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짐 림 주한 호주상공회의소 회장

“한국과 호주 연결하는 일 평생 할 것”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1-10-26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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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림 주한 호주상공회의소 회장

    짐 림 주한 호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민 1.5세대로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지사장도 맡고 있다.

    주한 호주상공회의소 회장이라면 당연히 노랑머리에 파란 눈, 오뚝한 코의 백인일 거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한국에 진출한 호주 기업들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한 호주상공회의소(AustCham) 회장은 뜻밖에도 동양인이었다. 그것도 한국계 호주인이었다.

    지난 1월 회장에 선임된 짐 림(한국명 임현진)은 백일 때인 1971년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 간 1.5세대. 호주에서 학교를 마치고 은행 등에서 근무했던 그는 현재 호주축산공사(Meat · Livestock Australia) 한국대표부 지사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주한 호주상공회의소는 주로 호주 기업의 권익을 대표하는 기구이지만 호주와 한국 양측의 문화를 모두 잘 알고 있는 짐 림 회장 덕분에 ‘브랜드’ 자체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한국 출신 동포가 호주 기관의 회장을 맡고 있어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짐 림 회장은 “한국과 호주를 연결하는 일을 평생 하며 살 것 같다”며 “양국 비즈니스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호주상공회의소를 잘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2009년 정식 발족

    주한 호주상공회의소의 시작은 20년 전 만들어진 주한 호주비즈니스그룹(Australian Business Group in Korea·ABGIK)이었다. 소속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만나서 비즈니스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해왔다. 그러다 ABGIK가 뉴질랜드 기업인들을 끌어들이면서 주한 호주 뉴질랜드 상공회의소(Australia New Zealand Chamber of Commerce in Korea·ANZCCK)로 확대됐다. 당시 ANZCCK는 100여 기업과 개인 회원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과 호주 간 무역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호주 기업인들은 자신들만의 이익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 2009년 중반 호주 기업인을 중심으로 한 주한 호주상공회의소가 발족된 것이다. 다음은 짐 림 회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에 몇 개의 호주 기업이 들어와 있는가? 그들이 한국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

    “한국과 호주의 연간 무역 거래는 약 400억달러(46조4000억원)에 달한다. 주한 호주상공회의소는 112개 회원 기업을 가진 기구로 이 무역 거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호주상공회의소 회원은 자원과 에너지 섹터에서 농업, 교육, 관광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더욱이 호주인들이 한국의 자동차나 전자제품, 패션 상품, 선박 같은 완성품을 아주 좋아해서 한국이 호주로 상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한국에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회원사로 어떤 곳이 있고, 회원은 어떻게 될 수 있는가?

    “주한 호주상공회의소는 112개 기업 회원을 포함해 모두 240명의 멤버가 있다. 이들은 비즈니스 영역도 다양하고, 규모도 작지 않다. BHP 빌리턴, 리오 틴토, 우드사이드 같은 호주 자원기업만 회원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포스코나 현대스틸 같은 한국 파트너들도 회원사다. 물론 대표적인 금융기업인 맥쿼리은행이나 ANZ은행, MLA(호주축산공사) 같은 기업도 포함하고 있다.”

    우정의 해 다양한 기념행사 개최

    ▼ 호주와 한국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관계가 어떻게 발전했나?

    “지난 50년간 무역과 외교 관계가 지속되면서 두 나라 사이의 무역이 크게 성장했고, 점진적으로 세련돼가고 있다. 1950년대만 해도 무역은 한호 간 단순 상품을 수출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역 관계가 훨씬 복잡해졌다. 그 대상이 생필품에서부터 자동차·가전제품 등 하이테크 제품, 금융과 직접 투자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 호주는 또 한국의 에너지산업과 녹색산업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호 수교 50주년을 맞이해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 이벤트가 진행돼왔는가?

    “주한 호주상공회의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호 우정의 해’를 기념하고 있다. 호주상공회의소는 지난 1월25일 ‘호주의 날’에 출범한 ‘우정의 해’ 프로젝트의 주요 협찬기관 가운데 하나다. 4월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의 방한 기간에 호주상공회의소는 한국의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했다. 또 한국을 방문하는 호주 음악인들도 후원하고 있다. 10월에는 호주 체임버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었고, 그리고 11월16일엔 호주의 자랑인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서울에서 연주회를 한다. 호주상공회의소 차원에서 진행하는 우정의 해 프로젝트도 있는데 11월11일 시상하는‘우정의 해 호주 비즈니스 어워드(2011 Year of Friendship Business Awards)’가 그것이다. 이 상은 한국과 호주 비즈니스 가운데 기념할 만한 성과를 낸 이들에게 수여하는 품격 있는 상이다.”

    짐 림 주한 호주상공회의소 회장

    2월25일 주한 호주상공회의소 회원들이 정기모임 ‘선다우너스(Sundowners)’에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양국 비즈니스의 공통점과 다른 점은 어떤 것들인가?

    “올해 초 마틴 퍼거슨 호주 자원에너지 장관이 호주상공회의소의 포럼에서 연설을 한 적이 있다. 그 포럼에서 그는 호주와 한국을 궁합이 맞는 무역 파트너라고 묘사했다. 그는 서로 보완적인 양국 비즈니스 관계를 강조했다. 한쪽은 자원과 음식, 교육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고, 다른 한쪽은 이런 이점을 가지고 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한국과 호주 양국의 특성을 잘 표현한 말 아닌가 싶다.”

    ▼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국제 협력 차원에서 두 나라가 공동으로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마틴 퍼거슨 자원에너지 장관이 앞서 언급한 포럼의 연설에서 한호 양국이 청정에너지 이니셔티브에 동참하도록 다짐한 점을 강조했다. 이것은 양국이 태양열이나 풍력 등 청정에너지 기술을 진전시키는 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주와 한국은 또 세계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중진(mid-ranked)’경제국이므로 G20에서도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

    ▼ 주한 호주상공회의소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

    “호주상공회의소의 세 가지 중요한 미션을 소개하고 싶다. 첫째 회원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것이다. 호주 기업이 한국의 규제나 장벽, 혹은 비즈니스를 수행할 때 어려움에 맞닥뜨릴 수 있다. 그런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이런 문제를 더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통과가 가장 중요하다.

    둘째,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과 호주 기업들이 서로 연결해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이디어 포럼이나 사교 모임 같은 전통적 행사뿐 아니라 ‘2011 우정의 해 호주 비즈니스 어워드’ 같은 큰 행사도 그런 목적에서 기획된다.

    셋째, 한국인과 호주인 모두와 함께 일한다는 우리의 약속에 따라 호주상공회의소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 장학금 기부나 의료 프로그램, 서울의 장애 아동을 위한 호주 체임버 오케스트라 음악회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통해 이런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이런 모든 활동은 호주상공회의소가 커뮤니티를 위해서 전념하고 있는 것들이다.”

    FTA로 윈-윈 기대

    ▼ FTA가 꼭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관세를 물게 되면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비싼 물건을 사게 된다. 그런데 FTA를 통해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면 단가나 제품 가격이 싸지게 된다. 가능하면 무역 장벽을 없애야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호주나 미국 등 자유무역을 원하는 문화를 한국도 받아들이면 좋겠다. 이제는 G20 회원국이기 때문에 FTA가 체결되면 망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본다.”

    ▼ FTA가 체결되면 호주와 한국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보는가?

    “전체적으로 보면 호주의 자원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그것이 상품으로 제조돼 다시 호주로 가는 시스템이나 규모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10배, 100배 더 커지기를 희망한다. 단순한 관세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규제가 풀려서 시장이 본래의 제 기능을 되찾으면 좋겠다.”

    ▼ 한국 축산농가들이 호주와 FTA 체결하는 데 대해 특히 많이 우려하고 있다.

    “쇠고기 시장을 들여다보면 프리미엄 시장도 있고, 중저가 시장도 있다. 현재 한우 쇠고기가 호주산 쇠고기보다 비싸다. 호주산은 관세가 떨어지면 더 싸질 수도 있다. 한우 쇠고기는 연간 20만t을 생산한다. 수입 쇠고기가 약 25만t이다. 그런데 전체 소비량은 40만t이다. 한우만으로는 수요를 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호주산 쇠고기는 한우 쇠고기의 경쟁자가 아니라 돼지고기의 경쟁자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한국은 쇠고기 소비가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은 1인당 연간 12㎏의 쇠고기를 소비하지만 호주는 34㎏, 미국은 42㎏, 남미는 60㎏을 소비한다. FTA는 논리적으로 해결해야지 감정적, 문화적 차원으로 접근하면 해결하기 어렵다.”

    짐 림 주한 호주상공회의소 회장

    짐 림 회장은 “한국과 호주의 문화적 차이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주한 호주상공회의소 회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에 온 지 11년째다. 그 변화를 보면 호주가 한국 사회와 문화에 정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호주 학생들도 한국에 공부하러 많이 온다. 인턴십이나 영어강사로 많이 오고 있다. 해외 지사에 근무하는 주재원들도 한국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검은 머리’로서 호주상공회의소 회장이 된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동포이기 때문에 호주나 한국 양측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일을 평생 할 것 같다. 호주상공회의소라는 브랜드가 더 많이 알려지도록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문화적 차이 옅어지고 있다’

    ▼ 호주와 한국의 문화적 차이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호주 사람 10명 가운데 9명은 삼성이나 LG 제품을 안다. 한국 사람들은 여행이나 일로 제일 가고 싶은 나라로 호주를 꼽는다. 이것은 한국과 호주가 서로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깊은 문화적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그건 평생 공부해야 이해한다. 백일 때 이민 간 나도 아직 호주인을 잘 모를 때가 있다(웃음). 호주인들은 손가락으로 셈을 할 때 한국인과 반대로 꼽는다. 사람을 부를 때 손짓하는 것도 반대다. 호주인들은 줄리아 길라드 총리를 부를 때 총리님이라고 하지 않고 줄리아라고 부른다. 한국은 우리라는 개념이 강하지만 호주인들은 모두가 남남이다. 호주인들은 한국에 오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인간관계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20년 전 호주인들이 한국인 만나면 말 그대로 친구처럼 친한 척하면서 명함을 던져서 줬다. 그건 무시하는 게 아니라 명함을 공손히 줘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제는 호주인들이 한국인을 만날 때 명함을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넨다.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야 한다.”

    ▼ 이민 초기와 지금 호주에서 달라진 게 무엇인가.

    “당시엔 한국 동포가 1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2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호주에서 한국 동포사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시드니에 가면 동포 중에 변호사 회계사 치과의사 요리사 등 있을 만한 직업군은 다 있다. 이제 호주에 가면 영어는 필요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웃음).”

    ▼ MLA 지사장으로 있는데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한국지사는 주로 호주 청정우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올해 8월말까지 호주산 쇠고기가 49%의 시장을 점유했다. 미국산이 38%, 뉴질랜드산이 12% 순이다. MLA는 연간 약 7000억원대의 쇠고기를 수출하고 있는데, 한국이 세 번째 큰 시장이다.”

    ▼ 호주 청정우의 특징은 무엇인가?

    “깨끗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력추적제(traceability)가 확실하게 자리 잡혔다. 이는 호주에서 법으로 규정된 제도다. 만약 특정한 쇠고기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 산지까지 추적이 가능하다. 만약 호주에서 질병이 생기면 몇 시간 만에 검역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호주산 쇠고기는 믿을 수 있다.”

    ▼ 요즘 호주산 와인이 많이 팔리고 있다.

    “한국 술문화가 점점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소주와 맥주를 많이 마셨다. 아직은 와인이 좀 비싸지만 젊은 사람들은 이를 많이 즐기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술 문화가 새롭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서구화라기보다 현대화가 아닐까 싶다. 한국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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