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4시간이 넘는 정밀작업 끝에 맹성렬씨는 ‘UFO 사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맹씨의 말이 나오자 (사진)부원들에게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당시 사진기자의 회고담이다. 사진에 찍힌 비행체는 이후 프랑스 국립항공우주국(CNES) UFO 조사기구에 의해 ‘지구상 물체가 아니다’는 판정을 받았다. 맹씨는 이런 인물이다. 국내 UFO 연구계에서 그의 이름은 신뢰의 다른 표현으로 쓰인다.
“지난 1월에도 몇 번 기자들이 찾아왔어요. 초등학생 한 명이 유리창에 UFO 그림을 붙인 뒤 사진을 찍고는 ‘UFO를 발견했다’고 장난친 일이 있거든요. 그거 물어본다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들고 오더니 금세 잠잠하네요.”
현대 종교의 탄생
맹씨의 일상은 UFO 출현 여부에 따라 큰 폭으로 요동친다. “UFO가 나타난 것도 아닌데 기자가 찾아오는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의 본업은 전북 우석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포털사이트에서 ‘맹성렬’을 검색하면 세계 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후’에 2년 연속 등재된 공학자, ‘나노물질 합성과 실리콘계 및 비실리콘계 나노 트랜지스터’ 등에 대한 연구로 38편의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 2006년 특허청이 수여하는 특허 부문 최고상 ‘세종대왕상’을 받은 발명가, 화학 전공자가 아님에도 미국 화학학회 정회원으로 선출돼 화제를 모은 교수 등에 대한 정보가 떠오른다. 모두 그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동시에 그는 세계 최대 UFO단체 뮤폰(MUFON)의 한국 대표이기도 하다.
▼ 다 큰 어른이 UFO에 빠져 있으니 ‘철이 덜 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실 것 같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UFO는 철든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주제예요. 저도 어릴 때는 아무 관심 없다가 대학 졸업 전후해 이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됐거든요.”
무심코 어린이 잡지를 뒤적이다 UFO 목격자들의 체험담을 본 게 계기였다.
“어떤 여자가 외계인한테 납치돼 그의 아이를 가졌다더라, UFO 주위에서 키 120㎝ 안팎의 날개 달린 난쟁이들이 온몸에서 빛을 뿜으며 날아다니더라, 하늘에서 강한 빛이 쏟아지고 귀청을 찢을 듯한 휘파람 소리가 들리더니 온몸이 굳어 꼼짝할 수 없더라, 빛이 사라지고 나니 오랜 병이 깨끗이 나았더라, 같은 얘기들이었죠.”
▼ 그런 내용에 솔깃하셨다는 건가요?
“‘이거 재밌다’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신화, 종교, 요정 설화 같은 데 관심이 많았는데, UFO 체험담을 읽어보니 이게 바로 신화요, 종교요, 요정 설화더라고요. 텍스트의 현현(顯現)이었죠. 잘 분석하면 종교의 기원이나 신화의 탄생 배경 같은, 늘 마음에 품고 있던 호기심을 풀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구약성서에는 모세가 야훼의 빛과 열에 노출되는 대목이 등장한다. 하늘에 나타난 강렬한 불기둥은 모세를 이끌고, 유대인들이 강력한 단합을 이루게 하는 촉매제 구실을 한다. 이런 체험이 현대의 자칭 UFO 목격자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게 흥미로웠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면 좋겠다 싶어 교내 게시판에 ‘UFO 연구 동호회원 모집’ 인쇄물을 붙였다. 돌아온 반응은 ‘너 좀 이상하구나’였다.
▼ ‘UFO 체험담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하고 싶다’고 써 붙이셨으면 어땠을까요?
“그랬어도 ‘저게 뭔 소리야’ 했을 거예요. 다 큰 사람이 UFO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 자체가 우습게 여겨지던 때니까요.”
혼자만의 연구가 시작됐다.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UFO에 대한 자료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대형 서점에 비치된 외서(外書) 목록을 뒤져 UFO 관련 자료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그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알고 보니 해외에서는 이미 UFO가 뜨거운 이슈였던 게다.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논문을 발표하고, 국가 정보기관에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