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는 나라도 종교도 따로따로 있지만 하늘로 가면 경계가 없지요.” 지난 4월28일 봉안식을 가진 길상사 관음상 앞에 선 그의 설명은 간결하다. 얼마전 바티칸 공의회가 발표한 ‘다른 종교에 대한 열린 가슴’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관음상에는 평소 그가 새겨온 소녀상이나 성모상의 표정이 담겨있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정작 본인은 고개를 젓지만.
“워낙 소녀상이나 성모상을 많이 만들었으니 닮을 순 있지만 그걸 의식한 건 아닙니다.”
최교수에게 관음상 제작은 오랜 숙원에 가까웠다. 그의 작품활동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이 한국의 불상들이었기 때문. 이미 20여년 전부터 한번은 관음상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얘기를 사석에서 해온 것이 지난해 ‘트인 가슴을 지닌’ 법정스님을 만나 뜻을 이룬 것. 혹 다시 관음상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이 들어오면 어쩌겠느냐고 묻자 “모르지, 그때 가봐야지”하며 웃는 그의 표정이 어쩐지 관음상의 미소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