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9년 평양 출생<br> ● 평양 남산고등중학교, 김일성종합대 졸업<br> ● 김일성대 경제학부 교수<br> ● 1992년 중국 교환교수<br>● 1994년 귀순<br>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br> ●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세대분과위원회 위원<br> ● 경남대 초빙교수, 연세대·경희대·중앙대 겸임교수<br> ● 現 통일교육원장
그의 얘기 중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말은 ‘자유’였다. 고색창연하고 진부한가? 내 생각엔 그렇지 않다. 그의 자유와 우리의 자유는 다르다. 이론이 아니고 체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북한 문제에 대해 저명한 학자나 시민운동가나 정치인의 얘기를 백 번 듣는 것보다 이런 실존적인 얘기 한 번 듣는 게 훨씬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는 북한 정권에 분노했지만 북한 주민의 생명과 인권에는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북한에 전단(삐라) 날리는 것에 찬성한 그는 햇볕정책을 비판하면서도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과 통일무용론에 대해선 고개를 내저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진화’하고 있다. 다윈의 갈라파고스 섬처럼 오랜 세월 고립된 섬에서.
그가 정신없이 바쁘다는 통에 두 달 만에 성사된 인터뷰는 서울 인수동에 있는 통일교육원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넉넉한 이마와 동그란 얼굴이 북쪽의 누군가와 닮았다는 느낌을 줬는데 실례가 될까봐 얘기하진 않았다. 안경 너머 날카로운 눈에 짙은 쌍꺼풀이 져 있다.
안보와 통일이 조화 이루는 교육
▼ 뭐가 그렇게 바쁜가.
“일단 업무파악을 해야 되잖나. 먼저 통일교육원이 지금까지 해온 일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성과는 뭐고 문제점은 뭔지. 그런 걸 제대로 하려면 보고 또 봐야 한다. 강의 커리큘럼과 강사 풀, 교재가 어떤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IPTV나 게임, 인터넷을 통한 통일교육의 콘텐츠도 점검해야 한다. 둘째, 통일교육위원협의회라든지 학교통일교육협의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기관 등 외부 통일교육시스템도 살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관기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협조해야 한다. 셋째는 예산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돈과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 내년에 획기적으로 도약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혁신적인 계획안을 짜야 한다. 그밖에도 다양한 사업이 있다. 토론회나 강연회를 비롯해 각종 외부 행사에 참가해야 한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 의욕이 강한 것 같다.
“의욕을 갖고 왔는데 일이 정말 많아 웬만한 노력과 사색으로는 지금의 수준에서 도약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통일교육 방향에 대해 “북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교육,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을 모두 보여주는 교육, 왜곡되지 않은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의 통일교육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에둘러 설명했다.
“우리의 통일교육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교육, 둘째는 안보교육, 셋째는 통일교육이다. 이 세 가지 교육은 일관성 있고 꾸준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과거를 돌아보면 정권의 성격과 대북정책에 따라 통일교육이 영향을 받아왔다. 어떤 때는 통일교육만 강조되고 어떤 때는 안보교육만 강조됐다. 하지만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대화와 교류협력, 안보가 다 중요하다. 남북관계나 국제관계의 변화와 상관없이 일관된 교육을 해야 한다. 교육은 원칙과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의 틀이 바뀌어서야 되겠는가. 안보와 통일이 조화를 이루는 교육.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통일교육의 기본방향이자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교육체계와 교육내용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