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준위는 평화통일 논의 용광로이자 내비게이션
- 중국은 절대로 북한 포기 안 할 것
- 통일은 선진국 진입의 가장 효과적 해법
- 3~10년 내 통일 이뤄진다
7월 15일 대통령직속으로 공식 출범한 통준위 위원은 총 50명. 위원장인 박 대통령을 수장(首長)으로 민간위원 30명, 국회의원 2명(여야 정책위의장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부위원 11명, 국책연구기관(통일연구원, 국립외교원, 한국개발연구원, 국방연구원, 국토연구원,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6명으로 이뤄졌다. 부위원장은 2명으로 정종욱(74) 인천대 석좌교수(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가 민간 부위원장을,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정부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정종욱 부위원장은 서울대 교수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주(駐)중국 대사를 역임한 중국 전문가로 각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외교안보, 경제, 사회문화, 정치·법제도 분야의 4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논의, 실행 작업을 하기 위한 통준위를 사실상 이끄는 그는 어떤 구상과 복안을 가졌을까. 9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자리한 통준위 사무실에서 정 부위원장을 만났다.
▼ 막중한 소임을 맡았다. 통준위 출범 배경과 의의를 설명해달라. 국민에겐 생소하다.
“발족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통준위에 거는 박 대통령 기대는 각별하다. 통준위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 실행의 연장선에 있고, 또한 거기서 파생된 하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본래 통일에 대한 관심이 컸다. 미래연합 대표이던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할 때 이미 남북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그때 박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이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졌다면서 그 결실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것만 봐도 통일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껏 수많은 통일정책과 담론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지만 사실상 그건 대북정책이었지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일정책, 즉 통일을 준비하는 정책은 없었다고 여긴다. 물론 그동안 핵문제 등으로 국가안보나 분단 관리가 중요해서였겠지만, 단순한 분단 관리를 넘어 통일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그걸 정부의 중요 통치 기조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생각한다.”
북한 내부 변화에 주목
▼ 이제 통일 준비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건가.
“박 대통령은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매우 경색된 것에 주목한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1991년부터 남북협력기금을 운영하는데, 현재까지 사용된 기금이 5조7000억 원가량 된다.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3조 원 이상 집행된 반면, 이명박 정부 땐 5년 통틀어 1000억 원 정도만 집행됐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을 무릅쓰고도 핵 개발에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 이렇게 가다간 수년 내 북한이 전술적으로 사용 가능한 핵을 보유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은 심각하게 무너진다. 이 때문에 이젠 통일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북한 내부 변화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섰지만, 그런 권력구조상의 변화를 떠나 이미 사회 전반에 시장경제 요소가 굉장히 빠르게 확산한다. 현재 북한에 장마당(비공식 시장)이 380여 개 있는데, 큰 곳은 이용 인구가 수천 명에 달한다. 2002년 북한이 시장개혁을 시도하다 완전히 실패했는데, 이젠 북한당국이 장마당을 없애려 해도 없애지 못할 만큼 단단히 뿌리내린 상황이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사기업도 등장했고, 그 기능도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78년 12월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기치를 올렸는데, 1982년까지 초기 3년여 동안과 현 북한 상황엔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 내년이 광복 및 분단 70주년인데, 만일 그 시기를 넘기면 북한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환경 변화가 통일로 가는 여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분단이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 부위원장 발탁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대통령한테) 여쭤보지 않아 모르겠다. 많은 (후보)분이 있었을 것이다. 난 사실 좁은 의미에서의 북한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중국을 전공했고, 김영삼 정부 때 외교안보수석과 주중국 대사를 지내 공직 경험은 있다. 또한 대학에서 오래 후학을 가르치면서 한반도 안보환경과 주변 정세 문제를 많이 다뤘기에 전혀 생소한 처지는 아니다. 아마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통일문제를 바라보라는 뜻에서 학계, 관계, 외교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륜을 참고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통일헌장 만들 TF 구성
▼ 8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중 통일 청사진을 담은 통일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밑그림을 그리나.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데.
“8월 7일 대통령을 모시고 통준위 제1차 회의를 열기 전 앞으로 통준위가 뭘 할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가졌다. 분과위별로 만나고 통준위 외부의 원로와 전문가들도 만나 자문을 구했다. 그때 가장 고심한 게 통일헌장 부분이다. 통일 청사진을 새로 짜는데 핵심이 통일헌장이기 때문이다. 그에 관해 위원들과 외부 인사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갈렸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통일문제를 둘러싸고 이른바 남남갈등이 심했듯, 통일헌장에 담을 내용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숨어 있던 상처를 다시 한 번 드러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도 있었다.
한편으론 갈등을 드러내는 것 자체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 미래상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통일 청사진과 통일헌장부터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통일 준비 로드맵과 액션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989년 노태우 정권 때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란 게 나왔는데, 벌써 25년 전이다. 이후 지금까지 통일에 대한 청사진조차 없었다. 그 사이 남북한 내에서 제각기 엄청난 변화가 이뤄졌기에 이젠 그런 변화를 반영한 통일의 기본 방향을 만들려고 한다. 그게 통일헌장이다.
일단 통일 청사진과 통일헌장을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TF)는 만들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정치·법제도 분과위 강인섭 위원을 통일 청사진 및 통일헌장 TF장(長)으로 모시기로 했다. 국회의원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분으로 정무적 감각을 갖춰 통준위 내 진보-보수 인사와 여야 정책위의장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녹여 하나의 통일 청사진과 통일헌장을 만들어내는 데 적임자다.
다른 TF도 구성 중이다. 이를테면 통준위 내에 생태환경녹화사업팀이 있는데, 그건 고건 전 국무총리가 주도해 TF를 구성할 것이다. 고 전 총리가 북한 나무 심기에 관심이 많은데, 좀 더 외연을 넓혀 생태환경 전반에 걸친 TF를 만든다. 또한 북한과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하려면 기본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산발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체계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북한개발종합데이터베이스(DB)라고 해서, 국토교통부나 국토연구원이 보유한 북한 관련 공간정보, 다른 기관들이 가진 북한 사회·경제·문화에 대한 각종 정보를 모두 합쳐 북한에 대한 통합된 종합DB를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국가정보원 차장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주일본대사 등을 지낸 라종일 위원(외교안보분과위)이 TF장을 맡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내년 분단 70주년을 계기로 남북 공동 문화행사를 추진해보자는 취지의 말씀을 해서 이를 위한 작업 팀도통준위 내에 만들었다.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드레스덴 선언’의 연장선에서 ‘환경·민생·문화의 통로를 만들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그걸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고 김대중도서관장을 했던 김성재 사회문화 분과위원장(연세대 석좌교수)에게 맡겼다.”
통일은 왜 ‘대박’인가
▼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포괄적 대북제재인 5·24조치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통준위 위원들은 기본적으론 정부 정책 현안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좀 다를 수 있다. 통준위엔 위원 30명, 전문위원 31명이 있는데, 그중엔 대학교수나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하는 북한 전문가도 많다. 그들은 민간인 신분이라 남북관계나 통일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한다. 현안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통제할 수 없다. 비록 5·24조치가 풀리지 않으면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힘들지 않겠느냐고까진 안 해도 남북관계가 좀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와 그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
박 대통령은 1차 회의 때 현안 관련 주문도 좀 했다. 드레스덴 선언 때 나온 인도주의 어젠다, 민생경제 어젠다, 통합 어젠다 등에 따른 남북협력 사업들이 제시됐는데, 이를 구체화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획책이라고 비난하며 거부했고, 한국 내에서도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남북이 공존, 윈-윈 할 수 있는 게 많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통준위가 드레스덴 선언에서 나온 그런 아이디어를 액션 플랜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통일대박론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통일이 ‘대박’이란 걸 좀체 실감하기 힘들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통일을 경제와 결부해 생각하면, 편익이 비용 부담보다 훨씬 크다. 현재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에서 경제적으로 고전 중인데, 궁극적으로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면 통일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다. 통일이 돼 남북이 하나의 경제협력권이 되고 동북아, 나아가 유럽까지 이어나가는 21세기판 경제 실크로드가 실현될 때야말로 본격적인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내놓은 거다. 그건 통일에 대한 발상전환이다. 통일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경제 대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24조치란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 중단,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불허, 대북지원 사업 원천적 보류 등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을 말한다. 북한은 5·24조치 해제 없인 남북대화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했다.
▼ 지난해 3월 북측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가 수많은 고비를 넘긴 끝에 5개월 만에 정상화됐다. 포격 도발은 점점 빈도가 잦아진다. 한편으론 9월 19일 개막될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키로 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에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주민 생활이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경제가 전반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특히 외화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가 8월 11일 남북고위급 회담을 제의했는데, 이젠 북한도 대화에 응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 중국은 물론이고 주변 국가들도 대화를 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5·24조치 해제 문제가 걸려 있긴 하지만, 우리가 그 조치를 풀지 않겠다고 한 건 아니다. 다만 해제에 앞서 5·24조치를 취하게 한 원인행위에 대한 북한의 사과 등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가 포괄적 차원에서 회담을 제의하면서 북한이 원하는 어떤 의제든 좋으니 마음을 열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이 대화의 장(場)으로 나와 그런 사안들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된다면 해법은 충분히 나오리라고 본다.”
미지의 길
▼ 통일 준비 로드맵을 내놓기 위한 국내 논의가 쉽진 않을 것 같다. 각종 이슈와 관련해 곧잘 이념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우리 사회에선 각계각층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다분히 정치적 과정이 될 공산도 크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어떻게 형성할 건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덮어두고 돌아 갈 순 없다. 통일 자체가 미지의 길,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독일, 베트남, 예멘이 통일을 했지만, 남북통일은 그런 방식을 답습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한반도 평화통일이다. 역사상 그런 통일을 이뤄본 분단국가가 없기에 우리가 갈 길에 참고할 만한 지침도 없다. 그래서 박 대통령도 1차 회의 때 ‘통일을 위한 낯선 여정에 스마트하고 정확한 내비게이션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국내에 워낙 다양한 목소리가 산재해 그걸 통합하는 과정이 쉽진 않을 거다.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을 달아도 길을 잃어버릴 수 있지 않나.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그동안 통일문제에 관한 대화가 너무 없었기에 통준위가 그걸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통일과 관련한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알아볼 수 있고, 서로 다른 견해를 녹여내는 용광로 구실을 해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비전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해볼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대북 지원이 ‘퍼주기’라는 인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많은 사람이 통일 비용을 큰 부담으로 여긴다. 그걸 순탄히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도 통준위의 과제 중 하나다. 그간 분단으로 남북이 많이 이질화한 게 사실이지만, 얼마나 이질화했는지는 잘 모른다.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작업을 해나갈 텐데, 앞으로 통일을 이끌고 그 혜택을 누려야 할 젊은 세대, 특히 초·중·고생의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접하고 무척 놀랐다.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무관심은 그동안 국민의 관심이나 전문가들의 연구가 통일의 이익보다 비용에 집중돼서다. 앞으론 통일 비용보다 이익이 크다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 통준위에 통일교육 TF가 있는데, 소속 위원들이 통일문제와 관련해 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일해온 이들인 만큼, 우리가 어떤 식으로 통일교육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이다.
1차 회의 때 ‘남북 간 동질성 회복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 내부의 동질성 회복도 중요하지 않으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북한이탈주민 자녀가 학교에 가면 편견과 차별 때문에 이쪽 아이들과 섞이지 못하고 부모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태에선 설령 통일이 된다 해도 동질성 회복이 쉽지 않다. 북한이탈주민과 그 가족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떳떳이 밝힐 수 있는 사회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통준위는 그런 문제도 다룰 것이다.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도 그간의 퍼주기 시비를 떠나 쌀, 비료, 기자재 등을 단순히 지원하는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경제협력이 아니라, 북한 내 특정 지역의 경제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파악한 뒤 물품을 지원하고 교육도 시키고 거기서 생산되는 제품을 유통시킬 시장도 개척해줄 것이다. 일종의 종합세트인 셈이다. 그게 바로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이다. 퍼주기 논란과는 다른 형태의 경제협력을 모색한다.”
업무 중첩은 기우(杞憂)
▼ 통준위 발족에 화답하듯,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8월 21일 ‘통일경제위원회’(위원장 손길승 전경련 명예회장)를 구성했다. 양자 간에 어떤 협력을 모색할 건가.
“전경련뿐 아니라 통준위 발족을 전후해 여러 단체에서 통일 준비 조직이 만들어졌다. 통준위는 그들과 연락해 상부상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전경련 측과도 이미 접촉했다. 빠른 시일 내에 손 위원장을 만나 협의키로 했다. 그런데 그쪽 위원 대부분이 중소기업 대표들이다. 실제로 북한에 진출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에 관심을 둔 이들이어서 꾸준히 소통하려고 한다.”
▼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 동력으로 삼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전문가가 통준위에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배제됐다는 지적도 있다. ICT는 남북 모두에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지 않나.
“통준위엔 7명의 장관이 정부위원으로 들어와 있다. 기획재정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다. 또한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국가안보실 차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사무처장도 포함됐다. 모든 부처 장관이 망라된 건 아니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다른 부처와도 협력할 수 있다.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소에 관련 분야 24개 연구소가 속해 있다. 이미 그곳 소장들과 모임 일정도 잡았다. 통준위 활동에 필요한 정부부처나 각 연구소, 민간단체 등과 협력할 수 있다는 내용이 통준위 설립 근거인 ‘통일준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명시돼 협력엔 문제가 없다고 본다.”
9월 5일 쉐라톤인천호텔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전체 워크숍.
“2018년이면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돌입한다. 한 자녀 가정 급증과 평균수명 연장으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1.3명인 데 비해 북한은 2.0명이다. 그곳 경제사정이 좀 더 좋아지면 출산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통일이 되면 우리가 고령화 사회에서 떠안아야 할 노동력 부담이 해결될 수 있다. 또한 북한엔 철강, 석탄, 마그네슘 같은 광물자원도 많은데 매장량의 가치가 7000조 원쯤 된다는 통계도 있다. 통일이 되면 그걸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과 자연자원,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는 폭발적일 것이다.”
▼ 통준위 기능이 대북 및 통일 현안을 다루는 통일부나 평통과 일부 중첩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런 부분은 많지 않다. 평통은 헌법상 통일에 관한 대통령 자문기구이고, 2만여 회원을 둔 방대한 풀뿌리 조직이다. 정책대안 연구보다 통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 기능의 성격이 강하다. 통일부는 정부의 통일 관련 주무부처로서 통일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 반면 통준위는 전문가가 모여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집단이다. 업무가 중복된다면 평통보다는 통일부와 좀 겹칠 순 있다. 하지만 류길재 장관도 정부 부위원장이라 자주 만난다. 통준위 규정상 민간·정부 부위원장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도록 돼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므로 업무 중복이나 불협화음이 나올 일은 없다.”
▼ 통준위 출범 직후 “(통준위가) 앞으로 대통령이 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 말했는데.
“그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긴 했다. 하지만 본뜻은 통준위에 진보-보수, 여야 등 다양한 구성원이 있으므로 회의 과정에서 다채로운 의견과 견해가 가감 없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 중국통(通)인데, 통일과 관련해 중국이 어떤 특정한 역할을 하거나 큰 변수로 작용할 거라고 보나.
“중국의 부상은 동북아 지형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한다.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들르지 않고 바로 한국을 방문하는 역사적 기록도 세웠다. 북중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동맹관계에서 정상적인 국가 간 관계로 바뀌어간다. 무엇보다 중국 내 지식인들 사이에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게 중요하다. 그들은 남북통일에 대해서도 다른 인식을 하게 됐다. 과거엔 통일이 금기 화두였는데, 지금은 중국 정부가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한국 주도의 평화통일에 대해 과거보다 거부감을 덜 표시하며 현실적 반응을 보인다.
다만 그렇다고 그게 북한을 포기하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한중관계가 가까워져서 한미관계와 한일관계가 멀어진다는 얘기를 곧잘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많은 이가 한국이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될 것이라 걱정하는데, 미국과 중국도 교류를 많이 한다. 안보나 경제 관련 대화도 있고 정상 간 방문도 있다. 지금은 각국이 서로 의존하며 얽힌 네트워크 시대이기에 과거처럼 흑백논리에 좌우되는 관계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과 중국이 영토분쟁으로 관계가 냉랭해졌지만 그 또한 한계가 있는 거다. 절대 한쪽 면만 봐선 안 된다.”
“한쪽 면만 보지 마라”
▼ 향후 통준위 운영계획은.
“기본적으론 분과위 중심으로 운영하고 올해 말까지 통일에 대한 기존 연구와 담론을 모두 점검할 것이다. 각 분과위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도 연말까지 끝낸다. 또한 통일청사진 및 통일헌장 부분은 올해 말까지 내부에서 안을 완성하고 내년 초부터는 통준위 밖으로 나가 7월까지는 국민대토론회, 공청회 개최 등 공론화 작업을 마쳐 범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 통일 시기를 언제쯤으로 전망하나.
“그건 통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단일국가 형성을 의미한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제도화된 교류협력 차원이라면 짧게는 3년, 멀게는 10년 내에 통일이 이뤄지지 않을까.”
정 부위원장은 비상근이지만 거의 매일 사무실에 나온다. 통준위 출범 후 주말을 포함해 집에서 밥 세끼를 다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그의 노력이 언제쯤 빛을 발해 ‘우리의 소원’이 이뤄질지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통준위 사무국 직원은 통일부, 외교부 등 일부 부처에서 파견된 단 10명. 머리는 큰데 지나치게 손발이 작은 기형적 구조의 해결이 어쩌면 정 부위원장에게 더 시급한 해결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