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호

[화제인물]7000만원으로 120억원 번 김정환 밸류25 대표

“저평가 주식 아직도 많아. 향후 2, 3년이 주식으로 큰돈 벌 마지막 기회”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입력2009-07-30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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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마니아 오세훈 시장 보고 삼천리자전거 주식 샀다
    • 웅진코웨이 주식 5배에 팔아 종자돈 마련
    • 장중에 주가 모니터 잘 안 본다
    • 2, 3년 뒤엔 큰 버블 온다
    • 한국의 워런 버핏이 되고 싶다
    [화제인물]7000만원으로 120억원 번 김정환 밸류25 대표

    김정환<br>● 성균관대 경제학 학사<br>●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br>● 애드캡슐 부사장<br>● e삼성차이나 부장<br>● 現 밸류25 대표<br>● 저서: ‘젊은 주식부자의 이기는 투자법’ ‘한국의 작전세력들’‘밸류25’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김정환 대표.

    김정환(40) ‘밸류25’대표. 그는 증권가에서는 ‘7000만원으로 120억원을 번 사나이’로 통한다. 실제로 김 대표가 주식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 2004년 당시 그의 투자금액은 7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부자다. 그것도 아주 큰 부자다. 그가 가지고 있는 주식은 현재가치로 약 120억원. 자동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S500을 타고 다닌다. 7월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밸류25’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사무실은 단출했다. 책상 하나에 작은 소파가 있었다. 주가나 금융시황을 보여주는 모니터 몇 개쯤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책상 위에는 달랑 컴퓨터 모니터 한 대만 놓여있었다.

    ▼ 정말로 7000만원으로 120억원을 벌었나요.

    “사람들은 그게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7000만원을 가지고 8번만 100% 수익을 내면 복리로 100억원 정도가 돼요. 계산을 한번 해볼까요. 7000만원이 1억4000만원, 다시 2억8000만원, 5억6000만원, 11억2000만원 이런 식으로 가면 금방 100억원이 돼요. 5, 6년 동안 주가가 100% 오르는 종목을 8개 찾는 것, 사실 어렵지 않거든요. 정말 우량 주식은 10배씩 오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SK의 주가는 한때 5500원까지 떨어졌다가 20만원을 넘긴 적이 있습니다. 복리의 마법만 일으킨다면, 돈 버는 것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 SK 주가가 5500원까지 떨어진 적이 있나요.



    “ SK 분식회계사건이 터졌을 때 헤지펀드인 칼라힐이 들어왔는데 그때 주가가 5500원이었어요. 칼라힐은 그때 대량 매집한 뒤 3만원대에 팔고 나가 큰 차익을 남겼습니다. 만약 기다렸다가 20만원대에 팔고 나갔으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남겼을 겁니다.”

    ▼ 주식으로 큰돈을 벌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2004년 대기업 샐러리맨 생활을 접으면서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장에 다니면서 주식투자를 할 방법으로 가치투자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구를 했어요. 그러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웅진코웨이의 임원이 자사주를 매입해야 하는데 고민이 된다면서 적정주가를 물어와 관심을 갖고 지켜봤지요. 당시 웅진코웨이를 살펴보니, 맨 처음 정수기로 시작해서 생활가전으로 옮겨가고 있었어요. 영업의 접점에 설 수 있다는 점, 처음 영업할 때에는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안정적인 캐시플로가 있다는 점, 당시 주가가 현재가치에 비해 매우 저렴했다는 점이 포인트였습니다. 그래서 4000원대에서 7000만원을 모두 투자해 주식을 샀습니다. 6개월 뒤 2만원대에 팔아 이 돈이 3억5000만원이 됐습니다.”

    ▼ 도중에 유혹을 느끼지 않았나요. 예를 들어 주가가 원래 샀던 가격의 두 배 정도가 됐을 때 말입니다.

    “가치투자의 좋은 점은 주가가 기업가치에 올라왔을 때 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웅진코웨이는 주가가 4000원대일 때도 2만원의 가치가 있었고, 1만원으로 올랐을 때에도 2만원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유혹에는 별로 휩쓸리지 않았어요. 웅진코웨이의 기업가치는 이후 4만원을 넘기도 했는데, 이는 ‘4만원대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이후 주요 금융회사는 물론 개인들도 큰 손실을 봤습니다. 김 대표는 영향을 받지 않았나요.

    “제가 삼천리자전거의 대주주였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주식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삼천리자전거 주가는 많이 올랐어요. 장이 폭락할 때 오히려 저는 돈을 벌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능력이 있는 투자자라기보다는, 운이 좋은 투자자라고 말하지요.”

    삼천리자전거 투자로 41억원 벌어

    ▼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은 아니었군요.

    “물론 판단은 했어요. 2년 전에 제가 쓴 삼천리자전거 리포트를 보면 금융위기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위기가 오겠구나 생각해서 경기방어주인 삼천리자전거 주식을 샀다’는 말이 나옵니다. 물론 금융위기로 보유 중인 다른 종목 주가가 많이 빠졌지만, 제 지분율이 6.8%였던 삼천리자전거 주가가 오르면서 다른 종목에서 본 손해를 벌충하고도 남았지요.”

    ▼ 요즘 한국은 자전거 열풍이 한창입니다. 김 대표가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도 삼천리자전거 대주주 공시였습니다. 무척 일찍부터 자전거에 주목했는데요.

    “사실 최근 본격화한 자전거사업은 이미 계획돼있던 것입니다. 공영자전거나 웰빙도시도 2년 전부터 이슈화가 된 사안입니다. 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전거를 매우 좋아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오 시장이 자전거잡지 표지모델로 나온 것을 보고 서울시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당시 유가가 높아 무동력 에너지인 자전거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삼천리자전거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점을 보고 결국 투자했지요.”

    [화제인물]7000만원으로 120억원 번 김정환 밸류25 대표
    ▼ 그래도 자전거는 한물간 교통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어떻게 구체적으로 투자할 생각을 했나요.

    “저는 자동차인구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 자전거인구가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유럽이 그랬습니다. 또 자전거가 점점 고급 형태로 바뀌고 있어요. 얼마 전에 들은 우스갯소리입니다. 그랜저와 자전거가 부닥쳤는데, 자전거 주인이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직원을 불렀다는 겁니다. 이 사람 자전거 가격이 35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자전거동호회에는 몇천만원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마진 폭은 자동차보다 훨씬 큽니다. 그런데 삼천리는 고가·저가 자전거를 합쳐 시장점유율이 55%입니다. 마진율과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재무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200원대 들어가서 5500원대에 전량 매도했고, 다시 3500원대에 사서 7000원대에 전량 매도했습니다. 가만히 나뒀으면 아마 더 큰 부자가 됐겠지요.”

    ▼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삼천리자전거 주식은 전량 매도했습니다. 지금은 1만5000원 정도 합니다.(인터뷰 시점인 7월6일) 3만원이 넘을 때도 있었습니다. 삼천리자전거 투자로 41억원 정도 벌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만약 3만원에 팔았다면 (투자수익이) 300억원 정도 됐을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항상 제 나름의 원칙에 따른 투자를 합니다. 자전거주식이 그렇게 오를 줄은 몰랐어요. 1만원 정도가 적정가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전거 주식은 올해 상반기 MB정부 녹색성장의 아이콘으로 꼽히면서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다가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7월 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 이밖에 투자해서 성공한 주식은 뭐가 있나요.

    “하이닉스, 이건산업, SG&G, 다우기술, 성찬기업지주, 대우증권 우선주가 있습니다.”

    ▼ 저평가된 회사를 발굴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저는 보통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조건검색을 적용합니다. 이를테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인 기업’ 등으로 조건을 줘 검색에 나온 종목을 놓고 더 깊이 들어가서 연구합니다. 회사에 직접 전화도 해보고, 재무제표도 보고, 등기부등본도 떼어보고 합니다.”

    ▼ 그것은 일반인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요. 그런데 좀 어렵지요. 재무제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회계학적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진짜 부자는 가치투자만 한다

    ▼ 투자기법으로 ‘가치투자’를 강조하는데 왜 가치투자를 하기 시작했나요.

    “투자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정보를 입수해서 하는 정보매매, 스윙, 스캘핑(초단기매매)…. 그런데 제가 보니깐 큰 부자가 된 사람 중 단 한 명도 그런 방법으로 돈을 번 사람이 없어요. 버핏이나 템플턴도 가치투자를 통해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어요, 정보매매나 테마주를 통해 돈을 번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 다음은 시간의 한계입니다. 내가 본연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사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테마주나 단기매매로 투자할 경우 등락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주식 창을 매일 시간 단위로 봐야 해요. 그때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가치투자를 했습니다.

    가치투자에는 3가지 원칙이 있어요. 첫째는 청산가치투자인데 은행이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듯이 개인은 기업자산을 담보로 잡고 주식을 사는 것입니다. 둘째는 배당투자인데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처럼 우리도 기업에 투자하면서 배당을 받자는 것입니다. 배당률이 은행이자보다 높은 회사가 아주 많아요. 예를 들어 한국쉘석유나 대우증권 우선주는 시가배당률이 7~10%예요. 더구나 배당을 주는 회사는 연단위로 본다면 주가가 절대 빠지지 않아요. 셋째로 은행이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겐 이자 등에서 조건을 좋게 해주는 것처럼 우리도 기업에 투자할 때 성장을 봐야 해요. 이때 중요한 것은 미래 성장가치가 아니라 현재 성장가치입니다. 미래 성장가치는 내 예측과 달리 갈 수 있기 때문에 배제해야 합니다.”

    ▼ 김 대표는 가치투자를 하면서도 6개월 만에 주식을 처분한 적도 있는데요.

    “주가가 현재 가치에 근접하는 시점이 빨리 왔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았지요. 삼천리자전거는 2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 가치투자에서 가장 유명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주도하는 주주총회에 두 차례 가본 적이 있습니다. 버핏 회장은 작년 말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주식을 살 때’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주가는 떨어졌어요. 버핏 식의 가치투자에 대해 ‘사놓은 주식이 4, 5년 동안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부자들은 장기투자를 할 수 있지만, 일반인은 그럴 여유가 없다’는 반론을 제기한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참, 단순한 룰입니다. 돈이 많건 적건 투자의 기본은 똑같아요. 돈이 많지 않아도 자산의 전략적 배분에 의해 투자할 때에는 버핏과 똑같이 해야 합니다. 주식이 오르고 떨어지는 것은 이 세상의 누구도 몰라요. 버핏도 몰라요. 그런데 버핏은 돈을 벌고, 일반인은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심리적인 차이예요. 누가 심리적으로 더욱 강하냐의 문제입니다. 가치투자를 했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은 몹시 힘들어하는 데 비해, 버핏은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는 겁니다. 주가가 언젠가는 회복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통계가 나와 있어요.”

    ▼ 주가가 언젠가는 회복된다고요.

    “예, 맞아요. 주식은 끊임없이 상승합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30년 동안 10만배 상승했어요. 연평균 9.5%였습니다.”

    ▼ 미국은 장기간 번영하는 경제여서 그런 것 아닌가요.

    “경제대공황처럼 안 좋은 시기도 있었어요. 당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데 34개월 걸렸어요. 당시는 실업률이 25%에 달했는데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갈까봐 금리인하 정책을 쓰지 않았어요. 지금은 달라요. 중국은 국내총생산(GNP)의 6%를, 미국은 3%, 한국은 2%를 재정확충정책으로 쓰기 때문에 회복시점이 빨라지고 있어요. 이미 바닥은 찍었고, 2년 정도가 지나면 원점으로 돌아갈 것 같아요.”

    ▼ 조건검색을 통해 좋은 종목을 발굴한다고 했는데, 우리 기업 중에 좋은 기업이 많나요.

    “많지요. 널려있어요. 정말 이해가 안가는 게 많아요. 기업의 시가총액이 1000억원인데, 기업의 자산은 1조원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세요.”

    저평가 기업 아직도 많이 있다

    ▼ 그런 기업이 있나요.

    “그럼요 너무 많아요.”

    ▼ 그럼 투자자들은 뭐하고 있나요. 그런 기업 주식을 사지 않고….

    “자산을 담보로 기업주식을 사야 한다는 개념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특히 한국 회계기준은 매입시점 기준이어서 자산이 장부가치로 돼 있어요. 실제가치가 반영돼있지 않아요. 장부가치는 2억원으로 잡혀 있는데, 공시지가는 220억원인 경우도 봤어요. 최근 어떤 회사를 분석하고는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용도변경으로 회사 보유 땅값이 시가총액의 4배나 되는 거예요.”

    ▼ ‘어떤 회사는 당장 청산하더라도 시가총액의 몇 배에 이르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를 언론이 아무리 다뤄도 주식은 꼼짝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주가는 다른 식으로 움직이는 것 아닌가요.

    “평범한 투자자들은 길게 봐도 월 단위로만 봐서 그래요. 그런데 더 길게 보면 정확한 평가가 나옵니다. 생각해보세요. 참 우스운 경우인데, A사 시가총액이 1000억원인데, 이 회사가 소유한 주식만 3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또 시가총액이 1000억원인 회사인데 보유현금이 2000억원이라는 게 말이 되나요.”

    ▼ 그런데 똑똑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왜 이런 주식을 외면하나요.

    “아니에요. 오래전부터 많이 사들였어요. 변했어요. 자산가치 위주로 투자하는 장하성펀드만 해도 한국계 기관은 10원도 주지 않았는데, 외국계 투자자들은 1조5000억원을 꽂아줬어요.”

    ▼ 김 대표의 하루는 어떤가요. 퇴근하면 저녁에 뉴욕 증시를 살펴보나요.

    “오전 8시반에 출근하고, 오후 4시반경에 퇴근합니다. 퇴근 후에는 운동하고, 지인들 만나서 소주를 한잔 하기도 합니다. 뉴욕 증시는 전혀 보지 않습니다.”

    ▼ 봐야 하지 않나요.

    “뉴욕 증시를 본다고 다음날 한국 증시를 맞히겠습니까. 또 보면 뭐합니까, 어차피 주식을 팔 것도 아닌데요.”

    ▼ 종목 발굴 결정은 어떻게 하나요.

    “사람들은 제가 굉장히 바쁠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선택한 종목에서 제대로 된 수익을 내기 전까지는 다른 종목을 추가로 발굴하지 않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때로는 귀를 닫아야 합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정말 좋은 종목만 뽑으면 됐지 다른 사람이 투자한 종목을 볼 필요가 있을까요. 이왕 제가 투자한 종목이 있는데….”

    ▼ 장중에도 보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투자한 주식 가격 떨어져도 웃는 이유

    ▼ 현재 투자한 종목은 뭐가 있나요.

    “저는 5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종목을 분석하면 할수록 투자할 종목은 줄어듭니다. 투자 순서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투자 종목이 5개를 넘어서면 종목을 제대로 분석하기 힘들어집니다. 20~30개 종목을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 한 종목을 분석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렇게 하는건 제가 보기엔 무리입니다.”

    ▼ 5개 종목은 공개됐나요.

    “예. 시장에 공개했습니다. 다우기술, 성창기업지주, 대우증권 우선주, 화천기공, 진양홀딩스입니다.”

    ▼ 김 대표가 이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혹시 시장에 영향을 미치나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개한 당일은 모르겠지만….”

    ▼ 투자에서 손해 본 적이 없나요.

    “없습니다. 손해 볼 종목이면 아예 사지 않으니깐. 그런데 오랫동안 보유했는데, 오르지 않은 종목이 두 개 있습니다. 한섬과 한국기술투자입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10% 정도입니다. 3년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이런 종목들도 여전히 자신이 있나요.

    “제가 선택한 종목의 펀더멘탈이 바뀌지 않았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어떨 것 같습니까. 더 행복하지요. 왜냐하면 나의 평균매입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하나님께서 주시는구나라고 생각하지요.”

    ▼ 그래도 3년 동안 보유했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 10%면 손해 보는 투자 아닌가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포트폴리오의 하나인데요. 그리고 제가 다 맞힌다는 보장이 없는데요.”

    ▼ 주변에서 보면 어떤 사람이 투자에 성공하고 어떤 사람이 투자에 실패하나요.

    “일단 운이 좀 따라줘야 합니다. 그리고 주식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 같아요. 제 장모님을 예로 들면,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인데 제게 투자를 모두 맡겨 성공하셨어요. 그런데 제 어머님은 그러지 못했어요. 주식을 약간 알거든요. 그리고 주식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조금 오르면 팔아요. 주식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에요.”

    ▼ 주식투자에 맞는 DNA나 유전자가 있나요.

    “직관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거시경제지표를 잘 읽지 못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보다 조합을 잘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심리적으로 강해야 해요. 강한 심리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돈을 벌어본 경험이 있어야 해요. 주식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름의‘성공의 원칙’이 있어요. 그 원칙에 따라 하면 돼요. 그런 사람이 주식시장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봅니다.”

    ▼ 공개적으로 종목 추천도 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부담은 없나요. 혹시 김 대표가 투자한 주식을 추천할 때 이해관계의 상충이랄까 그런 문제는 없나요.

    “제가 추천한 종목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반드시 저평가돼서 지금 사도 절대로 돈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을 때 추천합니다. 만약에 이미 주가가 올라 있으면 꼭 장기분할 매수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장기매수 전략은 적어도 6개월에 걸쳐 해야 합니다.”

    ▼ 혹시 지금 종목을 추천한다면….

    “태평양제약, 보령제약, EMW안테나입니다. 그런데 다 사기가 힘든 종목이에요. 거래량이 너무 적어요. 안 나옵니다. 제가 삼천리자전거를 처음 살 때 거래량이 얼마였을까요. 5000주밖에 안 됐어요. 하루에 1000만원어치도 사기 힘들었어요. 6개월 동안 매집했어요.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 장사 잘되는 가게가 매물로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한 건가요.

    “예, 맞습니다. 가격에 급등한 뒤 하루에 몇백만 주씩 거래가 되는 거예요.”

    ▼ 추천 이유는 뭔가요.

    “태평양제약은 지금 판매 중인 제품의 단가인상, 미국시장 진출 가시화란 재료외에 기본적인 자산가치가 높고, 대주주지분이 많아요. 아직도 주가가 바닥이라는 점도 호재입니다. 보령제약은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자산재평가 차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MW안테나는 안테나 기술이 좋고, 재무구조가 개선됐습니다. 그런데 이 주식은 최근에 급등해서 장기적으로 분할매수할 것을 추천합니다. 정말 좋은 주식입니다. 휴대전화 안테나 기술이 뛰어납니다. 마진폭도 30%로 큽니다.”

    ▼ 마진폭이 매우 크네요.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적정 주가를 2만원대까지 보고 있지만 주가가 한때 1000원대였고 지금 폭등한 상황이어서 천천히 분할매수하기를 권합니다.”

    ▼ 아무리 개별 회사가 좋아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요.

    “지금 시장이 장기 상승추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버블이에요. 시장이 급등한 뒤에 한번 더 위기가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렸어요. 한국은 아직 M2(만기 2년 이하의 은행예금과 2금융권 예금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통화)가 증가하지 않았는데, 중국은 많이 증가했어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니깐, 돈을 풀면 바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중국은 소비심리 경제지표가 다 플러스로 돌아섰어요. 한국도 상당히 좋아졌어요. 한국이 중국소비의 영향을 바로 받습니다. 중국이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이 수출전진기지로 큰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 대표로 있는 ‘밸류 25’는 어떤 회사인가요.

    “금융상품의 하이마트입니다. 하이마트가 처음으로 전자제품을 모아서 팔았다면, 우리 회사는 금융상품을 모아서 파는 회사예요. 펀드상품, 보험상품 등 모든 금융상품을 판매합니다.”

    ▼ 직원이 130명인데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매달 월급을 주는 게 어렵지 않나요.

    “월급이 없습니다.”

    ▼ 예?

    “우리 회사는 100%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실적에 따라 수입이 달라집니다. 보험회사 직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미국에선 제너럴 에이전시(general agency)라고 말하지요. 미국에선 전체 금융상품 판매에서 우리 같은 회사의 비중이 48% 정도입니다. 한국도 이제 그 비중이 6%까지 올라왔습니다.”

    유동성 장세 이후에 심각한 버블 온다

    ▼ 요즘 사업은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유통망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우리 같은 회사로 벌써 직원을 1000명까지 둔 회사가 있어요.”

    ▼ 젊을 때부터 주식을 잘했나요.

    “대학원에 다닐 때 대우증권이 주최한 주식경연대회에서 전국 3등을 한 적이 있습니다.”

    ▼ 주식투자의 매력은 뭔가요. 돈 버는 재미가 가장 크겠지만….

    “매력이라…. 내가 분석한 대로 시장이 움직였을 때 짜릿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아주 큰 매력은 없는 것 같아요. 투기라고 생각하면 큰 매력인데, 투기는 아니거든요. 사실 저는 마카오에 가서 도박도 한번 해봤어요. 바카라라는 게임인데, 플레이어와 뱅커가 있어요. 각각 이길 확률을 2분의 1로 보면 됩니다. 확률게임입니다. 누가 두 번 연속 이겼을 때 상대편에 거는 방식으로 갔어요. 왜냐하면 한 사람이 3번 연속 이길 가능성은 8분의 1이니까요. 그런데 베팅에서 돈을 잃으면 거기에 두 베팅을 했어요. 16분의 15가 이길 확률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사실 바카라를 해본 사람이면 저 같은 베팅이 위험하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10번 정도 베팅할 돈을 가지고 이런 방식으로 했어요. 결국 제가 돈을 땄지요. 그래서 딜러가 저를 싫어해요. 그런데 재미가 별로 없어요. 통계로 하니깐. 그래서 이후에는 하지 않아요.”

    ▼ 주식투자자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투자자로서는 이번이 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같아요. 앞으로 2,3년이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추세로는 매우 심각한 버블이 올 것 같습니다. 미국이 달러를 너무 많이 찍은 게 불안합니다. 유동성 장세 후에는 버블이 올 것입니다. 바짝 벌어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가야 합니다. 마지막 베팅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2,3년 후에는 버블이 올 겁니다. 이와 관련한 책도 준비 중입니다.”

    ▼ 앞으로 꿈이 뭔가요.

    “한국의 워런 버핏이 되는 거예요. 유통망을 잡으면 굉장히 쉽습니다. 일단 유통망을 장악한 뒤 다운에서 탑으로 가는 방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법 개정으로 우리 같은 회사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어요. 필요하면 상품도 만들 수 있습니다.”

    ▼ 버핏처럼 회사를 살 수도 있나요.

    “그것도 준비 중입니다. 김정환사모펀드도 만들 수 있고요.”

    ※기사에서 언급된 주식정보 등 여러 정보들은 참고자료일 뿐이며, 제공된 정보에 따라 행해진 거래에 대해 ‘신동아’는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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