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퍼포먼스+라이브 열창=태주 자존심
팬덤 ‘태주날개’ 넘치는 사랑 덕에 외롭지 않아
어머니 빈자리 채워준 할머니, 6고모에 무한 감사
언젠가 만날 인생 반려자, 귀엽고 바른 사람이길
태권도 선수 출신 트로트 가수 나태주는 5월 ‘나, 다움 아름, 다움’이라는 두 번째 미니앨범을 내고 더블 타이틀곡인 ‘용됐구나’와 ‘남자로 봐줘요’라는 신곡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해윤 기자]
1990년생인 나태주의 인생 7할은 태권도가 차지한다. 그는 9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선수로 뛰었다. 이때 태권도 시범단에 발탁돼 우리나라 국가대표로 여러 국제대회를 석권했다. 태권도 선수로는 ‘할배’나 다름없는 나이인 서른 즈음에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자유품새 부문 남자 최우수선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날렵한 몸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한다.
그는 태권도만 잘한 게 아니다.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에 다니던 2010년 영화 ‘히어로’로 배우로 데뷔했다. 이듬해 개봉한 영화 ‘더 킥’에서는 주연을 맡았다. 2015년 극장에 걸린 휴 잭맨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팬’으로 해외에 진출한 이력도 있다. 영화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나태주는 2020년 한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태권도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로트 가수는 태권도 선수가 되기 전부터 그가 꿈꾸던 일이다. 나태주는 2020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출연을 계기로 태권도 선수에서 가수로 전업했다. 이후 하회탈 같은 미소를 장착하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그의 활력 넘치는 기운이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방송사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그가 고정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만 4개에 이른다. 밤잠을 아끼며 스케줄을 소화할 정도로 ‘잘나가는’ 그를 ‘신동아’가 단독으로 만났다. 다음은 그와 주고받은 일문일답.
나태주가 5월에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나, 다움 아름, 다움’ 자켓. [DR뮤직]
“맞다. 귀여운 동생 같은 이미지를 벗고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기존의 밝은 모습에 남자다운 매력을 더했다. 타이틀곡인 ‘용됐구나’는 너를 만나 빛이 나게 됐다는 내용이고, 설운도 선생님이 만든 또 다른 타이틀곡 ‘남자로 봐줘요’는 연하남이 누님에게 가감 없이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노래다. ‘귓속말’이란 신곡은 어린 시절부터 사랑으로 날 키워준 할머니와 누나들, 6명의 고모(이하 6고모)에게 바치는 헌정곡이다. 마지막 수록곡 ‘굿초이스’는 사랑도, 인생도 선택의 연속이라는 내용을 담은 중독성 강한 댄스곡이다.”
남다른 가족애는 집안 내력
신곡 활동만으로도 바쁠 텐데 고정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다.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시간이 날 때마다 러닝으로 체력을 단련한다.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어 뛰는 걸 좋아한다.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 목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쉴 때는 말을 아끼려고 노력한다. 무대에서 노래할 때보다 예능 프로그램을 찍고 나서 목이 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차가운 물보다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일이 없을 때는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
가수 나태주가 4월 12일 열린 ‘트롯뮤직어워즈 2024’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무대에서 공중 제비차기 같은 태권도 퍼포먼스를 하면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면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며 립싱크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도 믿기 힘들어하니까 1년 내내 행사장에서 노래하는 중간에 ‘라이브 맞습니다’ 하고 내 목소리를 일부러 들려준다.”
지난 4년 동안 립싱크를 한 적이 없나.
“1년에 400회 이상을 부르니 4년 동안 1000회 넘게 노래했다. 그중 립싱크를 한 적은 딱 한 번뿐이다. 목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불가피했다. 그 외에는 아무리 고난도 퍼포먼스를 하더라도 라이브로 노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립싱크를 하는 것은 가수로서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동생과 둘이 사는데 집안일을 주로 내가 한다. 설거지, 빨래를 하면서 집안이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는 게 큰 낙이다. 그리고 지난 5월 누나가 조카를 낳았다. 첫 친조카여서 요새 쉬는 날에는 조카와 야외로 나가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 쉴 때는 고모들을 만나 식사도 하고 밀린 대화도 나눈다.”
가족애가 남다른 것 같다.
“집안 내력이다. 자기 식구만 챙기지 않고 친척들이 서로서로 관심과 애정을 갖는다. 어릴 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좋은 일이 있을 때 가족이 먼저 생각난다. 어머니의 부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큰 사랑을 준 할머니와 6고모에게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아버지가 장남인가.
“딱 중간이다. 위로 고모 셋, 아래로 고모 셋이 있다. 그렇다 보니 고모들이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나와 누나, 동생을 각별하게 보살펴주셨다.”
현재 태권도 공인 4단이다. 태권도를 배운 게 아버지의 영향이라고 들었다.
“아버지가 무술을 굉장히 좋아한다. 취미로 무에타이, 복싱, 합기도, 태권도를 익혔다. 다 합쳐서 10단이 넘을 거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누나와 동생도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고, 어디를 가든 몸을 많이 쓰게 했다. 그런데 나만 태권도를 꾸준히 하게 됐고,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뒷바라지를 해주신 덕에 국가대표로도 활동할 수 있었다.”
앳된 이미지를 벗고 남성미를 장착한 나태주. [DR뮤직]
[DR뮤직]
요리라는 신세계 유람 중
태권도와 노래 말고 잘하고 싶은 것을 꼽는다면.
“최근 요리에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다. 가면 갈수록 평이 좋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구하기가 쉬워 잘 활용한다.”
잘하는 요리가 뭔가.
“김치찜과 계란말이다. 계란말이는 신의 경지에 오른 맛이다. 계란말이는 불 조절이 중요하다. 중약불로 맞춰놓는 게 좋다. 볶음밥도 잘 만든다. 기름을 많이 두르지 않고 채소에서 우러난 물이 밥에 고루 배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밥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그가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틈틈이 하는 일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나태주의 공식 팬카페 ‘날개 달린 태권트롯맨’(이하 ‘태주날개’)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을 열면 가장 먼저 ‘태주날개’와 접속해 게시물을 다 보고, 종종 글도 남긴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떠올린다면.
“폭염 때문에 견디기 힘들 정도로 몹시 더운 날, 팬들이 나를 응원하려고 두 시간 동안 땡볕에 앉아 있었다. 선크림도 바르고 화장도 예쁘게 하고 오셨는데 끝날 때는 나도, 팬들도 얼굴이 벌겋게 익고 땀벅벅이 됐다. 마음이 아프고 죄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흐뭇했다. 팬과 가수는 닮아가는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발그레한 팬들의 얼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태주날개가 정말 나와 닮았다. 다들 나처럼 ‘웃상(웃는 인상)’이다.”
나태주에게 태주날개는 어떤 존재인가.
“거울 같은 존재다. 거울을 보고 있으면 태주날개가 자꾸 떠오른다. 지금 뭐 하나 궁금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내 모습을 통해 그들이 비춰지기도 한다.”
[DR뮤직]
먼저 고백하는 건 남자의 도리
태주날개를 떠올릴 때마다 행복해하는 그의 표정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그것이었다. 이쯤에서 사랑에 관한 그의 진심을 들어보자. 진실 게임을 제안하자 그가 흔쾌히 수락했다.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이다?
“내 이상형이 맞으면 첫눈에 반한다. 그렇지만 첫눈에 반해도 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고백을 먼저 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감정을 먼저 고백한다. 그건 남자로서 당연한 도리라 생각한다.”
사랑 따로, 결혼 따로?
“사랑은 곧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꼭 하고 싶다. 나의 아이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아직 운명의 짝을 만나진 못했지만 언젠가 멋진 상대를 만날 거라 믿는다.”
외롭지 않나?
“지금은 우리 태주날개에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사랑이 고프지도,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다.”
결혼하고 싶은 여성상은?
“귀엽고 착하고 바른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이다.”
태주날개가 사랑을 많이 준다는 느낌이 들 때는?
“자기 전에 팬카페에 있는 팬들의 게시물을 볼 때 그런 느낌이 물씬 든다.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갈수록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다시 힘을 내도록 일으켜 세우고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바로 태주날개의 사랑이다. 옆에 있어주고, 나를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나를 좋아한다, 사랑한다. 응원한다는 말까지 전해 주는 태주날개에 항상 자랑스러운 나태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보답하겠다.”
4년 전 인생 좌우명이 ‘겸손하자,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라고 했다. 지금도 여전한가.
“그렇다. 매사에 긍정적 마음으로 임한다. 누구나 힘들 때가 있지만 그 힘든 시기를 버티고 이겨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때 발판이 되는 것이 지금의 힘듦을 이겨내야만 더 큰 위기를 극복하고 오래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힘든 상황과 마주하더라도 긍정 마인드로 이겨내려고 한다. 피하지 않고 부딪쳐 돌파하려 한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늘 강조한 것이 인사성이다. 그 덕에 웃어른에게 인사 잘하고 겸손한 태도를 가지려고 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겸손은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잃지 않아야 할 덕목이라 여긴다.”
[DR뮤직]
상대 이해하면서 둥글게 말해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나.
“예전에는 먹는 걸로 풀었는데 지금은 상대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려 한다. 그러면 내 입에서 나오는 말도 상대가 나를 더 잘 이해하게끔 둥글어지고 스트레스도 잘 풀린다.”
한 달 정도 휴가가 주어지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뭔가.
“국내 섬마을을 여행하고 싶다. 그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다.”
10년 뒤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지금 몸 상태가 그대로이길 바란다. 이를 위해 내가 항상 젊다고 생각하며 몸속 구석구석 세포들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이 깨어 있으려 한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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