구자나 연구조직 하나하나가 독립된 형태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평가시스템이 철저하고 일관된 예산이 배분됩니다. 이를 통해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연구자가 평생 동안 일관된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지원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교실제 형태의 연구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교수 밑에 조교수, 부교수, 그리고 대학원생들까지 계층적으로 구조화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형태입니다. 일본은 정교수가 되기 전까지는 연구를 태만히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평가를 통해 검증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공동연구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연구결과물에서 보다 증폭되기도 합니다. 일관된 주제로 장기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죠.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식에 가까운 연구시스템을 채용해 비교적 독립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식과 같은 철저한 평가시스템이 연계돼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체제하에서는 극단적으로는 연구자가 ‘놀고먹어도’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관된 주제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연구비에 따라 다른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깊이 있는 연구가 불가능하지요. 이것이 국내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4/5
이기진│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doyoce@donga.com│
목록 닫기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